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읕 Jan 15. 2021

#9. 다녀오다

2021년 1월 15일 금요일

D-15,625


지금은 새벽 6시 11분


#

연달아 10시간 정도 운전을 했더니 피로가 누적됐나 보다. 어제 9시반쯤 기절했다가 6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그리고 쓴다.


#

1시 반에 집을 나서서 박석고개에서 기름 넣고, 가양동에서 K를 태우니 2시반 정도. K가 가양동 이사 가고는 처음으로 들렀다. K는 담배 한 대 피고 나는 커피를 하나 사서 포항으로 출발. 전날 눈이 많이 와서 내심 걱정이었는데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 덕에 눈이 대부분 녹았다. 포항에 도착하니 6시 40분쯤.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었다. 역시 엄마가 해준 밥은 더할 나위 없다. 자주 먹지 못하니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으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과식할 수 밖에.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좀 더 쉬면서 엄마 아버지랑 대화도 더 나누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8시가 채 안돼서 부랴부랴 나섰다. 


#

친구 J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왔다.

올해로 여든. 요즘 연락이 뜸했던 것도 있고 J가 일부러 얘기 안 한 것도 있지만 아버지는 5년 전부터 편찮으셨고 최근엔 계속 입원해 계신 상태였단다. 삶의 더깨가 쌓인 탓인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감정의 동요가 예전처럼 심하진 않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로해 준다는 건 여전히 어렵고 변함 없이 녹록찮다. 가만히 듣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깨를 두드린다거나 침묵이 내려앉지 않도록 열심히 말을 꺼내는 것 따위가 전부다. 


#

코로나19 탓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30분만에 일어섰다. 다른 친구들이 우리가 일어서는 타이밍에 딱 맞게 도착했다. 어수선하게 일어선 상태에서 간단하게 안부만 묻고 우리는 밖으로 나섰다. 여차저차 마무리하고 나니 밤 10시. K를 태우고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왔다갔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J의 얼굴을 보고 와서 마음이 놓인 것도 있고 K랑 오랜만에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그것 또한 고마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8. 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