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때면 불쾌한 경험들 보다는 기분 좋은 인상을 많이 받는다. 웬만큼 허술한 건물에서도 최소한의 깔끔한 화장실을 기대할 수 있고, 여자 화장실뿐만 아니라 남자 화장실에도 기본적으로 아기를 앉힐 수 있는 벽 의자, 그리고 기저귀 체인지대까지 있는걸 경험하면서 일본 공중화장실 문화에 감탄하곤 한다. 무엇보다도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시키는 일본인들의 깔끔한 뒷처리 매너가 인상깊었는데, 그중에서도 공중화장실의 휴지 매너는 독특하다.
분명 내 앞에 여러 명이 화장실을 쓰고 나갔는데, 화장지 양옆을 깔끔히 접어 세모 모양으로 정리되어있는걸 자주 목격한다. 마치 호텔 직원이 객실을 청소하고 휴지까지 새로 갈아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변기에 앉아서 휴지를 접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휴지가 칠렐레 팔렐레 뜯어져 있거나, 휴지 끝을 찾기 위해 뱅글뱅글 휴지심을 돌리는걸 방지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 인 것 같다. 휴지 끝이 칼로 자른 듯 깔끔히 잘려있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나도 여러 번 휴지를 잘라봤지만, 절취선이 없는 화장지는 자꾸 고양이 발톱으로 긁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더 흉하게 변해갔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깔끔하게 자르는 거지!? 전용 칼이라도 휴대하고 다니는건가?"
그 비밀은 일본에 놀러 온 한국 친구에게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야 일본인들은 나올 때 화장지도 깔끔하게 잘라서 정리해놓고 나오나 봐.'
'응, 그렇더라? 어떻게 그렇게 잘 자르는지 모르겠어'
'응? 여기 화장지 덮개에 있는 톱니로 자를 수 있게 만들어놨는데?"
화장지 덮개를 지그시 누른 후 휴지를 뜯어내니 정말 깔끔하게 끝이 정리가 되었다. 그동안 화장지 덮개는 먼지가 쌓이는 걸 막거나 휴지가 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건 줄만 알았는데, 일본의 휴지는 절취선이 없는 게 많아서 이렇게 톱니가 있는 덮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손을 닦고 그 자리에서 바람으로 말릴 수 있는 세면대를 보고 놀랐다. 어째서, 일본의 화장실은 다른 것보다 더 빨리 발전되고 있는 느낌일까? 청결함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성향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