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형 브리핑
대입에 대한 기초지식 몇 가지를 짚어보도록 하자.
Q1. 학종이 뭐고 교과가 뭐예요?
대입 전형에는 크게 수시와 정시가 있다.
보통 수시 60%, 정시 40% 정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수시는 현역(졸업예정자)들의 잔치, 정시는 N수생(재수, 삼수, 사수,...)들의 잔치라 할 수 있다. 수시 합격생의 80%는 현역, 정시 합격자의 80%는 N수생이기 때문이다.
수시는 6장, 정시는 3장의 카드가 주어진다.
수시를 지원 안 할 수는 있지만, 지원한 이상 다 불합격하지 않으면 정시의 기회는 없다. 수시에 한 학교라도 합격하면 등록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거꾸로 말하면 모든 아이들은 두 번의 시기에 총 9장(과기원, 사관학교 등을 포함하면 그 이상)의 지원카드를 얻는다.
수시는 다시
1.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2. 학생부 교과전형(대부분의 학교장추천전형이 여기 포함-서울대 제외)
3. 논술전형
4. 실기전형
으로 나뉜다.
수도권은 학종(1번) 비율이 대체로 높고, 지방으로 갈수록 교과(2번) 비율이 높다.
A1. 학생부 교과전형 - 닥치고 숫자
내신등급이 높으면 교과전형을 쓸 수 있다. (숫자가 작을수록 높은 등급)
그러나 학교 구성원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등급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간의 실제 실력차가 크게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능점수의 하한선인 수능최저를 함께 걸어 그런 아이들을 거르는 장치를 둔다. 수능최저를 맞춘 아이들만으로 내신성적의 줄을 세워 커트하는 식이다.
전체 수강생의 4%는 1등급, 7%는 2등급, 12%는 3등급을 받는 구조인 것을 보면 학생수가 많은 학교일수록,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적은 학교일수록 나의 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숫자처럼 '객관적'인 게 어디 있는가.
'제가 왜 떨어졌나요?' 물을 때 '너는 2.33등급이잖아. 저 친구는 2.31등급이라서 붙은 거야'라고 하면 찍소리 못한다.
2.31등급의 학생이 2.33등급의 학생보다 더 똑똑한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못하지만, 그것만으로 뽑는다고 하면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합불예측이 훨씬 쉽다. (이런걸 공정하다라고 말하는 분들이라면 단일시험점수로 대입을 치루자고 주장하실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볼때 이건 예측가능 정도.)
교과전형에서 성적을 기계적으로 계산할 때 전 과목 성적을 다 넣기도 하지만, 학교나 계열에 따라 국수영사과, 국수영사, 국수영과 이런 식으로 골라넣기도 한다. (독특하게 5개 학기 중 제일 잘한 10개 과목만을 반영하는 동국대나 제일 잘한 학기 40%+그 다음 30%+그 다음 20%+그 다음 10%를 더하는 가천대 같은 학교도 있다. 한국외대는 90점 이상도 1등급과 동일하게 계산한다.)
선생님들이 진학상담을 할 때 컴퓨터의 보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대학마다 성적 데이터를 계산하는 식이 모두 달라 A대학 식으로는 2.71등급의 아이가 B대학 식으로는 2.32등급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C대학 식으로는 1.98이 되기도 한다. 대학에서 자신들의 계산식을 모집요강에서 밝혀놓지만 일일이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컴퓨터프로그램에 아이들의 성적을 모두 넣어놓고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성적을 보며 합격가능성을 점치게 된다. (우리도 대학어디가, 진학사 사이트 등에 아이 성적을 넣고 모의지원을 통해 계산된 성적을 볼 수 있다. 무료이다.)
이렇게 숫자만이 가지는 예측가능성 때문에 보통의 일반고 아이들은 안전빵으로 교과전형을 한 두장 꼭 쓰고 위로 지른다.
물론 수능시험 전에 수시 지원을 하기 때문에 내가 그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능최저를 종국에 맞출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다섯 학기(수시는 3학년 1학기까지의 생활기록부로 지원한다)를 모두 마쳐 내신등급이 나와 있고, 그간 보아온 모의고사 결과들로 수능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으므로 깜깜이 전형이라는 학종보다는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눈치챘겠지만 교과전형은 일반고만의 잔치이다.
A2. 학생부 종합전형 - 숫자의 의미를 묻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다섯 학기 동안의 학교생활의 기록인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정량적(교과전형에서처럼 숫자로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다.
생기부 안에 있는 데이터 중 현재 대학으로 넘어가는 것은 출결, 성적, 각 과목 선생님들이 적어주신 과목별 세부능력특기사항(과세특), 담임이 적어주는 행동발달특성(행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이다.
학교마다 비율과 세부항목의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복수의 평가자가 학생의 생기부를 눈으로 보며 채점표의 평가요소마다 5,4,3,2,1 중 한 개의 점수를 선택하고 그걸 다 합쳐 그 결과로 지원자들의 줄을 세우는 식이다.
성적을 물론 보지만 교과전형처럼 성적을 공식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1번 학업성취도' 문항에 대한 점수를 결정하기 위해 눈으로 보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이공대라면 수학이나 과학점수를 더 눈여겨볼 테고, 기계공학과라면 생명과학 점수가 조금 떨어지는 건 귀엽게 봐줄 수도 있다. 내신 등급이 좀 안 좋아도 수강생수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통해 그 학교의 특성 등을 추정하여 어느 정도 감안하여 본다. 비슷한 내신 등급이라고 해도 성적이 점점 올랐는지, 자기가 싫어하는 과목이라고 해서 아주 팽할 정도로 극단적인 성격인지 등도 평가를 위해 고려하게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업성취도라는 것은 1. 우리 과에 들어오기 위해 미리 공부해야하는 과목을 이수했는지 여부, 2. 그 과목의 성적과 그 추이, 3. 그 과목의 과세특 및 자율, 동아리, 진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이의 탁월성이다. 이런 권장과목이 대부분은 이공대에서만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Q2. 저는 교과전형이 유리한가요 종합전형이 유리한가요?
일반계 고등학교라면 6장의 카드를 학종과 교과를 섞어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말한 교과전형이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에게는 역차별의 전형일 수 있으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이 친구들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히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고려대 계열적합이나 외고, 국제고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연세대 국제형 같은 전형이 존재한다. 하지만 매해 대학에서 발표하는 입시 결과를 보면 이런 전형안에서 일반고 학생들이 낮은 비율로 존재하는 것을 보면 비율적인 결과치일 뿐 유불리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입시는 학생 개개인이 치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신(중간기말수행), 비교과(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 자율, 진로, 동아리활동, 출결 등), 수능을 모두 챙겨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나라도 부족하면(이건 본인이 포기라는 선택을 했을때의 얘기이다)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2028 입시부터는 수시든 정시든, 어떤 전형에서든 그 세 가지를 모두 활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다~ 잘할 수 있을까. 결론은, 세 가지 모두 다섯 학기 동안 최선을 다 한 후에 그 결과를 보고, 나의 약점이 최대한 적게 부각되고 강점이 돋보일 수 있는 전형을 잘 찾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7까지의 친구들에게는 내신, 비교과, 수능 중 어느 하나에서 힘을 빼는 결정을 해야 한다면 적어도 2학년 말까지는 끝내고 나서 하라고 간곡히 권했었다. 그러나 2028이후의 학생들에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