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은 길의 도시다
찻길이 있고
지하철 길이 뚫려있고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길도 있을 뿐더러
심지어 뱃길까지 열려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길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듯
길을 따라 어디론가 바쁘게들 움직인다
풍경도 보고 바람도 맞으며 길을 즐기는 게 아니라
목적지에 1분 1초라도 빨리 도달하기 위해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길의 도시라기 보다
도로의 도시다
2.
나 역시도 하루의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소비하는
어쩔 수 없는 도로형 인간이다
그럼에도 요즘에는,
주말에 집 뒤 북한산에 올라
오솔길 옆에 앉아 쉬기도 하고
떨어진 나뭇잎을 만져보거나
괜히 발끝으로 흙을 차보기도 한다
그렇게 잠깐이라도
도로 대신 길을 걸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