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mbti는 infj이다. 장항준 감독도 대놓고 탐내던… 세계에서 1%만 존재한다는 희귀성과 신비주의를 가진…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그런 mbti결과…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mbti도 상대성을 가져서일까? 남편의 f(공감능력)와 남편의 j(계획성)는 내 눈으로 보기엔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너무 의심스러워 나의 두 딸내미들과 토론을 하며 남편의 mbti검사를 다시 진행해 보았다. 두둥… 그런데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공감형… 계획형… 그리고는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면 이러한 전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창 시절 적성검사결과지를 손에 든 담임선생님께서 한 명씩 불러 나누어주셨다. 그때 결과지를 손에 들고 살펴보던 나에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뭐든 잘하는 팔방미인 같은 결과네,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겠어.”
선생님의 칭찬이 기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모든 적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검사를 진실하게 했는지를 말하는 허구성 역시 100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나는 이렇게 진실되지 않은 사람이었나? 나는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뭐든 잘하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이었나?’
그리고 살면서 이런 검사 결과가 몇 차례 더 있었다. 대학교에서 리더십 수업을 들을 때 DISC성격유형검사 결과에서도 일반적으로는 함께 점수가 높게 나오기 어려운, 상반되는 두 가지가 함께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하면서 교수님께서 보기 드문 결과라고 하셨다.
그때도 나는 생각했다.
‘나는 정말 그런 상반되는 성향을 동시에 가진 사람일까? 아니면 그런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갖고 싶은 사람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그런 검사라는 것을 할 기회가 없었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최근 MBTI라는 검사가 유행하고 대화 소재로도 많이 쓰이게 되면서 나도 검사를 해보았다. 검사 결과는 어떠했을까?
내가 예상했던 결과이긴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외향적, 현실적, 공감형, 계획형…
그런데 그 점수는 예상을 뒤엎었다.
I(내향형) 성향이 단 1%도 없다니… 솔직히 난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에 불편함이 없고, 그런 만남으로 인해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맞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약속이 펑크 나면 반갑기도 하고 집에서 쉬는 게 편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로 인해 에너지가 고갈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나에게는 그런 성향이 단 1%도 없는 것일까? 사람이 100%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과가 나올 수가 있긴 한 걸까? 아니면 그렇게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는 것일까?
나에게서 1프로도 살아남지 못한 i 성향
P(인식형) 성향 역시 단 1%였다. 내가 아무리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진 계획형… 판단형 J 인간이라지만, 나에게는 정말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융통성 있는 성향이 정말 단 1%만 겨우 숨 쉬고 있는 것일까? 내가 그만큼 계획에 맞춰서 생활하는 인간이긴 한가? 이것도 내가 철저히 계획형 인간이 되고 싶은 욕심이 반영된 결과일까?
심리, 적성, 성향에 대한 검사를 할 때마다… 나는 ‘검사를 한 진짜 나’와 ‘검사 결과로 분석된 나’ 사이의 괴리감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검사 결과가 지금의 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이런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살면서 계속해서 이런 성향을 보이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
MBTI결과인 16가지의 유형으로 사람을 정확하게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결과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이기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딱 그 정도가 검사 결과의 의미라고… 개인적으로는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다중이이건 뻥쟁이건 욕망덩어리이건...
지금의 나의 모습도… 그런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도… 이런 나의 모습 모두가 나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