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린 Mar 27. 2016

우화보다 정치적인 소설 <동물농장>

어쩌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역시 책은 여러번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다. 삼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꽤 흥미로웠는데, 이번엔 좀더 곱씹으면서 읽었다. 책의 주제나 흐름을 아니까 책 도입부에서부터 등장인물(동물)들의 성격, 대사 등으로 동물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특성들을 대표하는 것 같아 몰입하기 쉬웠다.


책 어디에서도 정치적인 용어가 나오진 않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가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를 떠올렸을 것이다. 평범했던 농장이 엄격한 사회주의 형태로 지배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지도, 힘이 많이 들지도 않았다. 그저 소수의 약삭빠른 이들이 다수의 무지한 이들을 기만해가는 과정만이 있었을 뿐이다. 소수가 다수를 불합리하게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모두가 '납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처음 동물농장에서 7계명을 발표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농장은 모두가 평등하고 동물들만의 자급자족과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은 달변가인 스퀼러를 내세워 무지한 다수를 '이해'시켰다. 지금 세상이 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으며, 기득권을 가진 자는 이 세상을 더 잘 다스리기 위해 마땅히 받을 만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 기만했다.


책을 읽는 내내 무지한 동물들이 답답했다. 글을 읽을 수 없다거나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기득권에서는 자연 제외되며, 심지어 그들로부터 부당한 명령을 받아도 그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변해가는 그들이 안쓰러웠다. 나는 그 사회가 사회주의 국가에서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무지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말도 안되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실력을 키워야 다른 이로부터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들의 성격도 하나하나 눈에 더 들어왔다. 성실한 복서,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날 용기가 없는 암말 몰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부조리함도 포장하여 설득시킬 수 있는 달변가 스퀼러, 다 알면서도 나서서 끼어들기 싫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당나귀 벤자민. 부당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성을 어쩜 동물들에게 하나하나 이입시켜 소설화할 수 있을까요. 책을 다 읽고나서야 발견한 더 놀라운 점은, 이 동물들의 캐릭터가 단순히 사람의 성격을 그린 게 아니라 당시 전체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 레닌, 무솔리니, 비밀 경찰 등의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그렸다는 것이었다. 외양간 전투, 풍차전투, 풍차 건설계획 등도 볼셰비키 5개년 계획 등의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전개된 것이란 말에 소름돋을 정도로 이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다. 정말 직접적이면서도 간접적으로 당시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능력이라니.

특히 마지막 문장이 제일 인상깊었다.
'하지만 이미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이 단순한 우화로 남지않고 지금까지 명작으로 회자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나 '청춘'으로 사는 조르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