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상 최고의
하이쿠 시인으로 손꼽히는 마츠오 바쇼
초짜 카피라이터 시절에
아이디어 동냥하려고 바쇼를 들춰보다가 만난
최애 작품 하나
담벼락 아래 숨죽여
피어 있는 냉이꽃을 보고 쓴 듯한 바쇼의 이 작품을
류시화 시인은 이렇게 풀이한다.
누가 눈 여겨 봐주지 않아도
봄이 되면 그저 묵묵히 꽃을 피운다는 냉이꽃처럼
나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꿈을 좇아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 까닭 없이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어때서?
남들보다 더 돋보이지 않으면 또 어때서?
냉이꽃이 때가 되면 열심히 꽃피우는 것처럼
우리도 사랑할 때가 되면 사랑하고,
꿈꾸고 싶을 때는 꿈꾸고,
술 취하고 싶을 때는 또 열심히 취하면
충분한 거 아닐까
이 글을 보는 모든 냉이꽃들,
언제 어디서든 열심히 피었으면 좋겠다
나도 지금처럼,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꿋꿋이 꽃피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