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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Jun 24. 2018

우리가 평생 공부해야 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

별 기대 없이 책 제목만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를 바 없으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책 속 저자의 말을 필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것 저것 배우거나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내게, 꼭 맞는 책이었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오해는 없길 바란다. 공부를 좋아한다고 하면 내가 상위권 성적에 매일 도서관에 사는 모범생 타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내가 좋아하는 공부는 정말 내가 공부하고싶은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다. 억지로 공부해야 하는 공부 말고 내가 정말 배우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공부.




공부의 기본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계속해서 깨뜨려 나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한 말이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깨뜨리며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책 100권을 읽은 뒤 성찰하고 발전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기 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중에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나로 하여금 공부에 대한 틀을 조금 더 확장시켜주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많은 이가 고등학교 때 죽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때와 똑같은 생각, 똑같은 가치관, 똑같은 답, 똑같은 감성과 시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까요.
사실상 전혀 변하지 않았죠.


딱 내가 그랬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내신 공부에만 매달렸고, 그러다보니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와서는 자기만의 가치관, 생각이 없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10년 넘게 공부를 해왔는데 나의 가치관이나 비전에 대해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나에게 생각이란 게 있을까? 생각이라기보다 감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20대 중반이 다 되었는데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갇혀, 당연히 직장을 구하고 평범한 삶을 유지하며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나는 나만의 생각과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항상 서툴렀다. 남들이 하는 것, 정해진 길만 묵묵히 따라가는 것에만 익숙했다.


그럼에도 한가지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매일 5분씩이라도 공부를 해왔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거나 영어공부를 하거나 기사를 읽었다. 정확히 이것들이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나는 그냥 그 시간을 즐겼다. 목적이 있는 공부였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나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꾸준히 공부하는 어떠한 관성의 작용 때문인지 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특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지쳐있던 내게, 카페에서 책 몇 장 읽는 건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똑같은 실패를 겪어도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르다.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인 공부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은 내가 관심있거나 혹은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하는 경우였다. 취업을 위해 신문을 읽고 영어공부를 하거나 혹은 마음이 허해 책을 읽기도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나는 꽤 회사생활에 만족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몰려오는 권태로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이따금씩 짧게 여행을 떠나오는 것은 다시금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싶다'는 마음을 불러왔지만, 그것도 한두달 지나면 다시 시들시들해지는 것이었다. 


저자는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라고 권한다. 문학, 역사, 과학 등 순수 학문을 공부하면서, 꼭 실용적인 목적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이 깊어질 수 있는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하긴, 여행을 하면서 미술이나 음악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터였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줄도, 그림을 볼줄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보고 들으면 좋다는 '감정'만이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알고 보고 알고 들으면 얼마나 더 크게 감동받을 것인가' 생각해왔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내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학문을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그림이나 음악, 역사 같은 것.



인생의 정답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할지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도 좋지만, 때때로 전문가는 큰 시선으로 통찰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더 큰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공부는 나 자신을 긍정하고 인생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주는 힘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으며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가져다주고 그만큼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고,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게 된다. 진심을 따르기보다는 남들이 하는 대로 허례허식에 집착하게 된다. 공자는 바로 그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흔한 자기계발서 중 하나였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었다. 자기계발서가 특히 인기가 많은 일본이라지만, 요즘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회가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수직적인 조직 내 수동적으로 일해야하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일본인이 쓴 책인데도 가끔 일본 사회가 아닌 우리나라의 이야기라고 착각할만큼 비슷한 책이 많았다. 이 책도 그랬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말에 하나하나 공감하며 읽었다. 



     

세계여행중, 책을 읽으며 필사했던 부분들 @Tanzania
공부로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변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얼 위해 공부하는가. 이걸 해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 것인가. 딜레마에 빠진 내겐 좋은 대답이 되는 책이었다. "지금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읽으면 공부 의욕이 샘솟는 책임이 분명했다. 책을 사두고 두고두고 다시 재독, 삼독해보고 싶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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