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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 kim Aug 23. 2023

야간 등

일본집에는 목욕을 하는 욕실과 용변만을 보는 화장실이 따로 있다. 변기만 있는 화장실에는 야간 등이 있다. 새벽에 불을 켜지 않고 들어가면 변기 아래 있는 야간 등이 켜진다. 얼마전 전기세 폭탄을 맞고 난 후 이 야간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날 밤 비몽사몽 한 상태로 화장실 불을 켜지 않고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어김없이 켜진 야간등은 다리 밑에서 하얀 빛을 내뿜었다. 늦은 새벽, 어두컴컴한 화장실에 혼자 앉아있으니 어릴 때부터 보고들은 귀신 이야기들이 생각이 났다.


 '빨간 휴지를 건네는 귀신은 여기에 어울리지 않고... 아마도 천장에서 긴 머리를 내려뜨리며 슬금슬금 내려오는 귀신이 어울리겠네'


막상 귀신을 떠올리니,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방금 한 상상이 현실이 될까 봐 천장을 쳐다볼 수 없었다. 볼일을 본 후 빠르게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습관처럼 스위치를 눌렀다. 

'앗! 젠장.'

그 뒤로 며칠 동안 여전히 화장실 천장을 바라볼 수 없었고, 밖에 나와서 불을 켜고 끄는 실수를 반복했다.

오늘은 절대 스위치를 켜지 말자고 생각을 하면서 손은 자동적으로 스위치를 눌러댔다.


'이렇게 손과 머리가 따로 놀 수 있을까...'


 이 정도 되면, 화장실 귀신이 매일밤 날 놀리고 있는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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