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란 Jan 24. 2024

예비고1 오리엔테이션 Prologue

우리 조카들을 위해

2년간의 고3 담임과 큰 아이의 입시를 마치고 겨울방학맞이 3박 4일 오사카 패키지여행도 다녀오고 나니, 아차 우리 제주도 섬마을 쌍둥이 조카들이 고입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생과 통화하며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대입제도는커녕 고등학교 생활이나 학업에 대해 아무 생각 없는' 우리 쌍둥이들에게 ZOOM으로라도 고모가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어야겠다고 하니 좋아한다. 

대학 졸업장 필요 없는 세상이라며 군 제대 후 복학도 안 하고 결혼하고 곧장 제주도로 내려가서는, 아이들 키우는 내내 농사나 짓게 할 거라며 애들 공부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더니만... 아마 아이들이 생각보다 공부에 흥미와 재능을 보이기도 하고, 조카가 명문대 치의예과에 합격한걸 보니 공부도 잘만하면 아직까지 유용한 밥벌이 수단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가.


남편이나 나나 공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고 둘 다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우리 집은 '교육은 앞선 세대가 후 세대를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며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는 숭고한 행위이고, 학교는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며 이 교육활동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가 만들고 다듬어낸 훌륭한 사회적 산물'로서 인정하는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낳았다는 공통점 외에는 참으로 다르고 다채롭기 짝이 없는 세 아이를 키우며 어떤 교육이, 어떤 양육이 바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반성을 게을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의 브런치 첫 글로서 <예비고1 오리엔테이션> 택한 것은 그저 지금 당장 정리해야 할 주제가 이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입시도 좀 알겠다 싶고 내 딸도 명문대에 합격한 마당에, 핫한 정보를 정리하고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아마도 N사의 B 플랫폼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성향상 정보를 알려주겠다 모아놓고 결국 내 잘난 척과 가르침으로 글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의 개똥철학, 일장 연설이 만약 이성뿐 아니라 감성까지 울린다면 그건 에세이 아닐까? 그래서 여기 브런치에 그 첫 장을 펼친다.


말보다 글을 조금 더 잘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남들보다 더 다채로운 인생을 산 사람으로서,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말을 해 온 나의 첫걸음으로 브런치 개설은 아마도 당연한 수순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 우리 오늘부터 1일!

keyw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