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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작가 Aug 09. 2023

우연이라는 게 있을까요?

우연과 운세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저는 ‘우연’같은 일들을 참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 일어나는 것에는 그 감동과 자극이 무디잖아요.

좋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정된’ 일에 느끼는 기쁨과 행복한 기분은 어쩌면 제한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저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을 즐기는 편이고, 그것은 계획적이라는 말의 반대인 ‘즉흥적’이라거나 ‘충동적’이라는 말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대학 학부생 메일의 앞부분은 ‘serendipity’라는 단어로 시작하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 중 하나입니다. ‘뜻 밖의 기쁨, 행복’이라는 의미이죠.

갑자기 누군가에게 오는 연락, 또는 어떠한 상황, 다급하게 놀자고 연락하는 친구들, 예상치 못했던 일과 기회들이 나타났을 때, 저는 그 상황을 즐기곤 합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갑자기’, ‘우연’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안 된 따끈따끈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년 연말의 일이 떠오르네요.


작년 빼빼로 데이에 친구들의 빼빼로를 잔뜩 사서 캠퍼스로 들어가는 길에 302번 버스를 탔고, 오랜만에 기사님들 중 유일하게 늘 학생들이 뛰어오면 기다려주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넌센스 퀴즈를 내고는 별사탕을 주시던 기사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지금이 아니면 감사했던 마음을 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친구들의 것은 다시 캠퍼스 내에 있는 편의점에서 구매하기로 결심하고, 내리기 직전, 기사님께 늘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몇 팩의 빼빼로를 건네드렸습니다.


기사님의 입장에서 이런 빼빼로 선물은 우연히, 갑자기 일어난 것이었겠지만 그것은 정말 우연이었을까요?

당연히 아닐겁니다. 늘 대가 없이 학생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셨던 기사님께 언젠가 감사를 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수많은 학생들 중 한 명의 행동이 ‘빼빼로 데이’라는 기회를 잡았을 뿐이니까요.


우리는 우연을 가장한 무수한 필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멕XX나 치킨 단골인 저와 제 친구는 배달 주문을 하지 않고, 늘 홀에서만 먹다 보니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멕XX나 직원 분들과 서로 인사를 건넸고, 반 년 쯤 전부터는 꼭 서비스를 주십니다.


이런 서비스는 단순히 ‘단골’이기 때문이 아닐겁니다.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전담하는 그 치킨집에서 우리는 늘 그분들께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네고, 남들처럼 고성방가를 일삼으며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으며, 식탁을 최대한 깔끔히 정리하고 나가는 날들이 반복되며 쌓인 신뢰와 정 때문이겠죠.


아.. 사실 이분들이 사장님의 허락을 맡지도 않고 우리에게 늘 서비스를 빵빵히 챙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ㅎㅎ 한 번쯤 걸려서 혼나셨으려나요..?ㅋㅋ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이후의 상황과 타인의 태도를 결정합니다.

늘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에게 오는 것은 우연한 행운도, 기적도 아닙니다.

당연히 그들에게 찾아온 필연적인 ‘기회’들이죠.


우리가 늘 신독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이 자연히 드러나고, 기회는 찾아오게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뿐이고, 기회를 알아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로또에 당첨되길 원하시나요? 그것을 즐기는 당신의 본질이 로또를 단순히 하나의 즐거움으로만 여기고, 일주일 간 당신을 기대하게 하는, 하나의 취미생활에 그친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면 부디 다시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당신이 로또를 사는 몇 천원, 몇 만원으로 당신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짧은 시간들이 모여 ‘크고 확실한 행복’이 될테니까요. 쉽게 지은 모래성은 약한 파도에도 무너지지만 우리가 하루에 하나씩 쌓아올린 벽돌집은 무너지지 않는 것 처럼요.


가장 중요한 재테크는 주식도 부동산도 아닙니다.

확실한 사람에게 투자하는 시간과 돈, 노력이죠.

어쩌면 우리는 이런 ‘당연한’ 일들을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잊으려고 노력할 때도 있을 거에요.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모두가 ‘합리적인’ 삶을 살기를 적극 권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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