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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 kim Aug 21. 2023

일본 아티스트 친구 (1)
[アーティスト友だち]

일본에서 아티스트로 살아갑니다.

일본에서 처음 사귄 아티스트 친구들이 있다. 일본어 소통이 잘 안 되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준 고마운 공동 스튜디오 동료들이다. 그중에 제일 연장자인 '아사야마 미유키' 씨는 고베 오픈 스튜디오에 나보다 2년 정도 전에 입주한 설치 미술가이다. 그녀는 빨간색 천과 실을 이용해 설치 작품들을 만들고, 인센스로 일본 종이 わし (화지)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레드는 생명과 핏줄을 상징하는데, 나는 특히 그녀의 작품들이 일본 전통가옥을 개조한 갤러리에 전시된 모습을 좋아한다. 그녀의 첫인상은 매우 적극적이고 그녀 작품의 RED 컬러처럼 강렬했다. 스튜디오에 입주하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해주고, 센터 회의 때도 일본어가 부족한 나를 배려해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의견을 내주던 그녀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쓴소리도 거침없이 그러나 예의 바르게 건의할 줄 아는 멋진 분이었다. 내가 있던 공동 스튜디오는 작가 방의 문을 항상 열어놓고, 방문객들이 언제든 작가의 작업공간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는 룰이 있었다. 보통은 센터 직원들이 방문객들의 투어를 도와주거나, 그 시간 때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서로를 소개해주는 경우도 많았는데, 내가 방문객들과 아사야마 씨 방을 지날 때마다 그녀를 나의 아티스트 멘토라고 소개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아티스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준 아사야마 씨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전시를 같이 보러 다니며, 갤러리 관장들에게 나를 인사시켜 주거나, 내가 첫 전시를 열었을 때, 나 대신 일본어로 내 작품을 설명해주기도 했으며, 내가 스튜디오에 없었던 날, 어느 갤러리 또는 컬렉터가 왔었는지, 내 작품을 어떻게 보았는지도 알려주는 수고를 서슴지 않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센터에 멘토 시스템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왜 그리 친절했을까? 우리는 나이차도 대략 30살,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기에 대화의 어려움도 많은데,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나중에 여러 대화를 통해, 그녀 또한 나의 작품을 좋아하고, 아트를 향한 열정에 감동했기에, 서로를 응원해 주는 아티스트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공동 스튜디오를 나온 지금도 가끔 만나서 갤러리 투어도 같이 하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친구가 되는 데에는 나이도, 국적도, 언어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나중에라도 한국에서 그룹전시를 기획할 기회가 생기면 그녀와 꼭 함께 하고 싶다! 아사야마 성으로 부르면 친근하지 않으니, '미유키'라고 불러달라 했기에..."미유키상。 いつも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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