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요즘 아이들
수업을 하다 보면 정말 각양각색 다양한 아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나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아이들의 개성도 점점 뚜렷해져서 '아이들에게 기 빨린다'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수업 한번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지는 날도 종종 있다.
그중 미술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
이런 타입의 아이들은 다양한 자료와 표현방법만 잘 제시해주면 좋은 그림이 무궁무진 많이 나올 수 있어서 나의 예술혼을 불태우게 하기도 한다. 단 고집이 세서 잘못된 부분 또한 고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4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이제 막 8살이 된 시은이는 웬만한 작가 뺨치는 감성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한번 집중해서 그리기 시작하면 두세 시간은 훌쩍 넘기는 그 아이는 엄마가 이제 집에 가자며 소리를 질러대야 엉덩이를 일으키곤 했다. 언제나 본인이 그리고 싶은 주제가 명확하여 학원에 와서는 사진자료나 그릴 재료를 찾아보는 정도일 뿐, 표현방법 또한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을 자기꺼화하여 그려대곤 하였다.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보물 같은 아이였는데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는 이런저런 학원일로 바빠지면서 얼굴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타입의 아이들은 끈기가 부족한 경우도 많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이끌어줘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처음엔 좀 답답하고 힘들지만 한번 적응되면 그만큼 의리도 강한 아이들이 많다.
미술학원에 처음 온 6살 승은이는 묻는 말에 대답도 없고 그림도 안 그리고 30분째 정지상태다.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주제를 얘기해주고
"그럼 이제 그려볼까?" 물어봐도 묵묵부답
"엄마에게 전화해서 승은이 데리러 오라고 할까?"
그건 싫은지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맘이 좀 편해지면 그리고 싶은 거 그려봐"
하고 내버려놨더니 30분이 지나서야 끄적끄적 작게 토끼를 그린다.
미술학원 첫날을 어렵게 보낸 승은이는 그다음에 와서도 20분간 묵상에 잠기더니 도화지에 몇 가지를 작게 끄적끄적거린다. 그런 상황들이 몇 번 반복되고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활발하게 친구들과 잘 얘기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끔씩 하기 싫은 게 있으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건 빼고 말이다.
그리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이것저것 제시해줘야 겨우겨우 따라 한다. 부모의 권유에 억지로 하다 보니 어서 수업시간이 끝나기만을 손가락 세며 앉아있다.
이런 타입의 아이들은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의욕을 한껏 끌어올려야 돼서 서로 힘든 경우가 많다.
대다수 아이들이 몇 개월 못 가서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기는 하나 간혹 몇 명은 그리기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으면서 일취월장하는 반전의 아이들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 아이든 허투루 판단하고 속단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한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각자의 생각이 있고 자기만의 세상이 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너무 다채로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 다채로운 생각들이 표현력이 부족해 알아볼 수 없는 그림으로 나타난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런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아이들의 힘찬 기백이 실려있는 그림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