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늪, 나만 이런가?
몇 점? 몇 등? 몇 번째? 뭣이 중헌디?
“엄마, 나 쪽지시험 다 맞았어.”
“오~~ 잘했어~~(이것으로 끝냈어야 했는데…), 근데, 다 맞은 애는 몇 명인데?”
“엄마, 나 키가 많이 큰 것 같지 않아?”
“그러게~많이 컸네(이번에도 이것으로 끝냈어야 했는데), 너 반에서 너보다 작은 애 몇 명 있어?? 도레미파솔!! '솔' 정도 됐어??”
으이구…뭣이 중헌디… 나만 이런가?
내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이지만 다시 주워 담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한 말은 더더욱 그렇다. 다 맞았다고 하는 아이에게 다 맞은 애는 몇 명인지 묻거나, 시험을 못 봤다고 하는 아이에게 그래서 다른 애들보다는 잘 봤냐고 묻곤 한다. 무의식 중에 묻고 나서 헉!!! 하며 되돌리고 싶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가 노력해서 맞은 개수나 성적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고 못한 것을 비교하려 드는 엄마의 마음이 이미 들통나버렸다. 너무 부끄럽다. 왜 이럴까?
상대평가의 기준과 잣대 속에서 아등바등 지금까지 살아온 나는, ‘몇 점을 맞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이 ‘몇 등을 했는가’하는 것이었다. 지하철 줄 서는 것도 몇 번째 안에는 들어야 편안히 앉아 이동할 수 있고, 듣고 싶은 강의를 신청할 때에도 몇 번째 안에는 들어야 했다. 크게는 대학에 들어가고 시험에 합격하려면, 작게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려면 나는 늘 몇 등 안에 들어야 했다. 아직 확정된 진로도 없고 돈벌이도 못하는 나의 상황에 비해 안정된 직장에 다니거나 시집을 가는 친구를 보면 비교가 되며 불안했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서 하나 둘 임신 소식이 들려올 무렵에는 나는 왜 또 늦을까 하며 불안이 엄습했다.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비교로부터 자유롭기가 쉬울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나는 이 ‘몇!! 등, 점, 퍼센트, 번째’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속박되어 살아왔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는 엄마인 나는, 아이들은 비교 속에서 불행하게 키우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현실은 나를 그리하도록 놓아두지 않았다. 안 먹는 아이를 둔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는 영유아검진 스트레스!! 아이들이 영유아검진을 할 때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긴장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과는 늘 잘 먹이지 못하고 때에 맞춰 키우지 못하는 죄인인 엄마였고, 그래프와 수치가 증명하는 최하위권 아이의 영유아검진 결과 종이를 받아 들고 있노라면, 예~전 그러니까 엄마가 나를 키우던 그 시절에는 좀 작고 좀 말라도 수치와 그래프를 들이밀며 엄마 성적표 같은 이런 종이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겠구나. 내심 부럽기도 했다. 나와 정반대 상황의 상위 1프로 성적표를 받아 든 엄마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시기 질투의 마음까지 솟아났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다. 그런 수치와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그런 거 신경 쓰지도 말라는 듯!!
아이들이 학교에 가니 비교의 분야와 비교의 대상이 더 늘었다. 주변 친구들 주변 동료들의 아이들은 이렇다 저렇다를 들으니 엄마는 더욱이 비교를 멈추기가 힘들다. 아이들이 행복하길 가장 바라는 엄마인 내가, 수많은 비교 때문에 아이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엄마인 내가, 가장 가까이서 이렇게 비교의 늪에 빠져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다.
어제도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첫째는 이렇고~ 둘째는 이렇고~하며 비교하여 얘기를 했다. 그런데 비교해서 아이들이 좋아진 점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느꼈다. 비교를 한다는 것은, 비교해서 안 좋은 점을 꼬집을 수도 있지만, 비교해서 좋은 점을 부각할 수도 있구나… 그게 바로 브런치의 작가님들의 글에서 보이는 ‘행복한 비교’인가 보다.
예전에 브런치에 내가 쓴 글이다.
‘하나가 아니고서는 비교가 시작되고,
하나가 아니고서는 상대성을 갖게 된다.
둘이어서 둘 모두를 존중하고 칭찬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 둘이어서 하나가 비교당하고 소외받기도 한다.’
그때는 예민하지 않고 씩씩하다는 이유로 둘째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쓴 글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비교해서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봐준다면 이 ‘비교의 늪’도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가 아니라 다른 하나가 더 빛나는 그 점을 잘 봐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 쪽지시험 결과 들고 오면
비교 질문 안 할 수 있을까?
머리보다 빠른 입을
어찌 막을까…?
허허.. 나만 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