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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Jan 30. 2016

고전으로 나를 돌아보다,<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200년된 고전,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

얼마전 봤던 EBS스페셜 <자본주의> 4부에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철학들 편에서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 대해 보았다. 나는 사실 <국부론>만 들어봤지 <도덕감정론>은 생소한 책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는 현대인들도 모두 <도덕감정론>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은 <도덕감정론>의 서론을 자주 인용하는데, 이는 책의 주제와 가장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기본 바탕에는 이에 반대되는 선한 본성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운명과 처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또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기도 한다


실제로 이 책은 아담 스미스의 철학을 옮겨 말하는 것 같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공정한 관찰자라.. 나는 그 존재를 믿는다. 실제로 나는 가끔 이 '공정한 관찰자'의 존재를 떠올리곤 했다. 나태해지거나 스스로 옳지않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때, 누군가 나를 보고있다거나 나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생각하곤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단점은 잘 보질 못하고, 다른 사람의 단점이 더 눈에 잘 들어오기 마련이다. 자신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가끔은 매우 주관적인 나의 모습을 보고는, 이러면 안되지 라고 마음을 고쳐먹곤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살면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질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일부러라도 그런 시간을 갖고 싶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책을 덮고 잠깐 생각하고 글을 적거나 글을 옮겨적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공정한 관찰자로서 보이는 나의 모습을 종이에 적어보기도 했다. 이건 마치 교과서에서 배운 소설 속 전지적작가 시점에서 보는 주인공의 모습같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는 얼마전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미움받을 용기> 책의 내용도 떠올리게 됐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룬 그 책은, 타인으로부터 칭찬받고 싶어 타인의 기준에 맞춰 행동하게 되는데 그를 경계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아들러와 스미스의 이론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일부 내용에서는 유사하기도 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다시 말하면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자격을 갖추고 싶어한다. 또한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움받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한다. 다시 말하면, 미움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인간은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즉, 아무도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으로는 칭찬받을 자격을 갖추고 싶어한다. 인간은 비난받는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즉, 아무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친구들에게 비친 나의 모습이 종종 나와 다르다고 느낀 적이 많다. 이것저것 하고싶어하는 나의 모습을 '열정적'이라며, 자기들도 자극을 받는다고들 부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자신에 대해 더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나는 매우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계획 세우고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길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복적인 생활에 안정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일엔 두려움 먼저 앞서고 미루기를 좋아한다. 그런 내가 친구들에게 그렇게 '거짓 칭찬'을 받으면, 마음이 개운치않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내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혹은 실행하지 않은 나의 동기에 대해 칭찬하는 사람은 나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칭찬으로부터 어떤 만족도 얻을 수 없다.
그 칭찬은 우리에게 어떤 비난보다도 더 큰 굴욕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칭찬으로 인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반성을 하게 된다. 그 칭찬처럼 되지 못한 지금의 우리 모습에 대하여.
나는 누구인가? 가끔 나는 나를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 된다. 나 자신이 얼마나 쉽게 속는가는 얼마든지 증명해낼 수 있다. 다른 사람들도 물론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나는 아니다.'라고 착각한다. 그것도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되뇐다.
'나는 나의 민낯을 정직하게 본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야 말로 가장 심각한 자기기만이다.


스미스는 이렇듯 내면의 자아와 외면의 자아를 잘 조화시키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그가 사랑스럽지 않은데도 거짓 칭찬을 받으며 기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이 200년이나 된 고전이 맞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가 200여년 전에 말한 인간들의 본성은 현대인들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었다. 이것이 바로 고전의 힘인가 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성찰하게 만드는 힘. 고전에 대해서는 고리타분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도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읽어보고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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