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가능했던, 우리의 상해 여행

by 윈지


나의 첫 직장이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청 덕수궁 옆에는 ‘이얼싼 중국어학원’이라는 곳이 있었다. 이번 상해 여행을 함께한 멤버들은 바로 그곳에서 중국어 강사로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벌써 그 시작이 15년 정도 되었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나는 여태껏 혼자 여행해 본 적이 없고, 남편과 가족이 아닌 친구와 여행을 떠나본 적도 없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온전히 그녀들의 배려와 추진력 덕분이다. 우리는 다섯 명이 함께하는 모임의 곗돈을 모으고 있는데, 여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늘 나를 먼저 배려해 주었다. 방학에만 여행이 가능한 나, 아이들 챙기느라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나, 체력도 약하고, 혼자 여행해 본 적도 없어 준비가 서툰 나. 그런 나를 맞춰주고, 기다려주고, 챙겨주고, 무엇보다 ‘함께’ 끼워주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다. 사실 출발 전부터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아이들 걱정도 되었고, 늘 가족여행에서는 내가 준비할 일이 거의 없었기에 이번에는 혹시라도 민폐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나는 진짜 괜찮으니 나를 제외한 넷이 다녀오라고 여러 번 권했지만, 그녀들은 무서운 추진력으로 나를 끌고 갔다. 사실 체력도 자신이 없었고, 일정에 맞춰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걱정을 안고 떠난 상해였다.



함께여서 가능했던 여행


우리 다섯 명은 모두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상해는 낯설면서도 편안한 도시가 되었다. 길을 물을 때도, 메뉴를 고를 때도, 택시를 탈 때도 누군가 혼자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각자 맡은 역할도 분명했다. 사진을 잘 찍는 친구, 꼼꼼하게 돈을 계산하는 총무, 부지런히 일정을 준비한 친구, 늘 앞장서 길을 안내한 친구. 그리고 나는 막내였지만, 너무 든든한 언니들 덕분에 제일 비중이 작았는데, 그저 옆에서 칭찬하고 응원하고 웃으며 따라다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각자의 자리가 모여 우리는 꽤 단단한 팀이 되었다. 누군가가 앞서가면 누군가는 뒤에서 챙겼고, 누군가가 지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웃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유난히 더 즐겁고, 더 안전하고, 더 따뜻했다.

나름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여행 기념 작은 토퍼를 준비해 갔다. ‘상해에서 우정 여행 중’, ‘함께라서 좋은 우리, 우리 모두 행복하자’ 그리고 다섯 명의 이름.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 토퍼를 들고 웃었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면, 그 문구들이 우리 여행의 제목처럼 느껴진다.

20년 만에 찾은 상해는 그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현금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핸드폰 하나면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했다. 로밍보다는 이심이나 유심이 훨씬 편했고, 알리페이 하나만 준비하면 교통수단부터 시장과 푸드트럭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 동방항공의 서비스도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자리는 넓고 쾌적했고, 개인 화면과 이어폰도 제공되어 중국 영화를 보며 이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갈 때도, 올 때도 정시에 이착륙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상해의 겨울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우리나라보다 기온은 높았지만, 높은 건물 사이로 부는 바람이 매서웠다. 결국 가져간 히트텍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예전의 대표 관광지인 와이탄, 예원, 인민광장뿐 아니라 융캉제, 티엔즈팡 같은 새로운 거리들도 인상 깊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이 남긴 마음

함께한 언니들은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어쩜 그렇게 건강하고 씩씩한지. 나는 가장 먼저 지쳤고, 가장 자주 쉬고 싶어 했다. 여행 내내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오래 걷고, 오래 웃고, 오래 여행하려면... 건강도 우정의 일부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며 ‘이런 인연이 있어서 참 좋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기도 했다. 함께 걷고, 웃고, 수다를 떨고, 하루를 정리하며 숙소에서 나누던 이야기들 속에서 참 많이 편안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멋진 풍경을 볼 때마다 아이들과 가족이 떠올랐다. 친구와의 여행도 좋지만, 좋은 것을 보면 가족 생각이 제일 먼저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떠나기 전 엄마랑 떨어진다고 눈물을 보인 둘째가 아른거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기념품이나 먹거리를 담기도 하고, 나 없이 심심하게 주말 저녁을 보내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랬다.


친구들과의 여행도, 가족들과의 여행도,, 각각의 여행 중 행복의 모양은 다를 뿐, 모두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 여행이었고, 이번 상해 여행은 내게 ‘처음’이라는 선물과 함께 ‘관계’라는 확신을 남겨주었다.

나를 기다려주고, 맞춰주고, 끼워준 친구들…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시간들…

다섯 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던 날들..

이 모든 것들이, 참 아름답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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