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현구 YPER 대표 Apr 18. 2017

창업의 시작, 아이템과 사업모델  (1/2)

Death Valley 생존 일지 세번째

스타트업은 식량이 떨어져 죽기 전에 Death Valley를 탈출하는 게 중요 미션이라는 점에서 일반 중소기업과 다릅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달성해야 할 미션이 있고 대부분이 지켜야 할 Build Order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직 Death Valley를 탐험하고 있는 탐험가로서 후발대를 위한 표시를 이렇게 남깁니다.


오늘은 스타트업의 씨앗이자 창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의 선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인 이론은 인터넷에도 차고 넘치니 여기선 제가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얘기해 볼까 합니다.




우선 두 가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템과 사업모델.


"바로 이거야~!!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짱 좋아하겠지? 이걸로 사업을 하면 대박 나겠다."라고 수 없이 생각했을 그 즉흥적인 생각들. 그 생각들이 아이템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 아이템은 고객가치와 연관될 때가 많습니다. "내가 고객이라면 이걸 쓰겠어"라고 생각하게 하는 고객 관점의 기발한 아이디어. 이것이 사업을 시작하게 해 주는 동기가 됩니다.

아이템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일반 고객 뿐 아니라 스타트업에 참여할 팀원들, 투자 심사역들에게 보이는 일종의 외모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이쁘고 잘생긴 사람과 사귀고 싶어하듯이 고객, 팀원, 투자자 모두가 일단 아이템에 현혹됩니다.

좋은 아이템의 요소는 다음 세가지, 첫째, 기존에 충족되지 못했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불편함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만족감을 선사해 주는 것(제품, 서비스, 기능)인가? 둘째, 시장 및 정부 정책 트렌드에 부합하고 돈 벌기에 충분히 시장이 존재 하는가? 셋째, 아이템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혁신적고 후발주자의 경쟁을 따돌릴 수 있는 요소가 있는가? 등입니다. 이 세가지와 다음 회에서 말할 사업모델만 확실하다면 성공할 확률이 아주 높겠죠. 문제는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가 현실에서 잘 적용되지 못한다는 건데요, 같은 아이템이라도 그 사업 아이템의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바로 저의 사례를 말씀 드릴께요.


창업 전에 "배달 손세차"라는 개념을 구상하면서 저는 이게 완전히 혁신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세차장에 고객이 가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손세차장에 가지 않게' 하는 역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딜리버리 하는 직원을 이용해 다른 자동차 관련 서비스로 연결한다"라는 개념이 상당히 참신하고 거기서 아주 많은 기회가 나올 수 있다고 본거죠.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사업을 함께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먼저 자동차 관련 O2O 사업을 하려고 준비중이었기에 실행에 옮기기 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아이템을 구체화해 나가면서 아이템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가 자동차 O2O 시장 진입을 위해 세차 분야로 들어갔고 세차 중에서도 배달 손세차이기 때문에 사업이 가능한 것이라고 보는 반면, 제 친구는 배달 손세차는 여러 고급 세차장도 하고 있는 서비스일 뿐 아이템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손세차 O2O 사업을 하는데 배달 손세차라는 서비스를 끼워 넣는 것이고 핵심은 고객이 세차를 앱으로 처리한다는 개념이라고 보는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생각보다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의 중심이 달라지고 마케팅의 방향성에서 차이가 조금씩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이후에 완전히 다른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심지어 우리는 그런 상황까지 가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겼죠. 저는 아이템을 제안한 게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질은 배달이라고 봤으니까요. 하지만 친구 입장에선 세차 O2O를 생각한건 오히려 본인이었기에 아이템의 소유자는 없었습니다. 이 경우 협력 관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우린 지분 얘기가 나오는 순간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일종의 해프닝이 되어 버린거죠.


