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이 중요한 만큼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데 혼자 산다고 너무 안 챙겨 먹었어. 이제부터 내 손으로 밥하고 반찬 해서 무조건 먹는 거야. 아침밥!!"
그때 자주 올린 반찬이 뭐였더라. 케첩이불을 덮은 비엔나소시지 구이, 빳빳해서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 어묵볶음, 머리는 아삭하고 꼬리는 물컹한 콩나물무침 정도 되겠다.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메뉴 구성이었지만, 밥상 차리는 아침 풍경이 사람 사는 것 같아 즐겁고 기운이 불끈 솟았다.
매일같이 반찬과 밥을 차리는 대신 가끔은 간단 메뉴로 배를 채우곤 한다. 누룽지와 더불어 즐겨 먹는 게 귀리를 압착한 오트밀이다.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건 1년 정도로 얼마 안 된다.
오트밀을 뜨거운 물이나 우유에 불려먹었는데,처음엔 축축한 신문지를 씹는 것 같아 이게 뭔가 했었다. 그러다 끓였더니 먹을 만해서 죽을 만들어 먹곤 한다.
그냥 먹기 심심할 땐 채소, 참치, 치즈, 김치 등 다양한 식재료를 추가해 배를 채우고 있다. 오늘은 된장을 넣어 끓여볼까 한다. 구수하게~
오트밀된장죽에 건새우를 넣으면 잘 어울린다. 여기에 호박과 양파도 다져 넣기로 했다. 오트밀은 종이컵 하나 분량으로 준비했다. 채소와 건새우는 한 줌씩.
된장물은 오트밀의 3배 정도가 되게 준비한다. 분량(종이컵 3개)의 생수에 된장을 한수저 풀어주기. 집된장을 죽에 넣으면 향과 맛이 강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순한 마트용 된장을 사용했다. 장국에 쓰이는 미소된장이 있다면 대신 넣어도 된다.
약한 불에서 건새우를 볶아 비린내를 날려준다. 새우 껍질이 허옇게 되면 된장물 넣기. 마지막에 남은 된장찌꺼기는 안 넣었다.
이어서 오트밀을 넣고 중간불에서 익힌다. 오트밀은 된장물이 끓기 시작하면 금방 풀어져 되직해지기 때문에조리 시간이 길지 않다. 눌어붙지 않게 젓다가 호박과 양파 넣기.
난 씹는 맛이 좋아 채소를 넣고 2~3분 정도 있다가 불을 끈다. 푹 익은 게 좋으면시간 조절을 해도 된다. 맛보기 하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먹기 직전에 참기름, 깨소금 약간 넣기.
종이컵 하나 분량으로 죽을 끓이면 두 번 나눠 먹을 양이 나온다. 반찬이 필요 없다. 죽 한 공기만먹어도 든든하다.
난 술을 못 마시지만 오트밀된장죽을 먹을 때마다 술 마신 다음날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 공복에 먹어도, 술 마셔 부대끼는 속에 먹어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한 끼 식사. 건새우 감칠맛과 된장의 구수함이 찰떡궁합이다.
함께 살았던 친할머니는 정정하게 사시다 103세 되시던 해에 돌아가셨다. 난중년이 되면서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무엇인지 되짚어 보곤 한다. 비싸고 화려한 보약이나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었다. 장수 비결은 삼시세끼 꼬박꼬박 먹고, 과식하지 않고, 잠자는 시간 외에 몸을 항상 움직이며 생활하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손주들이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정말 싫어하셨다. "사람이 아침을 먹어야 움직이지~ 한 숟갈이라도 먹고 나가!" 하시면서.
그런 말씀을 왜 하셨는지 나이가 들어보니 알 것 같다. 잘 먹고 기운 내서 살아야지. 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