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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Nov 17. 2021

[넷플릭스] 지니 & 조지아 (2021)

다르지만 똑닮은 모녀의 생존기 (하이틴/로맨스/미국드라마)

지니 & 조지아 (2021)

제작: 사라 램퍼트

출연: 브리안 호웨이, 안토니아 젠트리, 펠릭스 말라드, 네이선 미첼, 스콧 포터, 사라 와이즈글라스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방송사: 넷플릭스

방영횟수: 10부작

개성 강한 세 식구의 정착기

 화려한 외모와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서른 살의 엄마 '조지아(브리안 호웨이)'는 딸 '지니(안토니아 젠트리)', 아들 '오스틴'과 미국 메사추세츠의 웰스베리로 이사와 새출발을 다짐한다. 잦은 이사, 그리고 남자들을 여러 번 갈아치운 엄마 때문에 지니는 이곳에도 쉽게 정을 붙이지 못하리라 예상한다. 부자 동네인 웰스베리에 불청객처럼 나타난 '조지아'의 가족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으며 조지아와 지니는 남다른 개성으로 친구 혹은 마을 사람들을 한 명씩 사귀어 나간다. 

 처음으로 학교에 적응하며 여러 명의 친구도 사귀고, 첫 남자친구와의 연애에도 성공한 '지니'. 영리하고 쿨한 매력으로 시장의 비서,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조지아'. 하지만, 자녀들에게 감춘 조지아의 어두운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지니와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고, 지니의 학교생활도 점점 꼬이게 된다.


뻔한 양산형 하이틴? No!

 '지니&조지아'. 제목과 예고편만 봤을 때 넷플릭스의 흔하디 흔한 양산형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일 줄 알았다. 십대 시절 사고친 후 아이를 가진 철없는 엄마의 성장기, 그리고 일찍 철든 고등학생 딸의 첫사랑 같은 예상 가능한 식의 전개 말이다. 극은 이와 같은 뻔하고 틀에 박힌 이야기를 추구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단순히 하이틴물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홍보를 할만한 작품도 아니다.

 우선, '조지아'는 만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고등학생 딸을 뒀다는 이유만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편견 어린 시선을 받고, 시청자들 또한 1회에서의 모습을 보고 생각없는 푼수 엄마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지아'는 극중 누구보다 영리하고, 뛰어난 생존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일반적인 방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조지아는 그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키고, 자신에게 문제가 닥칠 때마다 발칙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그 구역의 해결사가 된다. 조지아를 비난하거나 괄시하려는 이들 중에 실제로 그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일 철없고 문제투성이어야 할 주인공이 작중 최고의 지략가이자 파이터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지니&조지아>는 통상적인 각본의 틀을 비튼다.

세상에 둘도 없는 여자, 조지아

 <지니&조지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애석하게도 '조지아' 하나 뿐이다. 조지아의 남자들, 자녀들, 그리고 자녀들의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 중 대부분은 하나같이 비호감이거나 매력이 없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조지아'의 신산한 인생사와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야 하는 그의 영악함, 그리고 모든 마을 사람들을 유쾌하게 대하는 쿨함까지. 그의 수십 가지 매력만으로 극을 봐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사실 조지아의 유년시절은 한국 드라마의 신파극처럼 연출해도 무방할 정도로 산전수전공중전이 전부 담겨있다. 그를 위험에 빠뜨렸던 부모를 향해 총을 드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고, 홀로 갓난아기를 키우기 위해 불법 도박장을 열어야만 했다. 세상은 그에게 시련만을 가져다주었지만, 조지아는 단 한 번도 주저앉는 법이 없었고 오히려 영특한 두뇌와 대범한 용기로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해치려 하는 자들을 무찔러왔다. 극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아역 배우가 연기하는 조지아의 십대 시절 스토리를 조금씩 풀어내 그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유도하는데, 그로 인해 조지아의 연이은 범죄 행각에도 그를 이해하게끔 만든다. 모든 게 조지아 자신과 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기에 조지아도, 시청자도 완전한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지니를 비난할까

 조지아의 어두운 과거를 캐면 캘수록 시청자는 조지아의 서사에 몰입하여 그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이는 곧 사사건건 조지아에게 반기를 드는 지니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으로 이어진다. 엄마는 기를 쓰고 딸이 자신과 같은 인생을 살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딸인 지니는 엄마의 진심을 알아주기는커녕 온갖 얄미운 행동을 저지르고 엄마에게 상처를 준다는 이유로 말이다. 조지아는 자식들만을 바라보고 사는 엄마인데, 그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지니를 보면 이와 같은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다.

