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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Nov 09. 2023

나 홀로 감성 가득 자동차 노래방

동요대회라도 나가볼 것을…


 나에게 꽤나 신기한 재주가 있다. 거의 모든 노래를 동요화 시키는 능력이다. 발라드건 락이건 트로트건 장르를 불문하고 아이들보다 더 동요처럼 부른다. 음정 박자는 꽤나 괜찮다. 문제는 나 스스로는 정말 감성을 큰 국자로 퍼부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모든 노래가 동요처럼 바뀐다는 것이다. 노래를 가수처럼 잘하고 싶은 욕심까지는 없다. 그래도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목소리라는 악기로 멋들어지게 불러보고는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래도 살면서 노래 잘한다는 칭찬 한 번쯤은 받아보고 싶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나도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은 적이 두 번 정도 있긴 했다.


 한 번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 노래를 알려줄 때였다. 중국 노래를 많이 들을 기회가 없었던 이유였을까? “선생님~ 노래 잘하세요~~.”라며 어린이 동요대회에 나온 것만 같은 내 노래 실력을 칭찬해 준 적이 있다. 착하고 예쁘고 고마운 아이들…

‘중국 노래가 다 동요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또 한 번은 역시 착하고 예쁜 내 딸내미들의 칭찬이었다. 초보 운전을 뒤에 붙이고 운전을 할 때 아이들은 심히 불안한 엄마의 운전실력을 보며 집중력을 흐트러뜨릴까 걱정이 되었는지 “쉿!! 조용히 해!!”라고 서로에게 주의를 주며 조용하게 무사히 도착지에 다다르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아이들이 내가 운전하는 차를 굉장히 오랜만에 탔다. 그간 초보의 실력을 조금 벗어나 여유가 생겼던 나는, 노래를 틀고 큰소리로 따라 부르며 운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이런 엄마의 변화가 신기했는지 둘째가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운전하면서 노래 잘해.”

분명 아이는 엄마가 ‘노래도 하면서 운전을 잘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기로 했다. ‘운전도 잘하는 엄마가 노래도 잘한다’고… 하하하




 유난히도 가을이 떠나가는 것이 싫었던 올해의 늦가을… 운전하면서 듣는 노래에 마음을 훅 빼앗겨 눈물이 핑글 할 때가 많았고, 그럴 때면 몇 번이고 돌려 들으며 나 홀로 자동차 노래방을 오픈하고 혼자 감성을 듬뿍 담아 열창을 하곤 했다. 오랜만에 코인노래방에 가서 그 열창했던 그 노래들을 야심 차게 불러보았다가 헤드셋으로 전해지는 지나치게 맑고 깨끗한 동요를 듣고 나의 형편없는 노래 실력을 새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두 눈을 스르르 감고 머리를 젖혀가며 감성을 듬뿍 담았으나, 역시나 동요처럼 불렀던 감성 가득한 늦가을의 노래 두 곡을 함께 담아본다. 좋아했던 드라마 ost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생에는 절대 이 노래의 가수들처럼 감성을 담아 부를 수 없을 것만 같은 노래들… 개인적으로는 위로가 필요한 날 들으면 위로가 되는 가사의 노래들이다.  


권진아의 <위로>_멜로가 체질 ost

세상과 다른 눈으로 나를 사랑하는
세상과 다른 맘으로 나를 사랑하는
그런 그대가 나는 정말 좋다
나와 걸어주려 하는 그대 모습이
나를 웃게 하고 나를 쉬게 한다
옆에 있어주려 하는 그대 모습이
나에게 큰 위로였다.
나의 어제에 그대가 있고
나의 오늘에 그대가 있고
나의 내일에 그대가 있다.
그댄 나의 미래다.


https://youtu.be/MGKbO72YnqQ?si=1bdOaQ9khAtASZIR


선우정아의 <City Sunset>_공항가는 길 ost

Hey, citizen
두 눈이 빨개져서는 건조함에 얼굴을 부비네

해가 녹네 답답한 한숨의 열기 지고 마네 내 웃음처럼
나만 힘든 건 아냐 모두 나름의 아픈
눈물 한숨 애써 숨기며 미소 짓지 저 노을처럼
오늘도 살아내야지 지켜낼 것이 나는 참 많으니 

나로 인해 누군가가 아픈 게 난 싫어 (싫은데)
사실 오늘 하루도 버거웠지
내 맘조차 지키지 못했는 걸
초라한 발걸음 끝에 다 내려놓고 싶은 날

 https://youtu.be/qUuS8YwxY78?si=8Es69g3yNWGGRfYj



 요새 새롭게 빠져있는 <무인도의 디바> 드라마를 보며 예쁘고 인성 훌륭하고 노래까지 잘하는 박은빈을 보니… 괜스레 노래에 욕심… 까지는 아니어도 관심이 생긴다. 저 슬픈 노래들을 동요처럼 부르는 신묘한 능력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JYP가 말하는 공기반 소리반이 안되서일까? 지나치게 이성적인 나는, 노래에도 감성을 넣는 것이 그리도 어렵고 힘든 일인 것인가? 노래도 연습하면 잘할 수 있나? 이것도 책으로 배우면 유머처럼 우스워지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노래를 못해서 다행인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도 나를 닮아 노래를 잘하지 못하니 가수를 하겠다고 하는 일은 없을 것 아닌가…<이런 나도 나니까> 시리즈는 이런 나를 아끼고 인정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정신승리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뭐… 노래를 못하는 나도, 노래를 잘 부르고 싶지만 어려운 나도… 포기하지 않고 운전대를 잡고 오늘도 열심히 불러대는 나도… 이 모든 내가 나이니… 


오늘은 또 어떤 노래를
나름 감성 가득하게 연습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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