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수 없는 것들...

이별에 약한 사람

by 윈지

이제는 진짜 이별하려고 어떻게든 떼어내 보려고 안간힘을 써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몇몇 아이들이다. 언제쯤 이 아이들과 헤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마 굉장히 큰 계기가 있지 않고는 어려울 듯하다. 이 정도면 찐사랑인 거겠지...


과자

어려서 나는 과자를 많이 먹지 않았다. 늘 몸이 약했던 엄마는, 엄마를 똑 닮아 약한 내가 더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밀가루 음식도, 인스턴트 음식도, 과자나 빵 같은 군것질거리도 거의 먹이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정말 그런 음식들의 맛을 잘 몰랐고,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다.

과자를 많이 먹기 시작한 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이후였나 보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를 빼앗아 먹다가.. 남긴 걸 처리하며 먹다가.. 아이를 재우고 혼자 육퇴의 시간을 즐기며 먹다가... 뭐 그러다가 과자의 맛에 포옥 빠져버렸고, 뺏어 먹고 남긴 걸 먹을 때의 소소한 양을 벗어나 봉지째 끌어안고 깡그리 다 먹어 치우며 ‘과자 흡입 능력치’가 나날이 상승하게 되었다.

맨날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도 조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과자는 끊지 못하는 언행불일치의 만년 다이어터는... 매일 과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또 매일 새롭게 반가이 다시 만난다 ㅠㅠ

안녕 또 왔구나 달달한 너란 아이
편의점 라테

나는 커피를 커피 우유와 편의점 라테로 배웠다. 그래서 나에게 커피는 바닐라 라테, 믹스커피, 편의점 라테, 커피 우유 이런 것들이다. 이 맛난 아이들 모두가 당분 덩어리여서 건강에 좋지 않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잘 안다. 하지만 퇴근 후.. 저녁 식사 후.. 그 시간 소파에 잠깐 앉아서 마시는 편의점 라테는 내 하루의 낙이기도 하다. 그러니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가 없다. 그래도 나름,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양심상 ‘로우 슈거’를 골라 마신다. 약 3000원가량 하는 싸지도 않은 가격에, 계속 사 날라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으니, 남편이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구매를 해주겠다고 해도 난 사양한다. 냉장고에 든 저것만 마시고 이별을 선포하리라... 다짐하며 대량 구매를 극구 말린 것이지만, 편의점에서 하나 둘 사모아 마신걸 다 합치면 대량 구매의 편이 나았을지도... ㅠㅠ

양심상 로어슈거
드라마

위에 있는 과자를 왼편에 편의점 라테를 오른편에 양손 가득 끌어안고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 그리 행복할 수가 없다. 한때는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드라마 모니터 작가’를 꿈꿔본 적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 광이었고, 모르는 드라마가 없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드라마가 홍수처럼 쏟아지기도 하고, 나도 그만한 여유가 있지 않아서 정말 보고 싶은 드라마를 틈틈이 본다. 요즘은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보는데... 대사도, 영상도, 연기도 참 볼만한 드라마다.

드라마와 헤어지고 싶은 건... 이 시간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다른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 나는... 여유와 틈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 이리도 좋아하는 드라마와 절대 이별하지 못할 것 같다.

단발 S컬 펌

나의 현재 헤어 스타일인 ‘단발 S컬 펌’머리는 임신하고 아이를 낳으며 시작했으니 벌써 15년째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오랜 친구다. 머리숱이 너무 많은 탓에 머리를 기르면 말리는 시간이 너무너무 오래 걸리고, 펌 머리를 기르면 복슬복슬함이 더해져 해리포터의 해그리드 헤어스타일로 변신하기 때문에 겨우 묶이는 단발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S컬 펌은 관리가 전혀 필요 없다 두피만 말리고 나가면 끝!! 아주 간편하다.

이 헤어스타일이 지겹기도 하고 나름 변화를 주고 싶어서 미용실에 가기 전 항상 엄청 고민을 하다가 다른 스타일의 사진을 공들여 찾아들고 미용실을 방문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변신이 겁나서인지, 지금의 익숙함이 좋은 것인지... 매번 똑같은 뒷모습으로 미용실을 나선다. 이번에도 펌이 아닌 레어어드 머리를 해볼까... 생각하며 사진을 잔뜩 찾아두었다... 하지만 아마 난 또 미용실에서 늘 하던 ‘단발 S컬 펌’을 하고 걸어 나올 것 같다.


좀 더 기르면 해그리드
동요 창법

최근 남편과 아이들과 코인 노래방을 종종 가는데.. 그때마다 나의 마음과 입에서는 짙은 감성의 온 감정을 담아 내뱉는 노랫말들이... 마이크를 거쳐 스피커로 튀어나와 내 귀로 들려올 때는 왜 그렇게도 동요스럽게 정확하고 똑 부러지는 음색으로 다가오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름 ‘노래 잘하는 법 영상’을 찾아봤는데, 목이 아니라 공명을 이해해서 부르란다, (바른 자세) 몸 전체로 소리를 지지하라고 하고, 공기를 쓰는 법을 알려줘서 따라 해 봤지만.. 역시나 글로 배우는 노래는... 나의 요리나 유머만큼이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맨다.

노래 실력도 타고나는 것

헤어지고 싶은 이 녀석들... 내가 헤어질 결심을 단단히 하고 떼어내면 대부분 떨어질 아이들이지만, 결국은 내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내가 헤어지지 못하는 것들은 다 나를 조금 웃게 하고, 조금 편안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과자를 먹으며 하루를 정리하고, 라테 한 잔에 마음을 내려놓고, 드라마 한 편으로 잠깐 다른 삶을 살아보고, 늘 같은 머리로 익숙한 나를 지키고, 동요 같은 노래로 서툰 진심을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별 대신, 동행을 선택한다는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완전히 끊어내는 대신, 적당히 기대어 살아가는 방법을 택해본다.

과연... 언젠가는... 헤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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