 반대로, 지니의 입장이 되어보자. 지니는 십대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불완전한 유년기를 보냈고, 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는 반복되는 전학과 이혼으로 어느 한곳에 정착해본 경험이 없다. 친한 친구도, 안정적인 가족도 없이 격동의 사춘기를 보냈으며 지니가 의지할 곳이라곤 편지를 주고받는 친부 '자이언'과 책들 뿐이었다. 그런데 윌스베리에 온 이후 인생 처음으로 친구들을 사귀고, 연애까지 하며 처음으로 보통 사람들 같은 삶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찰나 자신이 몰랐던 엄마의 비밀이 자꾸만 드러나고, 그러한 엄마의 비밀이 자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진다. 처음으로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생겼기에 이전처럼 이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많은 시청자들은 엄마의 속뜻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지니의 철없음을 비난한다. 지니는 그저 보통의 십대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인데, 그 행동과 감정들을 어찌 단순히 철없음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이상, 고등학생인 딸은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가정을 지탱해 왔는지 알아챌 수 없다. 물론 조지아의 삶도 안타깝지만, 그와 연관지어 지니를 비난하는 것은 조지아에 대한 시청자들의 위선일 뿐이다.

하이틴물로서의 매력은 부족

 전형적인 하이틴 드라마의 클리셰를 벗어난 작품일뿐 아니라 스펙터클한 조지아의 인생사, 평행이론과도 같은 모녀의 관계성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인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조지아'와 그의 주변 인물들 정도를 제외하면 호감 가는 인물이 부재하다는 것. 조지아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니'마저 시청자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대놓고 비호감으로 그려지는 지니의 절친 'MANG' 시스터즈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최악일지 알만하다. 지니가 생애 처음 사귄 친구들이 '맥스''애비', '노라'라는 게 안타까울 지경. 

 엄마인 '조지아'와 딸 '지니'가 분량을 양분하는지라 극을 완전한 하이틴물로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파티와 각종 학교 행사가 여러 번 등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하이틴 드라마의 정체성을 갖추고는 있다. 그럼에도 하이틴 장르로서의 매력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비호감 캐릭터 뿐인 친구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혀 핫해보이지 않는 지니의 남자친구 '헌터' 때문일 것이다. 적은 분량이지만 등장할 때마다 짜릿한 텐션을 떨구는 '마커스'만이 유일하게 제역할을 해낸다. '마커스'도 찌질한 데다가 잘못된 성 지식을 가진 인물이지만, 아픈 사연과 갱생의 여지를 지니고 있어 시즌2에서의 '지니'와의 관계 발전을 기대해볼만 하다. 하지만 시즌2가 나온다면, 지니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친구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답도 없는 소수자 대결

 마지막으로, <지니&조지아>의 가장 큰 오점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바로 지니와 헌터가 말다툼 할 때 지니가 내뱉은 같잖은 망언들. 흑백 혼혈인 지니가 동양인인 헌터에게 소수성을 내세우며 남자친구의 에세이를 폄하한 것은 헌터와 같은 동양인으로서 도저히 납득이 불가하다. '누가 더 소수자인지 겨뤄볼까?'라는 말을 꺼낸 헌터가 참으로 안타까웠을 정도. 어릴 적부터 받아온 차별로 인한 피해의식 때문에 상대방이 겪었을 아픔은 쌍그리 무시하는 지니의 억지스러운 주장은 눈 뜨고 봐주기 힘들었다. 지니는 학교에서도 소수자인 흑인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백인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던 인물이 아니던가...헌터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지니의 태도는 위선과 내로남불 그 자체로 보였다. 동양인들이 미국에서 어떠한 차별을 겪는지 뻔히 다 아는데, 굳이 이런 대사와 장면을 넣어야 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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