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라해라'타령, 나만 이런가?
답가: '하려고 했어'타령
달타령, 새타령, 군밤타령도 아니고 해라해라타령이라니…
“얘들아, 방청소 해라.”
“얘들아, 일찍 양치해라.”
“얘들아, 머리띠 좀 해라.”
아이들은 어김없이 답가를 불러준다.
“하려고 했어~”
매일 반복되는 ‘해라해라’ 타령과 ‘하려고 했어’ 타령…
나만 이런가?
나는 파워 계획형 극 J이다. 기한이 있다면 그 기한보다 훨씬 먼저 일을 마무리해야 마음이 안정되고, 일정이 있다면 세세하지는 않아도 기본적인 계획은 짜여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계획형 엄마의 머릿속에는 오늘 하루의 일정과 내일의 일정 그리고 이번달의 일정이 머릿속에 꽉 차있다. 시간과 일정에 맞춰 무언가를 일러주고 하게 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이 소개를 듣자마자 이미 주변의 누군가가 떠오르며 극심한 피곤함이 확 몰려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머 나랑 같네~ 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렇게 일정을 놓치지 않게 잘 챙겨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엄마인 나의 실상은 어떠할까?
매일 저녁 집 밖이 좋은 방랑족 3인방은 ‘문구점에 가야 한다, 마트에 가야 한다, 날씨가 좋아 산책을 가야 한다, 운동하러 나가야 한다.’등등의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를 대며 집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나는 나가기 전부터 지친 몸을 이끌고 쫓아간다. 미리미리 내일을 준비해야 마음이 놓이는 나는, 저녁 산책을 나가서도 혼자 마음이 바쁘다. 집에 가서 씻고 준비물들을 챙기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려면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되뇐다. “집에 가면 머리부터 감고, 책가방 싸서 내놓고, 방 청소 안 한 사람은 방청소하고 그다음은……” 주말여행에서도 일요일저녁이 가까워오면 또다시 지니가 스케줄을 일러주는 것 마냥 반복한다. “집에 가서 숙제 안 한 거 있으면 숙제부터 하고, 일기 쓰고, 그다음은…”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쉬다가 뭔가 생각나서 말을 하려고 했는데(분명 ~해라는 아니었는데), “엄마, ㅇㅇㅇ해라~라고 말하려고 했지?”하며 나보다 먼저 앞서나가 말을 했다. 가끔은 “~해라”라고 말하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의 계획적인 성향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대한 ‘먼저 말하지 않고 기다리기’를 연습해 보았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어렵고도 힘든 일이었다. 결심이 무색하게 고장 난 로봇처럼 자꾸만 참지 못하고 내가 먼저 아이들의 일정을 멋들어지게 진두지휘하고 만다.
'나만 이런가?' 시리즈를 쓰면서 여러 가지 엄마의 부족한 점을 돌이켜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마 나에게 가장 난도가 높은 ‘나만 이런가?’의 영역은 바로 이 '해라해라'타령을 그만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다려주는 인내심'과 '그럴 수도 있지라는 넉넉함'으로 무장하고 아이들과 함께 해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또 나는 구성지게 부르고 있겠지? '해라해라'타령을…
오늘은 안 부르고 싶다.
그러니 엄마가 말하기 전에
너희들이 먼저
해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