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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Jan 24. 2016

시는 어렵지않다는 걸 알려준 책,<시를 잊은 그대에게>

가슴으로 시를 이해하는 방법

나는 항상 시가 어려웠다. 학생 때 수능을 치기위해 중요한 시어나 주제에 밑줄을 치고 암기할 때도 시는 어려웠다. 시를 읽을 때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그 주제가 '어머니의 사랑'이라 하면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수많은 시를 접하고 읽었건만, 나는 여전히 시가 어려웠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인터넷에서 좋은 글귀, 캘리그라피로 휘갈겨 쓴 문구들이 유행처럼 돌기 시작했다. 어쩜 이런 표현이 있을까 했던 구절들은 모두 시의 한 구절들이었다. 시가 궁금해졌다. 읽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서점에서 선뜻 시집을 고를 수 없었다.

얼마전부터 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십 여년 전부터 시집 판매율이 급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베스트셀러에 시집이 오른 게 꽤 반가웠다. 사실 책을 사놓고 읽기 싫을까봐 겁이 났지만, 다양한 분야에 특히 시를 이해한다는 건 내게도 매우 필요하다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시집이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일반인들이 교과서를 통해 많이 접해봤을 법한 시들을 한데 묶어 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옆에서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아니,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시를 배워온 것처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관련된 영화나 오페라, 음악 등을 떠올리면서 시의 화자의 마음을 이해해보라고 우리로 하여금 시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이 실제 대학 교양강의를 엮었다고 하니, 교수님의 강의를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고 싶기도했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

p. 45 

'별과 내가 서로 마주본다.'라는 표현이 생소했다. 지금껏 나는 내가 별을 '본다'고만 여겼지, 마주본다는 발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표현하기에 이 시가 더 특별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하물며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란 얼마나 고귀한 것일까. 그 많은 인연 중 만나게 된 너 하나, 나 하나.

p.51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 영화 <라디오 스타>

p.53
... 별이 되고 싶으면 그 별을 비추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별을 갖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그 별을 비추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57
별은, 밤하늘에 쓴 신의 시니까.


책을 읽는 내내 얼른 필사하고 싶은 시가 꽤 많았다. 그냥 한 번 읽고 지나치기엔, 필사를 하면서 다시 한번 곱씹어보고 싶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시는 머릿속에 외워두고 싶었다. 나는 그저 시를 읽었다기 보다는,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다. 화자의 입장에서 바꾸어 상상해보고, 화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 사람의 생각, 감정에 대해서 배웠다. 글로서 사람의 마음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 건지 놀랐고, 그것이 이야기가 아니라 시로서 간결하고 함축된 형태로 표현될 때 마음을 더 흔들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시는 산문과는 다르고 형식도 있다고 생각했다. 운율이 있거나 맺음이 다르거나. 하지만 책에 따르면 이것이 시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타이르고 뉘우치게 만드는 책. 곁에서 조곤조곤한 시의 목소리를 빌려 내게 타이르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내게 하는 말이 아니라 수십명의 시인이 시를 빌려 내게 말해주는 목소리를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이 책은 내게 시를 읽음에 있어 길잡이같은 책이다. 예전에 독서모임 때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입문 책 관련하여 <그림너머 그대에게>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다른 분야지만 내겐 시와 그림 모두 생소하고 관심이 없던 분야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을 읽음으로써 그 계기로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된 것 만으로도 내겐 큰 수확이다. 언젠가 혼자 여행을 떠나게되면 조용히 읽어보고 싶다. 그땐 또 다른 느낌, 감정으로 시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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