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상_그깟 망고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엄마는 망고 무척 좋아하니 기억하렴.

by 윈지


내가 과일을 이토록 안 먹게 될 줄은…

정확히 말하면 못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둘째 최애과일 애플망고

어릴 적, 유치원도 다니지 않을 나이였으니 한 5살쯤 되었던 것 같다. 시골 외할머니댁인 곡성에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한 달을 살게 된 나는 순수함을 가장한 철없음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속수무책으로 괴롭히며 한 달을 지냈는데, 그중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바로 귤이다.


5일장이 설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졸라 먹고 싶은 것들을 한가득 사 왔는데 그 몸집도 작은 아이가 귤을 한 달에 3박스를 먹어댔다더라. 손 발이 노래지고 얼굴마저 노래진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한껏 놀라게 하고 엄마와 다시 만날 때에는 노란색 아바타 분장의 모습이었지만 큰 탈이 나진 않았다.

우리 집은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는데, 쥐똥만 한 나도 내가 양껏 먹을 만큼 과일을 사줄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고, 집에서 엄마가 많이 사주지 않으니 할머니댁에서 원 없이 먹고 온 것이었다.



성장기 시절 엄마는 고기는 사주지 않아도 제철 과일은 열심히 우리 입에 넣어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딸기, 포도, 수박, 참외, 바나나 열거를 다 할 수 없는 이 과일을 내가 얼마나 먹어댔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과일 중 엄마는 그 과일을 입에 몇 개나 넣으셨을까? 온통 내입에 들어가는 과일에만 집중하며 엄마의 과일 기호와 섭취에는 관심이 없었다. 꽤나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철부지 딸이었다.



이런 나의 최고의 과일 플렉스 기간은 첫째 채니를 임신했을 때였는데 양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해치워대는 덕에 남편은 나의 손을 끌고 청과물 도매시장에 가서 종류별로 상자째 사서 맘껏 충당? 하도록 했다.


최근 플렉스는 딸기 농장에 가서 1인 체험비 12000원을 내고 딸기를 내 배에도 담고 한 팩 담아 나오는 것인데 딸기 꼭지로 가늠하건대 플라스틱 팩에 담긴 걸 제외하고 내 배에 들어가 있는 것만 족히 100알은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래다.




이런 내가,

과일 없이는 못 사는 내가,

과일을 이토록 좋아하는 내가,

딸기는 문드러지고 맛없는 것만 골라 입에 집어넣고

싱크대에서 망고 뼈따구에 국물만 쪽쪽 빨고 있는 신세가 될 줄이야.


망고는 참 맛있다.

그런데 참 비싸다.

게다가 참 치사하게 생겨먹었다.

껍질 빼고 씨앗을 빼면 과육이 얼마 되지도 않는다.

물론 비싸도 사 먹을 수는 있다. 진짜다.

그런데 어느덧 또 맛있는 망고는 자르는 족족 애들 입에 쏙쏙 넣어주고 싱크대 앞에서(노란 과즙이 좀 잘 흘러야 말이지) 갈비 뜯듯 망고 뼈따구를 뜯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그깟 딸기 5팩 사서 나도 실컷 먹자.

그깟 망고 10개 사서 나도 실컷 먹자.

하고 마트에 가면 실상 또 딸기나 망고만 그리 많이 사게 되지는 않는다.


봄에는 니들 입에 넣어주느라 딸기도 맘껏 못 먹었는데

이제 망고의 시작이구나.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들 입에만 맛있는 거 넣어주며 배불러하는 내 모습을

나의 아이들은 기억이나 할까?

혹시 엄마인 내가 딸기, 망고 싫어하는 줄 아는 건 아니겠지?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엄마는 분명히 말해둘게.

그깟 망고
그깟 껍질 씨앗 빼면 얼마 남지도 않는 망고
그깟 뼈다귀에서 노란 국물만 쭉쭉 빨게 되는
치사한 망고


그깟 망고,,, 참 좋아한다고…
너무 맛있어서
너희들 입에 족족 넣어주느라,
많이 못 먹은 거지 안 먹은 게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들 엄마 망고 안 좋아한다고
나중에 안 사주면 안 된다고!!!


♡♡♡

"너희들 입에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배불러~"

라는 훈훈한 결말을 기대했다면,,

나는 너무 철없이 솔직한 엄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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