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 나만 이런가?
당연 뒤에 숨은 너의 노력과 마음
어릴 적 나는 상장을 좀 받는 아이였다. 시험 잘 봐서도 받고, 글을 써서도 받고, 방학 숙제를 열심히 해서도 받았다. 처음 상을 받았을 때 엄마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칭찬을 해주셨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는 상을 받는 일이 그저 그런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상을 받는 것은 부모님을 몹시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쯤…
하루는 동생이 머리와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상장 하나를 품에 안고 들어왔는데 엄마가 세상 환한 미소로 동생을 안아주며 굉장히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 동생의 상은 보이지 않았다. 축하의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눈물이 고일만큼 굉장히 서운했다. 나는 상도 더 많은데… 나도 저렇게 엄마가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내가 상을 받는 것 역시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는데…
질투 <네이버 이미지> 첫째 딸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부모의 눈에는 당연지사 우리 딸 그림이 늘 최고이고,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줄곧 칭찬을 받으니 정말 그림에 재능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림 그리는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지 하루에도 수십 작품을 선보인다. 하물며 몽땅 다 잘 그렸다.(엄마 눈에는…) 처음에는 온갖 리액션으로 엄지를 하나도 모자라 두 개를 번갈아 들어 올리며 최고최고를 외쳐주었고 작품집도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잘 그린 그림 작품들이 너무 많아져 희소성을 잃었고, 이제는 웬만한 작품에는 가족 모두 반응이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 가끔은 내가 잘했다 칭찬해 주고도 너무 의례적이어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아이의 작품집은 차고 넘쳐서 사진으로 변경하여 남기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해주지 않을 때가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림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닌데… 세상에 당연한 건 없듯이 아이가 그린 그림 작품도 당연하게 완성된 건 아닌데… 나만 이런가?
둘째 딸아이는 수학을 잘한다. 어려서부터 셈에 능했다. 이 점은 나를 닮지 않아 너무 신기했다. 가르쳐주지 않는 돈 계산도 잘했고, 눈물콧물 흘리며 수학공부하는 언니(날 닮아;;) 어깨너머로 익힌 수학 실력이 보통 이상은 갔다. 학교에서 수학 단원평가를 볼 때마다 100점을 받아오니 이제 겨우 2학년인 아이에게 하나만 틀려와도, 맞은 95점에 대한 칭찬보다는 틀린 5점에 대해서 아쉬워하며 캐묻게 되었다. 아무리 수학을 좋아하고 잘한다 한들 당연하게 수학 문제를 잘 풀고 잘 맞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나만 이런가?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 자꾸 아이를 키우며 ‘너는 이건 잘하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지~’하며 칭찬에 인색해지고 더 높은 잣대를 들이미는 나를 발견한다. 당연하다 생각하며 놓친 아이들의 노력과 마음이 몹시 안쓰럽다.
얼마 전 지인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뱃속에서부터 아이가 소뇌가 작다하여 온갖 검사를 다 하며 걱정했고, 제발 건강하게만 태어나라고 빌고 또 빌었다고… 태어나자마자 그 작디작은 아이는 온갖 검사를 하고 또 해서 그 결과…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너무 기뻐서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고 한다. 그저 이리 건강하게… 그저 걷고 뛰고 그것만 보아도 감사할 것 같다고…
생각해 보면 어느 하나도 당연한 건 없다. 오늘 아침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건네준 동료의 아침인사도, 생각나서 연락했다며 안부를 물어준 친구의 연락도, 서툰 운전 실력으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 것도, 숙제가 많다 투덜대면서도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저 발걸음도…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이렇게 타닥타닥 하는 동안 저기 옆에서 재잘거리며 나란히 앉아 만화책을 넘기고 있는 저 아이들이 그저 사랑스럽다. 지나고 나면 이 모든 게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하나도 당연하지 않게 봐줄 수 있는..
그 속에 숨은 노력과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