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에서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독립영화/박세진/한국영화)
감독: 박소진
출연: 박세진, 규원, 오지영 등
장르: 가족, 드라마
러닝타임: 75분
개봉일: 2021.11.25
동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희주(박세진)'는 끔찍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방문을 걸어잠근 채 스스로 히키코모리가 된다. 그녀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본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하(규원)'를 알게 되고, 그로부터 자신을 칭찬하고 자신감을 얻는 방법을 조금씩 배운다. 동하로부터 펜둘럼을 이용한 자기최면 방법을 알게 된 희주는 일 년의 고립 끝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지만, '해영(이민영)'을 비롯한 가해자 무리가 또다시 그 앞에 나타난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희주의 어머니를 타깃 삼아 더욱 악랄하게 희주의 숨통을 조여온다. 그러나 희주는 더 이상 당하고만 있던 일 년 전의 약한 소녀가 아니었다.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준 최면을 역으로 이용하여 악의 고리와도 같은 존재들을 끊어내려고 하는데...
(스포일러 O) 희주는 최면을 이용하여 해영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끔 만드는데 성공한다. 결국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면에 갖고 있던 악을 끄집어낸 셈. 앞서 희주는 어른을 두 가지 종류로 구분지었다. 주인과 노예. 이 관계성은 자신을 노예부리듯 괴롭히던 해영과 자신의 관계를 비유한 의미이기도 했다. 해영이 사라진 이후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라는 고민을 하던 희주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직접적인 살인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사실상 살인에 가까운 행동을 저질렀기에 희주 또한 완벽한 선을 상징하는 인물로 볼 수 없다. 주인을 없애버린 노예는 스스로가 누군가의 주인이 되려 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주인도 노예도 아닌 자유로운 상태를 누림으로써 어른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GVⅠ) 연필깎이, 그림, 펜둘럼 등 상징적 소재를 활용하여 색다른 연출법을 시도하려고 한 흔적은 돋보이나 전개 자체는 전반적으로 불친절하다. 삭제된 장면이 여럿 존재하는 것인지 인물들의 행동 변화가 섬세하게 묘사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 또한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감독님과의 GV에서 극중 연필재가 위로 올라가는 장면이 이야기의 전개 흐름이 바뀌는 것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그렇게나 중요한 의도를 보여주기에 해당 장면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GV Ⅱ) '희주'를 괴롭힌 가해 학생 세 명이 등장하지만, 두 명의 학생은 사실상 방관자에 가까웠고 해영이라는 인물 혼자 희주를 끝없이 괴롭힌다. 해영은 가출 청소년인 데다가 자신을 신경 써주는 부모도 없고, 먹고 살기 위해 나쁜 짓을 저질러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풍족한 가정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희주가 싫었을 수 있다. GV에서 '해영'을 연기한 배우 분과 감독님께서는 해영이 일차원적인 악인으로 그려지기보다는 해영이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해영은 그냥 지독한 악마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쓰레기 같은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해영이 어떠한 의도를 가졌건 간에 학폭 가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터뷰 말씀과는 달리 캐릭터의 입체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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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 글은 제작사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서
영화 관람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