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3일 수요일
D-15,627
지금은 새벽 5시 36분
어제 점심에 J 아버지 부고를 들었다. 오늘 오후에 반차를 내고 포항을 다녀올 생각이다. 잠을 좀 자둬야 하는데 밤 9시 반쯤 잠들었다가 새벽 2시에 깼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하니 억지로라도 눈을 붙이려 하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티맵을 켜서 가양동에서 K를 픽업하고 포항으로 내려갈 경로를 들여다 보고, 집에서 몇 시에 나서서 포항에 몇 시쯤 떨어질까 여정을 곱씹어 본다. 예전에 누군가 슬며시 꺼냈던 이야기 – 오늘 하루가 행복했든 따뜻했든 또는 슬펐든 아쉬웠든 그것과 아무 상관 없이, 결국 하루하루 지나는 건 죽음을 향해서 한 발짝씩 걸어가는 일이 아니겠냐고.
살아간다는 건 결국 죽어간다는 것과 동의어.
별로 알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 명징한 사실은, 벗어나려고 아무리 몸부림쳐봐도 결국엔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사는 건 죽는 거다!라고 이미 결말이 스포일러된 이 시나리오 위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 대신에 한사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 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하나. 끝없이 주어질 것처럼 보이는 매분 매시 매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얼마나 충만하게 느끼고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것인가, 이거야 말로 별다를 것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또 최선이겠지.
나는 내게 주어진 하루를 오롯이 잘 보내고 있는가라는 잡생각 사이사이로, 중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J와 농구하던 기억, 대학교 합격통지를 기다리는 나에게 잘될 거라고 우리집 앞에서 용기를 북돋아줬던 일, 내가 다니던 대학교 벤치에서 밤새 새우깡 하나에 술을 마셨던 일, 결혼식 날 J의 모습 등이 쓱쓱 지나간다.
오늘 저녁에 얼굴도 보고 등도 쓸어주고 오자. 진심을 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