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이유

소고기가 없는 캠핑은 캠핑이 아닌걸로…

by 윈지


“우리 매주 고기 먹는거 지겨우니까 다른 걸로 메뉴를 바꿔볼까?”

“엄마, 소고기가 없으면 캠핑을 갈 이유가 없는데?”


어머, 너에게는 소고기가 캠핑의 이유였구나.

sticker sticker

지난 주 연휴를 이용해 캠핑을 다녀온 우리는 이 사랑스러운 계절이 가기전에 텐트값 본전을 뽑을 요량으로 다음 주 연휴도 캠핑장 예약을 해두었다. 생각보다 바깥 바람이 금세 차가워져 차가운 새벽공기가 부담스러워진 나는 2주연속 바깥 숙박에 아이들이 혹여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지난 주 캠핑 다녀왔으니 이번주 캠핑은 그냥 취소하고 싶은 사람?”


… 씨알도 안먹힌다. 나를 제외한 우리집 천하무적 3인방은 역마살이 제대로 끼었거나 방랑자 DNA가 흐르고 있는게 분명하다. 게다가 육식파가 아닌 나는 고기가 지겨워 다른 메뉴를 제안했지만 육식파 둘째에게 소고기가 없는 캠핑을 논하지 말라는 강력한 공격을 받았다. 둘째 아이의 캠핑의 이유가 소고기라는 것을 들으니 웃음이 나면서 갑자기 나의 캠핑의 이유, 우리의 캠핑의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하늘과 연못과 숲




우선 캠핑을 가면 자연과 함께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파란 하늘과 까만 밤하늘의 별을 가까이서 마주한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그 안에서 함께 숨쉬는 새들과 동물들을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다. 철저히 이성적인 나조차 이리 자연을 사랑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나 싶다. 아이들은 바위 위에 앉아 나뭇잎과 주워 모아 온 밤을 가지고 꽁냥꽁냥 논다. 잔디밭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풀썩 주저앉아 개미 구경도하고 예쁜 돌을 줍기도 한다. 자연속으로 녹아드는 우리의 풍경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이 크고 넓다. 그저 느끼고 마음에 담을 뿐이다.


밤 줍기만 해도 즐거운 아이들, 뛰놀면 그저 그림같은 풍경

계절과 시간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캠핑을 가면 그 계절의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계절의 향기를 맡고 느낄 수 있는, 그것도 가장 최전선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다. 이번 캠핑에서는 밤을 잔뜩 주워 삶아 먹었다. 다음 캠핑에서는 아마 알록달록 단풍을 좀 더 볼 수 있을 것 같고 감나무의 감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절과 시간을 느낀다는 것은 감정이 풍부해진다는 감성적인 이점말고도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이성적인 경각심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작년의 캠핑과 올해 봄과 여름의 캠핑에서보다 어느새 또 부쩍 자란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느껴야지. 더 많이 사랑하고 행복해야지.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본의아니게 새나라의 어린이와 어른이가 된다. 캠핑장에는 매너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은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인데 캠핑장마다 한두시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밤 10시면 소등되고 온수 사용이 불가한 캠핑장도 있다. 그 전에 다 씻고 잘 준비까지 마친다. 이 시간은 다른 캠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조용히 놀다보면 나도 어느새 졸려서 일찍 잠자리에 들게된다. 그리고는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지저귀는 새들과 울어대는 닭소리 짖어대는 강아지소리에 귀부터 깨어 기상을 하거나, 일찍부터 아침식사를 준비해 솔솔 날아드는 옆집 음식냄새에 코부터 깨어 기상을 하기도 한다. 이리 일찍 시작한 하루는 길고 또 길다. 놀아도 놀아도 먹어도 먹어도 시간이 더디게 간다.

먹고 또 먹고 계속 먹기

이건 쓰면서도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입맛이 무지 좋다. 만년 다이어터인 나를 생각하면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 듯 하나, 소식의 끝판왕을 보여주던 우리 아이들도 캠핑만 가면 평소의 세네배는 먹어주며 엄마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지금은 없어서 못먹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지만, 너무 안 먹어서 먹어주기만 하면 고마웠던 그 시절, 캠핑장에 데려가 아이들 먹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저게 다 어디로 들어가지,, 이러다 배가 터지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먹는 것은 캠핑장의 밖에서 먹는 밥의 묘미, 분위기, 체력소모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심신단련!! 보통 캠핑을 가면 많이 먹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이 움직이기도 한다. 별로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데도 만보는 그냥 훌쩍 넘기고 산책을 좀 더 멀리가거나 뜀박질을 했다 싶으면 그것을 훨씬 웃도는 체력활동을 저절로 하게된다. 그리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불멍 물멍 같은 멍때리기에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마음이 단단해진다. 힐링으로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일상으로 복귀하면 또 열심히 살아낼 마음이 생기고 다음 캠핑에 설레이면 또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지내게 된다.




물론 모든 것이 다 좋기만 할 수는 없다. 캠핑을 가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것들도 많고, 다녀와서 짐을 정리하고 말리고 빨고 해야하는 것들도 상당하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즐기는 일이니 만큼 춥고 더움을 참아야하는 경우도 많고, 화장실이나 씻는 것과 같은 문제에서 내 집같은 편안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캠핑장에서 날선 말투와 다툼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그만큼 힘들 수 있는 여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캠핑을 사랑하는 이유는 행복이다.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다.’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그런 행복한 느낌. 자연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을 수 없는 이 순간을 눈과 마음으로 담고 기억한다. 이 모든 순간은 추억이 되어 마음에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 또 다른 많은 기억들에 이 추억들이 흐릿해지고 잊혀진다해도, 그런다해도 이 순간의 이 느낌만은 몽글몽글 되살아나겠지...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캠핑이몽일때도 많지만,
우리는 함께 그리고 저마다 행복하다.





덧, 설득당하신 분 캠핑 예약 서두르세요~

곧 추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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