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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Nov 25. 2021

엔칸토: 마법의 세계 (2021)

재능만으로 정의될 수 없는 특별한 가족 (디즈니 애니메이션/뮤지컬)

엔칸토: 마법의 세계 (2021)

감독: 바이런 하워드

출연(성우): 스테파니 베아트리즈, 존 레귀자모 등

장르: 애니메이션, 뮤지컬

러닝타임: 109분

개봉일: 2021.11.24

누구보다 특별한 마드리갈 가족

 콜롬비아 한 마을의 '마드리갈' 가족은 모두가 마법을 쓸 줄 아는 특별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터전을 옮긴 후 할아버지의 희생으로 기적을 선물받은 할머니 '아부엘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손들을 성장시켰고, '까시따'라는 마법의 터전과 함께 마을을 풍요롭게 일으켜세웠다. 아부엘라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는데, 그 중 딸 '훌리에타'에게는 가족 중 유일하게 마법의 재능을 부여받지 못한 '미라벨'이라는 막내 딸이 있다. 세상을 꽃밭으로 만들 수 있는 첫째 '이사벨라', 건물을 들어 거뜬히 옮길 수 있는 괴력을 가진 둘째 '루이사'와 달리 아무런 능력이 없는 미라벨은 가족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던 그는 본의 아니게 평화롭던 가정에 조금씩 혼란의 불씨를 키워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숨겨진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나선다.

<코코> 못지않은 아름다운 영상미

 <엔칸토: 비밀의 세계>는 여러모로 디즈니의 <코코>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다. 가족에게 언급이 금지된 존재와도 같았던 '브루노'에 대한 오해를 필두로 가족 공동체와 개인에 대한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역시나 가족에 대해 오해를 품는 데서 사건이 시작됐던 <코코>와 닮아있으며 화려한 영상미와 형형색색의 영롱한 색감, 그리고 신나는 뮤지컬 넘버들은 <코코> 못지않게 아름답다. <모아나> 'How Far I'll Go'<코코> 'Remeber Me'처럼 귀에 쉽게 꽂히는 대표적인 사운드트랙은 부재하지만, '린 마누엘 미란다' 감독의 음악 디렉팅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수많은 시각적 요소와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며 마치 축제와도 같은 장면들을 수없이 연출한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약간의 빈약함이 있지만, 그 아쉬움을 비주얼적인 요소가 충분히 채워준다.

가족의 화합을 의미한 보금자리와 기적

 마드리갈 가족의 보금자리인 '까시따'와 집을 환히 밝히는 촛불은 곧 가족의 화합을 의미한다. 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할머니 혼자 어린 세 아이를 키워야 했던 상황에서 가족의 평안을 위해 주어진 기적이었으며 위기를 극복한 가족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빛나는 불씨였다. 집의 붕괴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목적으로 결국 선을 넘어버린 할머니로 인해 가정의 평화가 깨졌음을 뜻하는 것이며 오히려 갈등의 싹으로 찍힌 미라벨은 까시따의 붕괴에 직접적인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집에 조금씩 금이 가고, 가족들에게 불안정한 심리가 찾아왔던 것 또한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가족들이 '미라벨'을 타박하고 소외시키며 심리적으로 방치했기 때문에 가족의 평화를 지킬 수 있게끔 미리 주의를 주었던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모두의 것이 될 수 없는 나만의 재능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콜롬비아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탓인지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괜히 오프닝 뮤지컬 넘버로 가족을 소개하는 곡을 택하고, 똑같은 가사를 수없이 반복하는 게 아니다. 주인공인 미라벨에 가려져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다뤄지지는 않지만,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느끼는 각자만의 내적 갈등을 모두 다루며 양쪽의 입장을 모두 전하고자 한다. 

 특별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아무런 재능 없이 태어난 사람에 비해 당연히 주변인들이 그에게 갖는 기대도 클 것이다. 누구보다 강할 것 같았던 미라벨의 언니 '루이사'의 멘탈이 무너진 것도 모두 그를 치켜세워주는 듯하지만 그 안에 내재된 중압감이 자신의 내면을 압도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미라벨은 특별한 능력이 없는 제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가지만 누구에게도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즉, 누가 보아도 재능이 많은 쪽이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 것 같지만, 누군가를 하나의 사람으로 봐주지 않고 재능과 동일시한다면 그 사람은 마냥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매번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야 하고, 마을을 지킨다는 공익의 목적만으로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매일 같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재능이 여러 명의 것이 될 수는 없다. 미라벨도, 그의 언니들도,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자신의 능력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때 비로소 그들이 원하는 마법의 세계가 찾아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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