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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Nov 24. 2021

[디즈니+] 팔콘과 윈터솔져

2대 캡틴 아메리카의 본격 데뷔전 (디즈니 플러스/마블 드라마)

팔콘과 윈터솔져 (2021)

연출: 카리 스코글랜드

출연: 안소니 마키, 세바스찬 스탠, 에밀리 반캠프 등

장르: 슈퍼히어로, 액션

방영횟수: 6부작

국내 공개일: 2021.11.12

블립 이후 어수선한 세상, 캡틴의 빈자리

타노스로부터 세상을 구하고, 핑거스냅으로 사라졌던 사람들을 모두 되돌아오게 했지만 갑작스런 인구의 변화로 세상은 혼돈 그 자체다.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퇴장을 하고 어벤져스 멤버들도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샘 윌슨(팔콘)'은 묵묵히 작전을 수행하며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일을 수행한다. 그는 스티브로부터 넘겨받은 방패를 미국 정부에게 기증하며 캡틴 아메리카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한편, 타노스와의 결전 이후 국가로부터 사면을 받은 '버키'는 심리치료를 받으며 속죄의 의미로 '변상' 활동을 하며 마음에 진 빚과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각자의 힘듦이 있지만 '샘' '버키' 모두 가족 혹은 친구와 일상에 안착하려던 찰나에 아나키스트 집단 '플래그 스매셔'가 유럽 각지에 출몰하면서 두 사람은 함께 이들을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샘의 의도와는 달리 뜬금없이 정부에 의해 2대 캡틴 아메리카로 선정된 '존 워커'가 등장하여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조연에서 주역으로, 드디어 빛을 발한 팔콘의 존재감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한 마블 드라마들은 그동안 마블 시네마틱 스튜디오 시리즈에서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와 같은 주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조연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다루며 잠재된 매력을 끌어내고,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부여하고 있다. 대규모 반전을 선사한 <완다비전>은 슬픔으로 가득한 '완다'의 서사에 설득력을 더했고, <로키>는 멀티버스와 TVA라는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소재를 던졌다. <팔콘 앤 윈터솔져>에서 투톱 주연으로 나선 '팔콘''윈터솔져'는 앞서 언급한 '완다' '로키'보다 더욱 존재감이 미미했던 인물들이다. 특히 '팔콘'의 경우, 어벤져스의 주요 캐릭터들과 많이 얽힌 적이 없고 늘상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머물러 있어 페이즈3까지는 그의 진가를 알기 어려웠다.

 <팔콘 앤 윈터솔져>는 확실히 '팔콘'의 존재감이 크게 돋보이는 드라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끝났을 때만 하더라도 스티브가 팔콘에게 방패를 넘겨준 장면에서 왜 후임을 샘으로 택했는지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궁금증을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말끔하게 해소한다. 

화려한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스케일

 <팔콘 앤 윈터솔져>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MCU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의 액션신들을 첫회부터 선보이며 MCU 팬들의 마음을 들끓게 한다. 팔콘이 주도하는 첫회의 공중 액션신은 작중 최고라 봐도 무방하다. 아무래도 <로키>와 <완다비전>은 세계관과 캐릭터에 집중하다보니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혈청을 맞은 여러 명의 '슈퍼 솔져'를 상대해는 게 주된 스토리인만큼 액션신이 거의 매회 등장한다. 화려하게 포문을 연 첫회의 공중 액션신과 와칸다에서 제작한 수트를 입은 '팔콘'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데뷔전을 치른 마지막회의 전투는 확실히 볼만하다.

 다만, 액션신에서 팔콘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간 탓인지 '윈터솔져'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버키 역시 혈청을 맞은 슈퍼솔저와 다를 바가 없는데, 1:1 격투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전보다 너프된 듯한 느낌을 보인다. 확실히 세뇌에서 벗어난 상태일 때 파워가 떨어졌던만큼 과거 빌런으로 출연했을 때처럼 가차없는 전투 장면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팔콘과 윈터솔져의 버디 액션물임에도 비중이 고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버키의 경우 심리적인 변화와 성장 측면에 좀 더 집중을 하면서 밸런스 조절을 한 듯하다.

난민과 인종차별, 무거워진 주제

 <팔콘 앤 윈터솔져>는 단순히 히어로들의 서사만을 주목하기 보다는 핑거스냅 이후에 찾아온 다층적인 문제들을 함께 다루면서 더욱 무거운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5년간 사라져있던 인구 절반이 다시 나타나면서 급격한 인구 증가로 세계는 혼란에 빠졌고, 주인 없던 집에 다시 주인이 돌아오면서 밀려나게 된 난민들이 생겨났다. 극의 빌런으로 분한 집단 '플래그 스매셔'는 이러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대표하는 아나키스트인데, 이들의 서사를 다룸으로써 히어로들의 활약상 뒤에 가려져 있던 일반 시민들의 고통으로 사실상 처음으로 조명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히어로들이 타노스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과정에 몰입했던 관객들은 히어로들의 승리에 환호를 질렀겠지만 이들의 승리가 평화로 직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플래그 스매셔'가 등장하게 된 계기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들을 혼란에 빠진 세상을 구하려는 안티 히어로가 아닌 집단 테러리스트로 그리면서 개연성을 떨어뜨린 부분은 아쉬운 지점이다. 특히 맹목적으로 난민을 지키기 위해 대형 범죄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칼리 모건소'는 매순간 언행불일치를 보여주며 약자들을 위한 리더로는 한없이 부족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심지어 무엇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무지성으로 테러만을 도모하다 '샤론 카터'에게 작전이 저지되는 결말은 안습할 정도. 빌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본작의 가장 큰 단점이다.

 잊혀진 과거의 흑인 히어로, '아이재아'를 등장시킨 것은 작년부터 미국을 둘러싸고 큰 논쟁거리가 되었던 '조지 플루이드 사건' 그리고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연관성을 가진다. 그동안 '블랙 팬서'는 물론 '팔콘'까지 흑인 히어로들의 인종 정체성에 대한 스토리를 크게 부각한 적은 없는데, 백인 히어로와 명확하게 차별되어왔던 역사 그리고 금발의 벽안을 가진 백인을 2대 '캡틴 아메리카'로 내세우려는 정부에게서 고질적인 인종차별적 행태를 찾아볼 수 있다. '존 워커'가 살인을 저질러 캡틴 아메리카의 자격이 박탈 되고, 샘이 스스로 방패를 가져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등극하는 결말부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맥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일반 시민도 아닌 업적을 가진 슈퍼히어로에게까지 인종차별의 문제를 투영함으로써 사회고발적 메시지를 담고자 한 듯하며 '아이재아'의 명예를 회복시킴으로써 스티브와는 또다른 길을 걷게 될 팔콘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동안 아무 언급이 없었던 '아이재아'의 등장과 처음으로 깊숙이 다루는 인종차별 소재 때문에 당황스러운 관객도 있었을 듯하다. 여섯 편의 짧은 에피소드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다보니 전달력이 부족했던 면도 있다.


사진 출처: 마블 스튜디오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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