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잃으며 중심을 배워갑니다

균형 잡기 잘하는 근육빵빵이가 되고 싶어요

by 윈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균형 잡기 운동’이라고 했지만, 나는 늘 밸런스 볼이나 짐볼 위에 올라가 균형과 중심을 잡는 운동이 가장 어려웠다. 넘어질까 겁을 내고 불안해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유치원생보다 조금 더 가졌을(실제로 초등학교 4학년 둘째보다도 못한) 비루한 근육량과 근력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다달다다달... 머리부터(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습을, 두 딸아이는 끄억끄억 숨넘어가도록 쓰러져 웃으며 보고 있다. 균형과 중심을 잡는다는 건 결국 단단한 코어 근육과 탄탄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하고 싶지만,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운동을 하면서도, 일상을 보내면서도 자주 느껴왔다.


작년 한 해는 더욱 그랬다. 새로운 학교에 발령받아 새로운 학생들과 새로운 업무에 허덕이면서, 대학원 수업과 졸업 시험 준비를 하며 ‘이걸 괜히 시작했나, 이만큼 고생하고 투자한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마구 흔들리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며 사춘기 소녀가 된 딸아이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맞췄다 어긋나기를 반복하고, 관계고 뭐고 다 때려치울까 하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애써보기도 했고, 양가 어른들의 건강과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느라 병원을 오가면서 내가 해내야 하는 역할들을 버거워하기도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참 많은 것들을 부여잡고 있었고 욕심쟁이처럼 그 모든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 했다.


마음의 무게중심


한동안 유행했던 WOODZ(우즈)의 〈Drowning〉이라는 노래 가사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내 맘이란 추는 나를 더 깊게 더 깊게 붙잡아.” 처음 이 노래를 들을 때부터 나는 이 가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작년, 누구보다 바쁘게 최선을 다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보람보다는 열심히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찝찝함과 아쉬움이 날 괴롭혔던 시간이 많기도 했다.

‘그래, 이게 지금의 최선이야, 지금 할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나 자신을 다독이기도 했지만, 하지 못한 것들과 미뤄둔 것들, 그리고 놓친 것들에 마음이 자주 머물렀다. 내 마음의 추, 그 추가 나를 붙잡아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힐 때도 있고, 중심을 잡아 다시 일어서게 할 때도 있었다. 어쩌면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마구 흔들리기도 하고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또 세차게 흔들리며... 다시 내 마음을 살피고 다독이며 단단한 마음 근육을 만들어 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합리화의 달인 같지만, 이 또한 필요한 시간이었을 거다. 마음의 무게중심을 잘 잡기 위해...


역할의 무게중심


내가 만난 정말 많은 선배 교사 엄마들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느라 자녀에게 신경 써주지 못한,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엄마의 시간’을 크게 후회한다. 보통 학교의 일정은 비슷하기에, 자녀의 입학식 졸업식도 못 가고, 참관수업도 못 가고, 학부모 봉사도 못하고, 아이가 아파도 잘 챙기지 못하고, 아이들 시험 기간 역시 내 시험 출제 준비에 바쁘다.

그래서 이리 조언한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나를 다 갈아 넣어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엄마가 되지 말라고.. 사실 이런 상황은 교사 엄마뿐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워킹맘들도, 또 다른 여러 상황에서 아이에게 모든 걸 마음처럼 전적으로 할 수 없는 엄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년 한 해, 나는 분명 엄마라는 역할에 가장 많은 무게를 두고 있었다. 중학교 적응에 힘들어하며 사춘기에 들어선 첫째 딸아이와의 관계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학습의 빈 부분을 도와주려고 함께 노력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1도 없다.

물론 그 선택 때문에 나의 다른 역할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부족하기도 했다.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죄송하던 순간도 있었고, 대학원생으로도 딱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내기도 했다. 글쓰기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독서하는 시간처럼 나를 위한 시간은 모두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마음을 잘 돌보지 못했던 탓인지, 모든 역할을 다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하지만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든 알아주길 바랐고, 자꾸만 인정받고 싶어 하기도 했다.

너희도힘들지? 나도힘들다…


삶의 무게중심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삶의 무게중심은 늘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시기에는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그건 실패가 아니라 선택에 가깝다. 균형이란 항상 가운데에 서 있는 상태가 아니라, 기울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다시, 중심을 잡으며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선택하고, 아쉬워하고, 또 다른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달리는 시간도, 멈추는 시간도,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시간도, 어쩔 수 없이 쏠리는 시간도 모두 필요하다고 믿으며...


신체에 단단한 코어 근육이 필요하듯, 삶에도 나만의 중심 근육(외부의 흔들림에 쉽게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유연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올해 역시 늘 그렇듯 바쁠 것이고, 나는 또 선택에서 이어지는 쏠림과 균형 잡기를 반복할 것이다. 하지 못하는 것들보다는 하고 있는 것들을 잘 살피고, 아쉬움보다 보람 쪽으로 마음의 무게중심을 조금 더 옮겨 두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완벽한 균형은 아니어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중심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 소박한 소망으로 1월 중순... 방학맞이 첫 글을 띄운다.

덧, 방학에만 찾아오는 철새가 되어버렸네요. 올해까지는 철새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ㅠㅠ 방학 동안만이라도 많이 읽고 쓰고 소통하며 많이 나누고 채우고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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