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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글이 Jun 18. 2023

밥도둑! 반짝반짝 진미채무침

볶지 않고 무쳐서 윤기 더하기

반찬가게 음식들이 밥상 위를 수놓았던 '요리 신생아' 때  출석도장을 찍던 반찬가게 있었다.푸근한 인상의 사장님 솜씨가 어찌나 좋았던지. 그곳은 진미채볶음이 특히 맛있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해 한번 가면 여러팩 사다가 먹곤 했다.

사장님이 개인사정으로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했을 때 앞치마 자락을 붙잡고 가지 말라 울뻔했다. 비엔나 소시지나 겨우 튀기는 형편인데...  그곳만큼 맛있는 진미채볶음은 찾을 수 없어 더 슬펐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먹고 싶으면 배워서라도 해야지.



진미채는 매콤 달달하게 볶아도, 오이 넣고 새콤하게 무쳐도, 그냥 마요네즈에 찍어도 맛있는 참 매력 있는 식재료이다. 나는 고추장 양념 묻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게 쉬운 듯해도 직접 해보면 맛을 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고추장 양념에 진미채 넣고 볶다가 새까맣게 태워먹었던 경험이 풍부하다. 어떻게 하면 진미채에  빨간 빛깔과 윤기를 입힐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볶지 않고 무치기로 했다.



우리 집은 진미채를 냉동보관한다. 찬기운을 먹은 진미채를 바로 조리하는 게 아니라 수분부터 날리는데, 볶지 않고 무치기 때문에 이 과정이 필요하다.


먹기 좋게 자른 진미채(160g, 두 줌 정도)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돌리고, 털어주듯 수분을 날린다. 이걸 다시 전자레인지에서 1분, 수분 날리기  순서로 총 3회 반복한다. (상온보관한 것은 40초 정도 돌리기를 반복)


가정마다 전자레인지 출력이 다를 수 있으니 수분 날리기 할 때 진미채가 타지 않게 상태를 잘 살펴보며 시간과 횟수를 조절하자. 노릇노릇한 기운이 있으면 꺼내서 식히기. 이 상태에서 마요네즈 갖고 TV앞으로 가면 훌륭한 간식되시겠다.



양념장은 진미채에 바로 넣고 무치지 않고 살짝 졸여서   넣도록 한다. 나는 멸치, 진미채 등 건어물 볶음에는 음식에 윤기를 더하는 조청으로 단맛을 낸다.

(어른수저) 고추장 1, 조청 또는 물엿 1 수저 반, 맛술 2, 진간장 반수저


기름을 충분히 두른 팬에 마늘 수저 넣어 볶은 다음

양념장을 넣어 아주 약한 불에서 타지 않게 볶듯 졸여준다. 진미채에 색을 더하고 싶으면 고춧가루를 취향껏 넣어도 된다.

완성한 양념장을 식히면 위에 기름이 분리된다. 이 기름층을 걷어내고 밑에 가라앉은 양념만 쓰도록 한다.



버무림의 시간이 되면 기분 좋아서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내 입맛에 맞는 반찬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성취감도 크다. 참기름 코팅과 깨소금 탈탈로 마무리하고 밥상을 차려본다.


쌀독을 채우듯, 흐름 끊기지 않게 만들어 놓고 있는 밥상 위의 터줏대감 진미채무침.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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