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생일편지로 한 뼘 또 자란다

치와와에 물릴 각오 하며 쓰는 글

by 윈지

9월의 첫날, 날씨와 상관없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것만 같은 9월의 첫날… 은 나의 생일이다. 가족과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9월을 시작하는 기분은,,, 행복하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한 해가 벌써 아쉽다.


유독 하늘도 푸르른 그날, 가족들과 조촐하게 생일 파티 겸 힐링 여행을 하러 조촐하지 않은 짐을 바리바리 꾸려 캠핑을 갔다.

가는 길에 케이크를 사지 못해 향초를 켜놓고 생일 축하를 했지만,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아이들과 남편의 불협화음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몰래몰래 잘 숨겨온 생일 카드를 건네주었다. 둘째는 손수 만든 카드에 손수 그린 그림에 손수 써 내려간 편지를 건네며 뿌듯해했다. “꽃 같은 우리 엄마에게”라면서 멋들어진 그림과 편지를 써 준 둘째의 카드에 함박 미소가 번졌다. 잠시 후 첫째의 편지를 읽으면서 내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만약 편지 내용을 공유하면 자기가 그린 ‘귀여운 치와와에 물릴 수 있음!!'이라는 경고를 날렸지만, 치와와에 물리더라도 쓰고 싶게 하는 딸아이의 편지라 어쩔 수가 없다.


“엄마, 생일 축하해. 그리고 생일에 뜬금없지만 정말 궁금한 게 있어,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엄마는 왜 딸인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지 정말 궁금해.(여기까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고 딸을 낳아서 엄마가 되어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일 것 같거든….”


눈물이 왈칵 터졌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리 키웠을 텐데… 내가 태어난 이 날, 가장 기뻐한 사람은 바로 엄마일 텐데…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늘 거기 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남편 그리고 딸아이 이렇게 하나하나 늘었을 뿐인데,,, 난 이렇게 딸아이처럼 엄마에게 가장 사랑한다며 자주 표현하지 못했다.


내가 내 자식 챙기느라 정신없어도 늘 나의 건강과 안위를 더 생각하는 사람… 바로 우리 엄마…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


'딸아, 너도 엄마가 되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테지? 엄마는 네가 딸을 낳아 그 딸을 가장 사랑한다 하며 자식 챙기느라 정신없어도 하나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사랑한단다. 엄마의 엄마가 엄마에게 그렇듯...'



“뜨거운 척하는 따뜻한 말”들을 들으면 괜히 뚱해지는 내가 미안해… 앞으로는 엄마의 “뜨거운 척하는 따뜻한 말”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을게.


엄마의 잔소리를 따뜻하고 고마운 말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자란 너를 보며
엄마도 또 한 뼘 자라는 것 같아.

엄마를 키우는 딸내미들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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