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르는 나의 애교

딸내미들만 볼 수 있다는 그 애교

by 윈지

가끔 애교 없는 우리 아이들도 시대를 장악했던 애교 짤을 보며 따라 할 때가 있다.

“오빠! 나 띠드버거 먹꼬시퍼연. 나 띠드 대따 조아하눈거 알디? 내꼰 띠드 듀당~”


누가 듣을세라 혼자 옆에서 궁시렁 거리듯 따라 해 보지만, 트로트를 동요로 바꾼 수준의 정직함이 돋보이는 대사로 탈바꿈시킨 뒤 조용히 다시 내 할 일을 한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후각이 개코라 불릴 정도로 민감한 편인데 청각도 이에 못잖게 예민한 것 같다. 그래서 이상형까지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크게 마음이 열리고 목소리가 싫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물론 말투도 한몫하겠지만)

특히 콧소리를 섞어 말하는 사람(비염 질환의 이유가 아니고 기교가 섞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매우 불편하고 피곤해진다. 당연히 애교가 섞인 말투에는 적응시간이 꽤나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그랬었다.


그런데 이번 부산 여행에서 ‘어라 ‘애교’가 싫지 않네? 나이가 들면서 바뀌나?’하는 생각을 했다.

“은니야~ 맛있어예~ 앉아 묵꼬가(먹고가)~”라고 하는데 너무 정겹게 들려서 정말 앉아서 마이 잔뜩 묵었다.

통화를 하며 걷는 부산 여자들의 사투리를 계속 따라 해보고 싶어서 중국어 성조를 배우는 마냥 억양을 따라도 해보았다. 시댁은 물론이고 친정 식구들 앞에서도 나는 항상 흐트러짐 없이 똑 부러지는 장녀의 이미지다. 애교라는 게 잘 될 리가 없다. 역시 나에게 맞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아이들이 말했다.

“엄마는 진지할 때 목소리랑, 농담할 때 목소리랑, 애교 부릴 때 목소리가 달라.”


“엄마가? 애교? 내가? 진짜 엄마가? 애교?”

애들이 잘못말했나 싶어 몇 번을 되물었다.


“응” 엄마 한 번 따라 해 볼까?


“로또 안 되써 엉~”

“엄마도 과장 줘엉~”


아,

로또가 안 맞아 아쉽고, 과자 하나 얻어먹고 싶은 상황…

없던 애교도 생기는 극한 상황,, 맞네.

나 사실 애교 많은 사람이었네…


아이들 아니면 몰랐을 내 모습이 오늘도 새삼 신기하다




이전 14화육아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