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 법칙은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 중 20%에서 온다는 말이에요.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잘 이해가 안되시죠?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구찌 매장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매장의 총 매출 중 80%는 상위 VIP 고객 20%에게서 온다는 말이에요.
이는 빌프레도 파레토라는 사람이 개미를 관찰하며 발견한 규칙을 인간 사회에 적용해 만든 법칙 이름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2080 법칙’이라고도 불리죠. 이 법칙이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은, 정말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하나의 공식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내가 어떤 것을 함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20%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찾았다면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누구나 깊이 생각해보면 이 법칙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옳다는 결론에 도달하겠지만, 이런 생각을 평소에 굳이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게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법칙들이 있는데 왜 뜬금없이 파레토 법칙이었냐구요?
올해 초, 전공 수업에서 우연히 등장했던 이 내용이 제가 지난 2년 동안 깨달은 것과 깊은 유사성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와 파레토 법칙
잠깐 관련된 이야기를 좀 풀어보자면, 저는 2021년 1학기에 군복학생으로 대학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약 2년 동안 몸이 멀어지며 연락이 뜸해지고, 결국 잃어버린 인간관계들이 많아서 사실상 거의 모든 인간관계를 새로 쌓아야 했어요.
저는 새내기 때, 동갑 친구들보다는 형 누나들과 놀았다 보니 복학할 때는 이미 대부분의 교내 지인들이 졸업해 있었고, 그간 연락이 뜸해져 약간의 어색함이 생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졸업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있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사람은 새로운 현실에 곧바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그 친구들은 제가 군대에 있던 2년 동안 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아무래도 그 새로운 관계들을 뚫고 제가 다시 베스트 프렌드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던 것이죠.
그 친구들에게 서운함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해야 했을 것이고, 저도 제 친구들이 군대에 가거나 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오게 되면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니까요. 이런 당연한 인간관계의 진리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습니다.(인간관계는 몇 없는 제 전문분야 중 하나거든요. 할 말이 많아서요) 어쨌든, 저는 결국 막막함을 이겨내고 새로운 인간관계들에 집중해야 했어요.
복학한 직후 1년은 정말 제가 가진 모오오오오오든 외향성을 끌어내어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야 했고, 그래서 알게 모르게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시간이었어요. 그 1년 동안, 저는 다양한 공동체에서, 그리고 수업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고, 결이 비슷하다고 느낀 친구들을 말 그대로 ‘미친듯이’ 모으려 했습니다.
얼마 전에 유행했던 말이 있었죠.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 중 자신이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친구로 ‘간택’한다는 말이요ㅋㅋㅋㅋ.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웃기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아주 외향적으로 지내온 시간들을 떠올리며, 실제로 이런 ‘간택하는’ 방식으로 외향형 인간과 내향형 인간의 교류가 시작되고, 진행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요, 저는 제 베프로 삼고 싶은 내향형 인간들을 간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꽤 많은 성공적인 일들과 실패 경험들이 있었는데, 처음엔 우선 관계성이 생긴 모든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쯤엔 굳이 필요없는 작은 관계들에는 신경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고, 깊고 넓은 관계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소수정예의 관계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실 이런 과정들이 제게 꼭 필요했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나름 신경써서 친해지려 했지만 실패했던 몇 없는 예시 중 하나인 친구 A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나는 지금보다 많은 관계들에 집중할 여력이 없고, 지금 충분히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더 많은 친구가 필요하지는 않아요.”
어느정도 친하게..?(잘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친했다고 생각합니다ㅋㅋ) 지내던 시절, 이 친구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이 저와는 정반대에 있었기 때문에 큰 흥미를 가졌고, 궁금했던 점들을 묻고 답하며 나왔던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알려드리자면, 극강의 ENFJ였습니다. 오지랖의 끝에 있었고, 제 스스로를 제외한 모두에게 신경쓰고 돌보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죠. 그 때는 그것이 제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식이었고, 분명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쏟았지만 그것에 큰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기 쑥스럽지만 ‘착한 사람’의 표본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때, 이 친구를 알게 되었고, 소수의 친구들과만 교류하는 이 친구의 방식에 굉장한 흥미를 느낀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저는 지금 그 친구가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외향적으로 살아가던 시절에는 단순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수 없이 많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부를 수 있고, 함께할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2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피상적인 관계의 ‘친구’는 몇십 명 이내로 굉장히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친한 친구’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많이 늘었습니다.
