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없이, 사교육 없이, 연세대학교 치의예과를 활동우수형으로 합격하다.
자녀가 대학을 잘 가면 엄마가 직업이 생기는 시대이다. 아들을 서울대 의대에 보낸 한 어머니는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관리형 독서실을 열기도 하고, 수능 최고점을 받은 아들의 어머니는 유명 입시학원의 센터장을 맡아 기사가 나기도 했다. 유튜브에도 입시에 성공한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비결을 다룬 영상들이 꽤 있다.
이들과 비교하여 우리 큰 딸 그레이스의 입시이야기는 공립학교 교사인 내 입장에서 '시대가 변하여 예전처럼 공부하면 안 된다'는 이 시대를 향해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공부에 왕도는 없다'라고 외쳐 온 내 목소리의 증거이기에 다른 의미에서 자랑거리이다.
우리 집에는 이 아이 외에도 완전히 다른 성향과 역사를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 두 아이가 더 있으므로 이 아이들의 역사는 또 다르게 쓰일 것이다. 한 집안에서 다양한 표본을 확보한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므로 앞으로도 이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가 내 글의 주요 소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 대해서 함께 얘기하는 것이 현 입시와 교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을 잠재우고 부모로서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카테고리 하나를 우리 집 아이들의 성장이야기로 분리했다. 여기에는 수학, 영어, 학원, 사춘기, 뭐 이런 잡다한 주제가 섞이게 될 것 같고, 아마 나라와 지역을 넘나들며 살아온 우리 집 역사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어갈 것 같다. 함께 읽으며 뭔가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짧게라도 댓글로 그때그때 나누어주신다면 글 쓰는 입장에서 앞으로의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첫째 그레이스의 입시얘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연세대 치의예과를 수시로 합격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자다가도 생각하면 신통방통하고, 이게 꿈이냐 생시냐 눈이 마주치면 엄마도 딸도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누가 딸 어디 붙었냐 물어봐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올해 우리 첫째 고등학교 졸업했잖아~'하며 안 물어봐도 근황을 전하는 것이, 나도 그냥 속물.
죄송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별명이 '교만충만'이었거든요. 겸손이란 걸 장착 못한 채 태어나서 남 배려도 잘 못하고... 그래도 최대한 자랑 아닌 척 여러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충실히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