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귀만큼 펄럭이는 내 귀, 나만 이런가?

엄마가 된 나는, 팔랑귀가 더 팔랑거린다.

by 윈지

“아이들이 어릴 때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많이 다니는 게 엄청 좋아, 가서 공부할 생각하지 말고, 그 장소랑 친해지고 익숙해진다 생각하며 다녀봐.”

“맞아요! 많이 다녀야겠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공부 습관 안 잡히면 안 돼. 나중에 잡으려면 힘드니까 지금부터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습관 잘 잡히게 연습시켜 봐.”

“그렇죠! 연습시켜야겠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그냥 많이 놀아줘. 나중에는 같이 놀 시간도 없고 나중에 하루종일 공부해야 하는 거 보면 불쌍해. 많이 놀려.”

“네네! 정말 많이 놀아줘야겠어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그것도 하면 좋겠는데…… 시간이 없네;; 나만 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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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굉장한 팔랑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홈쇼핑 구매 0, 쿠팡 구매 0 기록의 소유자로, 구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주변에서 보기 드물다며 놀라는 이력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홈쇼핑 채널을 아예 틀어놓지 않는다. 보면 다 사야 할 것 같아서… 쿠팡도 가입하지 않는다. 가입하면 단숨에 VIP등극 자신 있어서…


나는 나만의 색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잘 조화되고 잘 흡수하지만, 그래서 잘 묻히고 잘 흔들린다. 무조건 이래야 한다는 올곧은 줏대가 별로 없고, 이것도 저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이런 것도 괜찮고 저런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보통은 이렇다. 게다가 사람은 또 엄청 좋아해서 주변사람들의 영향을 잘 받는 편이고 자주 대화하는 사람의 사고에 잘 흡수되는 편이다. 이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런 것 같고, 또 저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것도 그런 것 같다. 사실 이런 성격과 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혹여 귀가 너무 팔랑거려 입은 손해나 피해가 있다 해도 그건 내가 자초한 것이니 내가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이런 내가 엄마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내가 다음에 이어 써나갈 글이 훤히 보이기 시작할 거다. 책이나 TV프로를 통해 접한 육아에 대한 새로운 배움에 나의 귀는 코끼리만큼이나 펄럭였다. 안 하고 있는 건 해야 하나 싶고, 하고 있는 건 하지 말아야 하나 싶은 순간이 많았다.

나도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골골거리며 잘 팠던 터라 건강에는 유독 더 그랬다. 이거 저거 좋다 하는 거 다 사다 보면 하루에 다 먹지 못할 만큼의 건강식품을 사들여 요일별로 나눠서 먹게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습관이 좋다 하면 또 이렇게 저렇게 따라 하다가 팔랑이는 귀만큼이나 강한 실천력 덕분에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곤 한다.


오늘도 나는 소중한 내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더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자녀 교육서도 읽는다. 하지만 그 책과 영상 속의 아이는 내 아이와 다르고, 내가 해줄 수 없는 많은 일들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좌절과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교육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늘어나는 것은 아이들을 향한 나의 지시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사랑하는 만큼 더 잘해주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지나치게 욕심을 내어 귀가 팔랑이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지만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안다. 엄마의 소신과 믿음이 정답을 대신한다는 것도 안다. 사실 내가 귀를 열고 들어야 하는 것은 다른 어떤 누군가의 말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말이다.



다른 어떤 전문가들 백 마디 말에
귀를 펄럭이기보다는
내 아이들의 마음과 한마디 말에
귀 기울이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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