그 친구가 틀렸고 제가 맞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아이템이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본질적인 가치, 혁신적인 요소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창업자는 그 부분에 있어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흔들리면 나중에 전략을 정하고 마케팅을 해 나가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특히 창업 기업의 경우 death valley 생존 기간이 짧기 때문에 중간에 피봇팅을 통해 사업의 본질을 변경할 수 있는 자원의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아이템의 본질을 충실하게 구현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기에 아이템의 혁신적인 요소를 정의하는 일이야 말로 정말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있는데, 아이템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절대 누가 배낄까봐 아이템을 꽁꽁 감추지 말고 알만한 사람들에게 자주 공개하고 반응을 봐야 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그것이 정말 제대로 된 철학이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가치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보안 유지? 감히 말씀 드리건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왜 그런지는 뒤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좋은 아이템의 요소를 추가로 말씀 드리자면, 아이템에는 엣지가 있어야 합니다. 엣지란 "아 이건 뭔가 다르네"라고 느낄 수 있는 요소, 혁신적인 요소를 말합니다. 그냥 손세차를 앱으로 주문하게 한다? 이건 엣지가 아닙니다. 좀 더 파고 들어가서 그 사업을 뭔가 튀게 하고, 차별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누군가에게 나의 아이템에 대해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하더라도 단 몇마디에 솔깃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그 엣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상대적이기에 본인이 그 부분에 얼마나 본질적인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잘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와이퍼의 경우 다행이 그러한 엣지가 먹혔고, 배달 세차라는 개념을 잘 포장해서 이후 각종 대회에서 상을 타고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꼭 생각해 보세요. 이 아이템의 엣지가 무엇인가? 정말 참신한 요소가 있는가? 그리고 검증 받으세요.


이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차례입니다.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요. 아이템이 좋다고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아이러니입니다. 심지어는 아이템이 좋지 않아도 사업모델이 좋으면, 또는 돈이 많으면 성공할 수 있는 사업도 있습니다. 앞에서 보안 유지가 필요 없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아이템은 창업의 첫인상일 뿐, 소개팅에서 첫인상이 좋으면 결혼에 골인할 확률이 높지만, 아시다시피 첫인상은 이후 본인의 진심과 노력으로 모 극복 가능하죠. 즉, 아이템은 선정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전체 팀원의 공감과 통일된 철학, 자신감, 실력, 노력 등입니다. 아이템은 이 요소를 발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 요소가 아이템을 현실화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니 둘 사이는 각각 필요, 충분 조건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스타트업처럼 작은 조직에겐 아이템의 중요성은 아주 큽니다.)

아이템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그 보안 유지 기간이 6개월을 못갑니다. 그 정도 앞서 개발했다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차라리 그 기간동안 많은 검증을 거쳐 보다 정교하게 만들고 같은 철학을 가진 사람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이템은 오픈하고 수 많은 검증 과정을 거치세요. 그렇지 않으면 death valley 중간쯤 왔을 때 팀원들에게 "거기가 아닌가보다"라는 말을 하게 될겁니다.


저는 어렸을 때 부터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고 지금도 팀원들에게 뜬금없이 황당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핀잔을 들을 때도 많았습니다. 나름 팀원들보다 엣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잘 찾아 낸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모두 사업에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툭 던져 보고,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그게 아이템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천천히 시간을 두고 반응을 보는 편입니다. 내가 아무리 통찰을 가지고 아이템을 던져도 실행해야 할 실무자가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래서 리더의 개방적인 소통 능력이 중요하고, 내 아이디어를 공감하려고 하고 새로운 제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이며 그것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려는 팀원의 중요성 또한 새삼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이템이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일종의 철학인 것 같습니다. 좋은 철학을 위해서는 깊은 사색과 대화가 필요하고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듯이, 내가 구현하려는 것이 왜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창업 전에 충분히 고민해 주세요. 여기 Death Valley에 돌이켜 보면, 아이템 가지고 꿈꿀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을 들고 창업에 나서면 그때 부터 본격적으로 비판의 칼날을 받게 돼 있으니, 그때부터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 바로 사업 모델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kr.co.yper.car

https://appsto.re/kr/jd12_.i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 CEO의 역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