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까마귀는 참새의 8배 정도, 비둘기의 3배 정도로 크다. 지붕 위에서 익룡 같은 소리를 내며 앉아있는 까마귀를 보면 금방이라도 나를 덮칠 것 같아 두려워진다. 일본에서 까마귀를 보는 것은 길조라 했는데, 길을 가다가도, 아침 빨래를 널다가도 까마귀를 보는 나는 매일이 두려운 행운의 날이다.
까마귀를 생각하니 문득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멕시칸 음식을 먹으러 간 게 생각난다. 밤에는 조금 위험할 수 도 있는 그런 동네였는데 여기 브리또가 현지인들에게 맛집으로 유명하다 하여 찾아간 곳이다. 남편이 주문하러 간 사이 어색하게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열어놓은 가게 문으로 한 비둘기가 날아들어왔다. 나 갈길을 못 찾고 여기저기 부딪히던 비둘기는 순식간에 내 머리로 날아들었다.
"까악"
내 비명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지고, 머리에서 튕겨져 나간 비둘기는 창문에 두세 번 더 부딪히더니 가게를 떠났다. 처음으로 새의 공격 아닌 공격을 받은 나는 사고의 아픔이나 민망함 보다도 언제 어디서든 새가 내 머리 위로 날아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 만약 비둘기가 아닌 일본 까마귀가 내 머리로 날아들었다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의 한 장면과 같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