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같은 맘으로

아이들 마음 이해하기

by 가지

7살 지연이는 선생님의 말에 무조건 반대로 얘기하는 아이다.

이것을 하자고 하면 저것을 한다고 하고, 크게 그리라 하면 작게 그리고(원래 그림이 작긴 하다) 막상 원하는 것을 들어줘도 잠깐뿐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선생님 탓을 한다.

선생님이 옆에 앉아 얘기 좀 나누려 하면 분명한 목소리로


"선생님 옆에 앉기 싫어요"


라고 말해 나를 머쓱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엔 날 정말로 싫어하나?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아이들과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끊임없이 "선생님~선생님" 불러대며 본인에게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걸 보고, 지연이가 감정표현이 매우 서툰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맞벌이 가정인 지연이네는 미술학원에 올 때마다 할머님이 데려다주고 시간 맞춰 데리러 오신다.

그런데 데리러 오실 할머님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거나 친구들이 수업이 끝나 먼저 가버리고 혼자 남게 되는 날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아기처럼 끊임없이 징징거리며 할머니를 기다리곤 하였다.

엄마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한 지연이는 어릴 적 충족되지 못한 애정을 이제는 주변인들에게 비뚤어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며 관심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시간강사로 일하는 나는 다른 수업이 있는 날엔 서둘러 학원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데, 남아있던 지연이가 창밖만 바라보며 할머님이 오실 때까지 계속 울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속이 쓰릴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의지했던 선생님마저 가버리고 더 버려진 느낌이 든 건 아닌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지연이는 내가 조금이라도 분주한 모습이 보이면 "선생님 이제 갈 시간이에요?" 하고 물어보는 날이 많아져 날 맘 아프게 하곤 했다.


미술쌤으로 어린아이들을 가르 친다는 건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을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표현이 서툴고 미숙한 아이들의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갖추고 그 아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일. 내가 지향하는 미술쌤의 중요 덕목 중 하나다.

오로지 그림을 배우겠다는 목적으로 온 성인들이나 입시생들은 또 다른 얘기겠지만, 최소한 초등생 이하를 상대로 가르치시는 미술 선생님들은 엄마와 같은 마음을 갖고 아이들을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나 자신도 결혼하기 전 아이들을 가르칠 때와 아이를 낳은 후 아이들을 대할 때 그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다행히 지연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존감도 많이 회복되고 그림도 커지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청개구리 같던 대답도 많이 예뻐지고 이제는 내가 옆에 앉아도 "싫어요"란 말은 쓰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많아 할머니에게 꼭 일찍 오라는 당부를 하고서야 헤어진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지연이에게


"파이팅!"


을 외쳐주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