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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읕 Jan 13. 2019

냉이꽃


일본 역사상 최고의 

하이쿠 시인으로 손꼽히는 마츠오 바쇼


초짜 카피라이터 시절에

아이디어 동냥하려고 바쇼를 들춰보다가 만난

최애 작품 하나


자세히 보니 

냉이꽃 피어 있다 

울타리 옆 


담벼락 아래 숨죽여 

피어 있는 냉이꽃을 보고 쓴 듯한 바쇼의 이 작품을

류시화 시인은 이렇게 풀이한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가 많다. 

봄에 넉 장으로 된 희고 작은 꽃을 피우는 냉이도 그중 하나다. 

(중략) 그 꽃은 누가 보든 보지 않든 필 때가 되면 열심히 핀다. 

그거에 바쇼는 감동한다." 

                                           

누가 눈 여겨 봐주지 않아도 

봄이 되면 그저 묵묵히 꽃을 피운다는 냉이꽃처럼 

나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꿈을 좇아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 까닭 없이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어때서? 

남들보다 더 돋보이지 않으면 또 어때서?


냉이꽃이 때가 되면 열심히 꽃피우는 것처럼 

우리도 사랑할 때가 되면 사랑하고, 

꿈꾸고 싶을 때는 꿈꾸고, 

술 취하고 싶을 때는 또 열심히 취하면 

충분한 거 아닐까


이 글을 보는 모든 냉이꽃들, 

언제 어디서든 열심히 피었으면 좋겠다


나도 지금처럼,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꿋꿋이 꽃피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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