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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글이 Jun 16. 2023

독립! 미역국에 밥 한 술

진득한 국물을 뽑아내기까지

서른 살 생일을 치른 그해, 나는 작은 원룸에 이삿짐을 풀었다. 그때는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라면 하나도 제대로 못 끓이는 수준이었던지라 꼬박 한 달을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남이 해준 음식에 지칠 대로 지쳐 끓인 것이 미역국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될 것 같아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도전했지만.




나홀로 밥상에 처음 올린 미역국은 모양과 맛 모두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국에서 시궁창 냄새가 스멀스멀? 까딱하면 미각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최애 음식을 집에서 해 먹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앞서 인터넷 요리 고수들의 노하우를 열심히 보고 베끼기 시작했다. 국간장도  바꿔보고, 마늘양도 조절하고, 참기름 샤워시키며 미역부터 달달 볶고, 약한 불에서 한약 달이듯 끓여보고... 

불린 미역과 씨름하며 열심히 볶고, 끓이기를 반복했다. 주방신이 감동하셨을까. 괴상한 맛으로 출발했던 미역국은 밥 말아먹기 좋을 정도로 변해갔다.




나의 미역국 제조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다. 참치액은 정말 사랑스럽다. 텁텁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우수한 맛 내기 일등공신으로 끓이고, 볶고, 무치는 음식에 두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끓이지 않아도 맛있는 국물맛을 내기 위한 과정을 추가해 보기로 했다.


불린 미역(밥공기 하나)에 참치액과 다진 마늘을 한 수저씩 넣어 일종의 밑간을 해서 무치는 것이다. 이때 미역에서 끈적한 점액이 나올 정도로 바락바락 무치는 것이 포인트!



들기름  또는 참기름을 둘러 열을 올린 냄비에 미역을 넣고 달달 볶은 다음 맹물을 넣는다. 센 불에 끓이다가 국이 펄펄 끓으면 약한 불로 조절해 15분 정도 끓이면 완성! (참치액이나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맞추기)



물에 빠진 고기를 싫어해 우리 집 미역국은 늘 허전했다. 밑간을 먼저 하고 바락바락 무쳐 끓이는 과정을 추가했으니, 사골국처럼 뽀얗고 진득한 국물맛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코로나 걸려 자가격리 했을 때, 저 미역국을 한솥 끓여 보약 먹듯 마시며 원기회복을 하기도. 내게는 여러모로 특별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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