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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글이 Jun 30. 2023

입맛 급상승! 깍두기볶음밥

코로나,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서

봄이 왔음에도 이상하게 추웠던 작년 3월의 어느 날, 내게도 것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이게 뭐?... 나 어째? 그렇게 조심했는데. 마스크를 피부처럼 달고 다녔는데. 내가 지금 맥없이 있을 때가 아니야. 먹을 거부터"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에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식재료가 있어 다행이었다. 돛단배처럼 홀로 격리를 시작한 내 몸은 멀쩡하다가 이틀째 되던 날 새벽에 갑자기 열이 끓어올랐다. 아파 죽겠는데 잠은 어찌나 쏟아지던지.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 잠을 청했다. 깨어나면 이승 아니면 저승이겠거니 하면서.



다음날. 난 해열제 덕분에 살아서 일어났지만, 입맛을 잃어 도로 눕고  말았다. 밥이 모래처럼 느껴지는 게 이런 거구나. 이건 식빵이 아니고 고무지우개인 건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입맛 떨어짐이 고열에 시달리는 것보다 끔찍했다.

온종일 물만 마시며 지구핵까지 추락한 입맛을 우주로 쏘아 올린 음식은 시어 꼬부라진 깍두기로 만든 볶음밥이었다. 뭔가는 먹어야 해서 대충 만들었을 뿐인데.

그때 이후로 깍두기가 떨어지지 않게 담가 푹푹 익히고 있다. 너무나도 고마운 입맛 지킴이. 오늘 한번 들들 볶아 먹어야겠다.

 


푹 익은 깍두기로 볶음밥을 하면 묵은 양념맛이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깍두기를 물에 헹궈 양념을 씻은 뒤 잘게 썰어보자.

코로나 상황에서 깍두기와 같이 볶을 걸 찾다가 햄과 파프리카가 눈에 들어왔다. 맛의 조화가 괜찮아 쭉 쓰고 있는데, 이건 기호에 따라 버섯이나 호박 등을 써도 되겠다.

난 볶음밥 재료를 많이 넣는 편이다. 밥 한 공기에 재료를 같거나 많이 넣고 있으니, 도 나만의 입맛 스타일대로 조절해 보자.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마늘 넣고 살짝 볶다가 햄부터 넣고 노릇하게 볶는다. 이후 깍두기 넣고 1~2분 정도 볶기. 깍두기는 씹는 맛이 생명이므로 오래 볶지 말고 중간불에서 후다닥!


밥 한 공기를 넣고 재료와 잘 섞은 다음 프라이팬 한쪽으로 몰아준다.

프라이팬 가장자리에 진간장 한수저와 올리고당 반수저 넣고 살짝 졸이기. (진간장을 졸여서 볶음밥을 하면 풍미가 좋아진다)


이제는 신나게 볶을 타임! 센 불에서 간장과 재료가 잘 섞이도록 볶아준다. 이때 맛보기하고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채운다.

깍두기와 더불어 아삭한 식감을 선사할 파프리카는 불 끄기 직전에 넣어 잽싸게 볶는다. 깨소금, 참기름으로 마무리하면 완성.



코로나 걸려 입맛  잃었을 때. 깍두기볶음밥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나서 웃음이 나왔더랬다. 이게 뭐라고.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게 나를 살리나 싶어 그랬다.

이것 덕분인지 몸이 회복되는 건지 남은 격리 기간에 입맛이 폭발했다는. 냉장고 파먹기에 열중하다 포동포동 살쪄서 세상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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