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예비고1 오리엔테이션 4탄

1학년 1학기 시뮬레이션

by 이영란

자, 쌍둥이들! 본인의 희망분야, 관심분야들 다 정하셨나요?

특정 직업일 필요는 없어. 사회문제, 환경문제, 에너지문제, 바이오산업, IT분야,... 뭐든 다 좋아. 시간이 지나면 그 관심분야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 생활기록부에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으로'라고 적으라는 뜻이 아니야. 당장 탐구주제를 정할 때 탐색 카테고리를 좁혀두는 것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는 거지.

특정 과목에서 진로와 상관없이 그냥 관심을 끄는 주제가 보인다면 그걸 탐구해도 돼. 억지스러운 생기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를 드러내는 게 더 중요하거든.


확고한 목표가 있다고 해도 1학년때는 일부러 적지 않아도 돼. 2학년때 선택과목을 수강하게 되며 진로선택이 구체적으로 시작되지만 1학년때는 공통교육과정을 다 배우며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이잖아. 그냥 각각의 과목에서 배워야 할 것, 고민해보아야 할 것을 고민해 보는 것으로 충분한 때이고, 진지하게 사안사안에 다가가는 너의 태도와 사고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1학년 생기부야. 생각보다 일류대 합격생들도 별 특별할 것이 없을 수 있는 게 1학년 생기부야. 사실 1학년은 아직 어리바리 애기들이고, 고등학교에 적응하고 시기별 과업을 처리하기에도 정신없는 시기거든.


그럼 고등학교 1학년 첫 학기 생활을 한번 시뮬레이션 돌려볼까? 그러면 이번 겨울방학에 뭘 좀 미리 준비하고 입학하면 좋을지가 보이거든.




3월 한 달은 학교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해. 여러 학교에서 모인 친구들 살피고 중학교와는 뭔가 모르게 다른 고등학교의 분위기를 익히며 그 와중에 내 캐릭터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지거든.

5월 초에 중간고사가 있으므로 4월에는 중간고사 준비가 시작되지. 사실 3월 2일부터 좀 놀라겠지만, 고1을 맞이하는 신입생들의 학업에 대한 진지함은 마치 작년에 보던 그 아이들이 아닌 것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질 거야. '첫 중간고사가 사실상 대입을 결정한다'는 절박함으로 겨울방학 내내 고1 1학기 중간고사만 죽어라 준비하는 수학학원이 대부분일 정도이거든. 그러나 그 중간고사는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모두에게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고 그 후 5월, 6월을 정말 잘 보내 기말고사로 그 판도를 뒤집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건 아이들이 잘 몰라.


중학교 A등급은 고등학교 3, 4등급이라는 말이 있잖아. 사실 두려운 게, 직접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내가 그 고등학교에서 몇 등급이 나올 사람인지를 모른다는 사실인데, 중학교 시험과는 사뭇 다른 시험 스타일과 첫 시험에서 받은 4등급의 성적이 '봐, 사실 너는 4등급짜리 인간이었어'라는 낙인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중간고사를 보고 난 충격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헤어 나오지를 못해. 지난 6개월간 죽어라 이 시험만 준비했는데 이런 결과면 두 달 후 기말시험은 더 절망적이지.


게다가 너희 고등생활 적응하는 거 기다리며 새 학년 구축하느라 바쁘셨던 샘들도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6월부터는 미뤄두었던 수행평가를 실시하기 시작하신단다. 그런데 샘들끼리 과목 간 상의를 하시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루 이틀로 준비할 수 없는 평가들이 한꺼번에 몰아치기 시작해. 당장 내일 세 과목 수행이 몰리기도 하고, 책 선정부터 읽고 서평 쓰기까지 일주일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기도 하고. 밤새며 그 폭풍을 헤쳐 나왔다 싶으면 바로 두 주 후가 기말고사일 걸. 망한 거지. 만회는커녕 그만큼도 못 할 상황인 것에 절망하며 넋 놓고 있다 보면 셤날이 되고, 그냥 '나의 고등학교 생활과 대입은 회생불가능'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 거야. 그렇다고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거나 정시파이터를 외칠 수는 없잖아.


결론부터 말하면, 기말 때 엎으면 4등급을 2등급까지도 만들 수 있다는거야.

중간에 4등급, 기말에 2등급을 받으면 합했을때 3등급이 나올 것 같지? 그런데 중간, 기말을 모두 잘 보는 아이들은 드물어.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중간고사 이후에 주저앉아 버리기도 하고. 게다가 중간, 기말, 수행의 비율이 25+25+50 또는 30+30+40이기 때문에 정기고사에서의 점수차이는 3분의1 정도로 줄어드는 반면 수행평가에서 감점을 안 받는게 결정적일 수 있어. 그래서 4등급+2등급이 최종 2등급이 될 수도 있고 3등급+2등급이 심하게는 4등급이 될 수도 있어. 어때, 결국 멘탈 싸움이라는 생각 안 드니?

(현 고2, 2027 입시기준. 이후 등급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뀜)




그럼 우린 이번 겨울방학에 뭘 할 수 있을까? 기말셤까지 미리 준비? NO, NO. 1학기 수행평가 준비를 미리 해두는 거야.

네이버에서 <학교알리미>를 검색해 봐. https://www.schoolinfo.go.kr/ 로 들어가서 네가 갈 고등학교를 검색하고 학교 이름을 눌러. 새 창 뜨지? 아래로 내려 공시정보의 연도를 작년으로 바꿔 선택한 후 제일 오른쪽 <학업성취사항> 눌러볼래?

<교과별(학년별) 평가계획에 관한 사항>이 보이니? 작년에 그 학교에서 각 학년의 과목별 평가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치러졌는지 정리되어 다 나와. 올해 너희들의 평가 내용은 4월 정도에 결정되긴 하지만 작년과 비슷하게 할 가능성이 크니까 참고하기 좋지. 자세한 점수부여기준까지 공개하는 학교도 많으니까 크게 도움이 될거야.


책을 읽어야 한다면 지금 도서 선정을 미리 좀 해두거나 읽어두는 것도 가능할 거고, 주제탐구보고서라면 미리 교과서 훑어보고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보면 관심 분야를 골라 천천히 서치해 볼 수 있겠지. 생각보다 그 작업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학기 중에 하려고 하면 너무 정신없고 시간도 촉박하고 막막하고 그렇거든. 교과서가 어느 출판사인지 모르지 않냐고? 대부분의 교과서는 내용은 비슷해서 무얼 봐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알고 싶다면 너희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작년 초에 공지한 게 있을 거야.




어때, 완전 꿀팁이지? 이거 아는 사람은 전교에 너희밖에 없을 거야. 물론 너희만 알고 있지 말고 친구들에게도 알려주면 아마 초장부터 넌 반장 유력 후보일 거다.


잊지 마, 고등은 멘탈싸움이야. 헐떡이며 쫓아가기 시작하면 조급해지고 그러면 네 잠재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어. 지금쯤 방학도 반 정도 지났고 학원 왔다 갔다 하며 수학 영어 하는데 좀 질리던 차였지?




오늘 당장 앞서가는 고등생활 시작해 볼까나?
keyword
이전 04화예비고1 오리엔테이션 3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