이 20%의 찐친(진짜 친구, 베스트프렌드)들이 제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며, 저 또한 이들에게 그만한 크기의 영향을 미치며 지속적으로 소통합니다. 요즘은 제 에너지와 시간, 돈이 중요하지 않은 곳에 소모되고 있지 않고, 선택과 집중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불필요한 관계들을 포함해 모든 관계에 최선을 다해보니, 정말 소모적이었고, 오히려 주변에서는 저를 ‘인싸’라고 부르던 것이 썩 반갑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여러 중요한 관계’가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리기 때문이죠. 실제로 인사를 나누는 피상적인 관계는 매우 많았지만 그 당시 제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2~3명의 찐친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수많은 얕은 관계들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내게 들어올 공간조차 없어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을 삶에 적용해보자면..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도 이 ‘파레토 법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속한 사람들 중, 자신에게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을 신경쓰며 살아가고 있어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제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지내왔던 지난 시간은 굉장히 소모적이었고, 인간관계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결국 남는 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20%의 사람들 뿐이었죠.
20%면 너무 적다고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 20%를 안전한 기반, ‘초석’이라고 명명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있어, 그것이 ‘방랑’이 아닌 ‘여행’이 될 수 있게 하는 핵심이 있다면, 우리를 지탱하는 기반과 돌아올 곳이 있는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돌아올 곳이 없이 떠도는 것은 방랑이며, 그 속에는 불안과 급박한 간절함이 있죠. 하지만, 우리가 돌아올 곳이 있고,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에 힘입어 새로운 세상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도 똑같다는 말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9명보다는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 1명에 더 마음을 쓰며 살아갑니다. 맞아요, 이미 여러 번 들어보셨을 내용입니다. 괜히 새로운 것 알려주는 척 하고 싶어서 쓰는 말이 아니라, 항상 떠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올바른 곳에 우리의 열심을 쏟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되새기실 수 있도록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또 들어보신 말을 해야겠어요. 예상하신 분도 있겠지만,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9명일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주변에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2~3명은 당신을 좋아할 것이고, 6명은 당신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없을 거에요. 그리고 단 한 명, 혹은 당신이 많은 이들이 불편하게 생각할 만한 언행을 일삼는다면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할 겁니다. 이것을 일정한 수치로 말씀드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알면 우리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거든요.
하고 싶은 말을 눈치채셨겠네요. 맞습니다,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 한 명에게 집중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들은 당신이 얼마나 좋은 일을 하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에 당신을 이유 없이 비난하거나 모함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당신에게 무관심한 6명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좋은 모습을 보일 때에는 호감을 보이다가도 돌아서는 것 또한 순식간이거든요.
이 질문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요?” 저는 쏟아지는 기사들과 그것에 달린 댓글들,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오가는 여론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점점 강화되어 갑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과 사람에 대해서는 남들이 “~라더라”하는 정보 만으로 판단하잖아요. 대부분은 그렇게 어딘가에서 들은 정보가 옳은 지에 대해 확인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우선 동조하고 보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님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예를 들어, “제로 음료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이 WHO 산하의 국제 암 연구소(IARC)에서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데, 저거 절대 사먹지마.”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죠. 해당 사건이 터졌을 때, 수많은 온오프라인 뉴스는 그러한 단편적인 내용 만을 담아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대로 믿어버렸죠. 대부분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니까요. 사실은 아스파탐이 유해한 영향을 미치려면 어마어마한 양을 매일 섭취해야 하는 정도이고, 오히려 설탕을 그만큼 섭취했을 때 생기는 신체적 이상이 더 큰데도 말입니다. (아마 지금도 그냥 그렇게 알고 있는 분이 많으실 거에요)
인간관계도 똑같습니다. 쉽게 당신을 재단하고 돌아설 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싶었어요. 당신이 무엇을 하던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당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곁에 남아있을 그 20%의 사람들에게 집중하세요. 지금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면 분명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사람마다 그 숫자는 다르겠지만요.
‘내가 당장 어려움에 처했을 때, 거리낌 없이 연락해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내가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이 누구일까?’
‘내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나에게 분명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 있었을 때, 곁에 남아있던 사람은 누구였지?’
계속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세요. 그럼 당신이 집중해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여러 기준에 의해 걸러지고 또 걸러져 당신의 믹싱볼에 소수만이 남겨질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았을 때부터 시작입니다. 음식의 재료를 알기 전에는 어떤 요리를 만들어야 할 지 가늠할 수 없지만, 모든 재료와 그 양이 어떤지 알고 난 순간부터는 어떤 것을 추가해야 할 지,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지 계획할 수 있죠. 당신에게 남은 사람들이 재료이고 자원입니다. 삶의 요리를 시작할 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