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능력

by 가지

3월이 훌쩍 지나갔는데도 미술학원은 한산하기만 하다. 학교 적응도 어느 정도 마친 요즘이라면 꾸준히 상담이 들어올 시기인데 내가 다니는 학원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미술학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경기가 안 좋아지고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 중엔 예체능 학원도 포함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엄마들 교육열이 얼마나 높은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영어, 수학, 과학에 대한 교육열은 높을지 모르나 경기가 조금이라도 침체되면 선택권을 좌지우지하는 어머님들이 가장 먼저 끊게 되는 학원이 예체능 쪽이다. 태권도, 미술, 피아노 등은 당장 학업에 큰 영향을 주는 과목이 아니기에 그만둬도 큰 미련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다니고 싶어 했거나 다른 공부를 제외한 남는 시간에 취미활동을 시키기 위해 예체능 학원을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아

예체능 학원의 성패는 어머님들의 주머니 사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필수로 다녔던 미술학원도 옛말이 된 지 오래, 학교에서 주는 그리기 상장이 점차 없어지는 추세라 저렴한 방과 후 미술로 보내는 어머님들이 많아진 것도 큰 작용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그려온 그림으로 상장 개수를 채워나갔던 예전 방식보다, 순수하게 학교 수업시간에 행해지는 수행으로 평가되는 이 방식이 훨씬 좋다고 본다.

비록 학원에서 연습해오는 아이들이 있다고 해도 완성품이 아닌 스스로 수업시간 내 만들거나 그려야 되는 과제니만큼 80% 이상은 아이들 본연의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다.


1, 2학년의 꽃이라 불렸던 그리기 상장이 줄어든 만큼 아이들의 자신감 향상을 위해 일부러 외부 대회를 찾아 아이를 내보내시는 어머님들도 많아졌다. 매달 미술대회 목록을 스크랩하며 주말마다 아이손을 이끌고 대회를 참가시키는 어머님들의 열성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듯하다.

방과 후 미술을 하던 학원 미술을 하던 예체능도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수행평가능력이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아이들의 수행평가능력을 기르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실함과 꾸준함, 어머니들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미술학원 몇 개월 다녔다고 우리 아이 그림실력이 훌쩍 늘기를 원하시는 어머님들이 있는데, 초반에는 조금 늘은 것같이 보여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해력이 향상되면서 그림이 늘기 때문에 성장기->정체기->성장기->정체기를 반복하며 단계적으로 실력이 향상된다. 아이마다 성장 속도가 다 다르기에 함께 들어간 친구와 자꾸 비교하는 건 내 아이의 자존감을 끌어내리는 행동이다.

꼭 학원을 다니거나 교습을 받아야지만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시중에도 좋은 자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가정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미술활동이 아닌가 싶다.

미술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작품들 중에는 미술 선생님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와 방법으로 작품을 만든 아이들도 있어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도 많다.


미술엔 정답이 없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좋고 싫음이 갈릴뿐이다.

그 관점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과거에 인정받지 못했던 그림도 몇십 년이 지나 화가 사후에 유명해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해내는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미술뿐 아니라 그 어떤 것에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수행평가능력이란 그런 근성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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