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셔! 처치곤란 자두의 변신

잼부터 초간단 식빵파이까지

by 띵글이

"아아악!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셔. 살면서 이런 자두 첨이야. 너무 셔. 이와 잇몸이 분리되는 것 같아."

난 과일귀신이다. 과일은 종류를 불문하고 정말 좋아하는데, 좀 맛없어도 그렇거니 할 정도로 과일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 근데 얘는 좀 심했다. 달콤함은 한 꼬집도 없이 극강의 신맛을 앞세워 미각을 강타한 자두. 한입 베어 물고 깜짝 놀라 던질뻔했다는.



정 떨어지게 맛없는 과일들로 수 있는 걸 찾자면 주스, 과일청, 잼 등 여러 가지다. 난 식빵을 즐겨 먹어 잼을 주로 한다. 냉동 블루베리나 딸기, 복숭아, 귤, 사과에 이르기까지 잘 안 먹어지거나 맛없는 과일에 설탕 꽤나 쏟았더랬다. 오늘의 주인공인 자두는 정말 역대급인 것 같다. 얼른 만들어야지. 잼잼!



식초밭에서 자란 듯 시어 빠진 자두의 껍질을 벗겨 씨를 발라 잘라준다.

설탕은 잼에 단맛을 부여하는 것과 더불어 보존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오래 두고 먹을 거라면 설탕과 과육의 비율을 1:1로 맞추는 게 좋다. (언젠가 딸기 3박스 사서 잼을 만들었는데, 덜 달게 먹으려고 설탕 적게 넣었다가 과육이 발효가 된 건지 시큼해서 버렸다는)

이번 자두는 용기 빼고 520g 정도 나왔다. 졸여 놓으면 양이 적어 빨리 먹을 것 같아 설탕을 200g만 넣기로 했다. 설탕이 충분히 녹도록 자두와 잘 섞어준다.


설탕에 버무린 자두를 웍에 넣고 졸여 본다. 중간불에서 자두가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조절. 중간중간 떠오르는 거품을 걷어내며 눌어붙지 않게 저어준다.

뭉근하게 졸이다 보면 자두 과육이 저렇게 풀어진다. 맑은 설탕물이 보이지 않을 때, 묽은 호박죽 정도가 되면 불 끄고 충분히 식히기.


온기 없이 식혀주자 점도가 빵에 발라먹기 좋게 변한 자두잼. 320ml 용기 하나에 다 들어가니 많이 줄긴 줄었다. 근데 저 자두가 신맛이 강하긴 한가보다. 설탕에 조렸는데도... 향은 참 좋은데...

널 어떻게 해서 먹으면 좋겠니. 320ml 자두잼아!?



자두잼으로 파이를 만들어 좀 색다르게 먹어볼 생각이다. 어렵지 않다. 우선 식빵 2개 가장자리 잘라 밀대로 밀어 납작하게 만든다. (식빵은 우유식빵이 잘 밀린다)

파이 덮개가 될 빵에는 칼집을 내야 안쪽까지 열이 골고루 전달된다. 난 과자 모양틀이 있어 하트 뿅뿅 남겨보았다.


설탕 범벅에도 신맛이 강한 자두잼에 사과를 조금 다져 넣기로 했다. 저 사과도 푸석하고 맹탕이라 냉장고 속에서 쭈글쭈글했었는데 이참에 먹어본다.

파이에는 보통 시나몬가루가 들어가지만 난 별로라 뺐다. 입맛에 맞다면 조금 섞어보도록 한다


계란물을 골고루 바른 식빵 위에 속재료를 올린 다음, 하트 뿅뿅 덮개를 올려 가장자리를 포크로 꾹꾹 눌러 준다. 하트 속으로 보이는 자두잼과 사과의 모습. 그냥 먹어도 되겠지만 굽자.

덮개에 계란물을 꼼꼼히 바른 식빵파이를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70도에서 10~15 돌린다. 빵 구움색이 노릇해지는 걸 살펴보며 시간 조절하기.


잘 구워진 파이. 슈거파우더를 솔솔 뿌렸더니 그럴싸하다.



사과와 자두잼의 조화가 은근히 좋아 다행이다. 맹탕 사과가 자두 신맛도 떨어뜨리고 씹는 맛도 살려 열 일했다. 파이 한 번 더 굽고, 식빵에 바르면 잼 다 먹을 듯. 플레인 요거트에도 섞어 볼까 한다.

그나저나 잼부터 파이까지 과일 하나 잘못 사서 일이 너무 커져버린 것 같다. 갑자기 밀려오는 이 피곤함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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