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ofilm Nov 15. 2021

[디즈니+] 로키 (2021)

멀티버스 개념에 대한 본격적 진입 (마블/디즈니 플러스/톰 히들스턴)

로키 (2021)

연출: 케이트 헤론

출연: 톰 히들스턴, 오언 윌슨, 소피아 디 마티노 등

장르: 슈퍼히어로

방영횟수: 6부작

공개일: 2021.06.09

어벤져스 뉴욕 전투 이후, 로키의 행방

 <로키>의 시작은 2012년 <어벤져스> 당시의 뉴욕 전투 이후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스페이스 스톤을 되찾기 위해 2012년으로 이동한 2023년의 어벤져스 멤버들 덕분에 태서랙트로 도망치게 된 로키는 멀티버스 공간 내의 또다른 가능성의 로키로 분화된다. 몽골 고비 사막으로 떨어진 그는 제대로 도망쳐보기도 전에 눈앞에 나타난 TVA요원들에게 붙잡히고, 시간선을 흐트러뜨렸다는 이유로 재판장에 내몰린다. TVA의 판사 '라모나'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지만, '뫼비우스(오언 윌슨)'의 협업 제안으로 풀려나며 자신처럼 시간대를 어지럽히고 있는 '변종 로키'를 잡아들이는 작전에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로키가 발을 들인 TVA의 임무는 예사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 점차 밝혀지게 되고, TVA라는 조직이 가진 비밀 또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멀티버스 세계관에 대한 소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드라마 <로키>는 마블 영화 시리즈에서 다루어왔던 '로키'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앞으로 마블 시리즈에서 풀어나갈 다중우주 세계관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둔다. 작중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로키' 또한 <어벤져스>와 <토르> 시리즈에서의 로키가 아닌 멀티버스 내의 '변종 로키'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로키로 간주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존의 마블 시리즈 영화에서의 캐릭터성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 한해서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로키'라는 이름과 인물의 외형만을 이용했을 뿐 아예 다른 캐릭터나 다름없는 데다가 TVA, 멀티버스, 탬패드, 리셋 차지와 같은 새로 등장한 설정적 요인들을 설명하기 위한 시리즈의 첫 단계 정도에 머문다. <로키>를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는 본격적으로 '멀티버스'의 개념을 풀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페이즈4에 접어든 마블 작품들을 앞으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세계관 설명에 큰 비중을 두다보니 기존의 '로키'가 가진 캐릭터성의 매력이 배제되는 것은 물론 인물의 서사 역시 뚜렷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들의 난립

 결론부터 말하면, 어렵고 복잡하다. 애초에 비현실적인 개념을 밑바탕으로 두었기에 받아들이면 그만이지만, '시간'과 '우주'라는 거대하면서도 막연한 대상들은 이해의 여부를 떠나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조차 쉽지가 않다. 깊게 이해를 하고자 하면 어렵고 복잡한 내용들의 결합에 골치가 아플 것이고, 스토리를 단순하게 수용하고자 하면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처럼 보여 몰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로키>는 6회 내내 높은 집중력을 요하면서도 계속해서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들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전 시리즈와는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감상하는 것을 유도한다. (그 과정이 너무 머리 아프다.)

즉, 더 이상 가벼운 오락물로서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 특히 6화에 나온 31세기의 과학자 '남아있는 자(조너선 메이저스)'가 나오고부터는 말장난 같은 대사들이 반복되며 더욱 혼란을 가중시킨다. 물론 '실비'가 대쪽 같은 태도로 결말을 지으며 다음 시즌 및 멀티버스 세계관의 본격적인 도래를 화끈하게 예고했지만...복잡한 개념들을 설명적 대사로 때우려는 작법과 마블 자체적으로도 완공되지 못한 듯한 설정들 탓에 그 어떤 마블 시리즈 작품들보다 재미가 부족하고, 지루하다.

다양한 로키의 등장, 그리고 실비

  <로키>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는 여러 인물로 분화된 '로키'들의 등장이다. '톰 히들스턴'이 맡은 '로키'와 함께 메인 주인공급 활약을 한 여자 로키 '실비'는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로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온갖 사건들에 대한 기폭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로키' 다음으로 가장 돋보여야 할 캐릭터임에도 배우의 문제인지 크게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로키' 본체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로키'와의 공통점을 갖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아예 다른 인물이다. 결핍이 있다는 것, 거짓말을 좀 많이 한다는 점만이 닮아있는데, 단지 그것만으로 '로키'가 그녀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나르시시즘에 의한 자연스러운 사랑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가장 기대했던 캐릭터였는데, 6화를 모두 감상할 때까지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페이즈4의 멀티버스 떡밥 투척 완료

 작품의 완성도, 재미와는 별개로 일단 떡밥은 모두 던졌다. 실비로 인해 오래 전 닫아놓았던 멀티버스의 세계가 열려버렸고, 안정적으로 구축되었던 우주의 시간대는 수많은 대체현실로 분화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드 오브 매드니스><앤트맨과 와스트: 퀀터매니아>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멀티버스 관련 개념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모두 끝마쳤고, 페이즈4의 빌드업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는 성공적이다. 다만 이와 같은 시리즈의 탄생은 작품 자체의 흥미와 완성도를 챙기기 보다는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기 위한 단계적 발판 정도로만 여겨지는 작품들의 탄생을 야기할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로키> 또한 시즌2를 예고했는데, 시즌2가 공개되기 전까지의 마블 시리즈가 '멀티버스' 관련 사건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달라질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파이어버드 (Firebird,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