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계획형이라 느끼는 굉장히 드문 몇몇 순간이 있다. 먹을 때… 한주 식단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쓰고 한 끼 식사에서도 메인과 후식을 나누어 굉장히 계획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크리스마스에 대한 계획과 큰 그림인데… 크리스마스를 한 달 하고도 열흘이나 더 앞둔 이 시점… 우리 집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굉장히 분석적이고 분주하다. 간헐적 계획형 J 아이들… 너희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지난 주말 넣어 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냈다. 장식을 다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둘이 속닥속닥 숙덕숙덕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눈다. 크나큰 양말을 준비해서 걸어놓고는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적어 넣어둔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선물에 대한 내용이다. 그 선물이 혹여나 다른 것으로 잘못 주문될까 봐 걱정되어 상세한 가격대와 모양까지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구구절절 적어놓는다.
어제저녁 아이들이 또 파리떼처럼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맴돌다가 첫째가 말한다.
“엄마 내가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서 양말에 넣어 뒀거든? 그거 언제 보실까?”
“선물 주기 전에 보시겠지~~”
“엄마 근데 그 종류가 비슷한 게 많은데 설마 아빠가 다른 거 사는 건 아니겠지?”
(5초 정적…)
“아!! 아빠가 아니라 산타.. 산타라고 하려고 했는데…” 하며 방으로 은근슬쩍 도망간다.
속아주는 자 1호가 이리 내 곁을 떠나고...
둘째도 나름 걱정이 되었는지 나에게 묻는다.
“엄마.. 근데 내건 해외배송인데… 아빠가 일찍 주문해주겠지??”
(5초 정적…)
“아!! 아빠가 아니라 산타…”
속아주는 자 2호도 방으로 들어갔다.
너희도 참 고생이 많다. 속아주느라.. 속는 척 연기하느라…
'허허허'만 할 줄아는... 코만 보이는... 외국인 산타와 아이들
우리 아이들도 처음부터 이렇게 능청스러운 ‘속아주는 자’ 였던 것은 아니다. 무엇을 말해도 눈을 꿈뻑꿈뻑하며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어주던 순진덩어리의 순간이 있었다. 산타 옷을 입고 나타난 아빠를 보면서도 정말 산타할아버지인가?? 하며 힐끗힐끗 쳐다만 보던… 그때 우리 아이들은 산타는 외국 사람이라 한국어를 할 수 없어서 “허허허허”라는 웃음소리만 낸다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르며 우리 아이들도 포켓몬처럼 진화과정을 거쳤고 매년 크리스마스가 바로 그 진화의 시기였다.
진화 단계는 이랬다.
철썩같이 믿는 어린이(속는다) -> 의심이 가지만 조금은 믿는 어린이(속아주려 한다) -> 완전히 믿지 않는 어린이(속는 척 연기한다)
왠지 이것이 끝이 아닐 것 같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는 어떻게 더 열심히 진화하여 엄마 아빠에게 선물을 받아낼는지.. 궁금하다.
자기전… 아빠가 둘째 놀리기에 한창이다.
“울어?? 울어?? 으하하~”
애들 놀리는 게 왜 저렇게 즐겁고 신나는 일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둘째 아이가 정말 우는지 바라보니 둘째가 울그락불그락.. 이미 표정은 우는 얼굴인데 이리 말한다.
“나 크리스마스 때까지 절대 울지 않을 거야…”
크리스마스 선물에 진심인너희들의 노력이 가상하여 ‘속이려는 자’는 올해도 ‘속아주는 자’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