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대한민국 인구 1천만 명의 시대, 도시는 한산하다. 출퇴근길에도 이제 자리를 앉아서 출퇴근이 가능하다. 서울 인구라야 2백만 명이 전부다.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어서 아이들을 낳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국가도 인구소멸로 인한 국가의 해체를 위해서 모든 출산과 관련된 규제는 풀었다. 심지어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서비스일지라도.
점백은 퇴근길에 지하철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용 스마트 고글을 썼다.
생활비를 아끼느라 광고가 나와도, 일단 봐야 하는 신세.
[ 아내를 새벽배송해 드립니다. ]
헉, 이건 완전 처음보는 광고다. 아내를 새벽배송한다고?
아주 미쳤구나.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여자는 허리가 잘록하고, 가슴은 팽팽하게 튀어나올 것 같았다.
고글로 보니 바로 실물 크기의 여자가 눈앞에서 자신을 클릭하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지금 클릭하면 내일 새벽에 배송이 된다는 문구.
와, 이건 정말 대박 광고다.
상세 페이지가 보고 싶어졌다.
클릭.
말도 안 되게 섹시한 여자가 새벽배송되어서 남자의 집으로 배달된다니.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아직은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점백은 평생 모태솔로였다.
요즘은 국가에서 결혼만 해도 현금 1억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결혼에 대한 꿈은 이미 접었다.
아이를 키우는 다큐멘터리가 가끔 나오지만 그건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거의 24시간을 옆에 붙어서 케어를 해야 하는.
과거의 선조들은 어떻게 아이를 출산하고 키웠을까. 점백은 부모가 없다. 정확히 그는 메이커에서 태어났다. 흔히 공장이라고 부르는 곳. 난자 기증자와 정자 기증자를 받아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인큐베이터 공장이었다.
하지만, 로봇이 아닌 사람과의 섹스.
그건 어떤 기분일까.
상세페이지는 복잡했다.
일단 주문과정은 쉽지 않아 도리어 그는 안심했다.
광고와는 달리 쉽게 클릭 한 번으로 주문은 아니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도 여자와 남자가 만나는 과정인 것인데.
일단 솔로로 자신을 인증한 남성이나 여성만 가능하다는 문구와 인증을 위해서는 바이오인증센터로 연결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걸 눌렀다.
다음 팝업이 떴다.
[ 결혼 경험이 있으신가요? ]
[ 예] [아니오]
당연히 아니오를 클릭.
[ MBTI 성격분석결과를 공유하시겠습니까? ]
[예] [아니오]
이건 굳이 공유를 해야 하나. 점백은 아니오를 눌렀다.
그러자 메시지가 떴다.
[ MBTI 성격분석결과를 공유하지 않으면 이 서비스를 진행하실 수 없습니다. ]
아, 쓰발. 그럼 물어보지 말고 그냥 공유해 가면 되지. 뻔한 걸 다 알면서 왜 또 물어보는거야.
점백의 입에서 짜증섞인 '츠츠'하는 독사가 화가 났을때 나는 소리가 났다. 그렇지만 이곳이 지하철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금새 멈췄다.
다시 MBTI성격분석 결과를 업체와 공유하겠다는 문구를 열어서 이번에는 '예'를 눌렀다.
이제 주문가능한 버튼이 뜬다.
바로 밑에는 주의사항.
일단 인당 한 사람의 주문만 가능.
그리고, 이혼한 사람의 경우 필요서류 별도 제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오케이, 잘 알겠어. 내가 뭐 두 명을 주문하겠니?
주문완료 버튼을 클릭.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밑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 반품은 14일 이내에만 가능함
** 해당 서비스를 이용시 결팡 AI 시스템이 판정해서 경제력이 더 큰 쪽으로 배송이 될 수도 있음, 경우 기존 자신의 집이나 직장문제 등은 향후 1년 내 저희 결팡에서 책임지고 모든 정리를 도와드립니다.
비슷한 시각, 대전에 사는 세희는 삶에 지쳐 있었다. 3년전 이혼을 했고, 작은 중소기업에 나가지만 하루벌어 하루먹고 산다. 한달 월급받아서 월세내고 나면 빠듯하다. 체대에서 생활체육학을 전공했고, 피트니스 강사를 하면서 남편을 만났다. 하지만, 남편은 알코올중독자였다. 20대 초반에 만나서 불꽃같은 사랑을 했지만, 결국 결혼 5년만에 이혼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막 서른살이 되었다. 다행인지 둘 사이에 아이는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퇴근후에는 다시 피트니스 강사를 하려고 매일 저녁 2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결팡에서 최근 반바지와 탱크탑도 새로 주문했다.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주문하는 사이즈가 한 치수 줄었다.
60킬로까지 육박했던 몸무게는 강도높은 운동과 식단 조절 덕분에 불과 6개월만에 10킬로나 뺐다. 일을 마치고 트램을 타고 약 1시간을 가야 하는 퇴근길에 스마트 고글을 쓰고 이것저것 보다가 결팡의 광고를 보았다.
그녀의 눈앞에는 안정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남자는 안경을 썼고, 학구적으로 보였다. '결혼과 동시에 생활의 안정까지'라는 광고문구는 너무나도 그녀의 현 상황을 잘 아는 듯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클릭을 눌렀다.
MBTI는 동의.
이혼관련서류는 늘 구비되어 있었다. 디지털문서 첨부를 눌러서 전송.
세희는 뭐에 홀린듯이 주문완료를 눌렀다.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밑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 반품은 14일 이내에만 가능함
** 해당 서비스를 이용시 결팡 AI 시스템이 판정해서 경제력이 더 큰 쪽으로 배송이 될 수도 있음, 이 경우 기존 자신의 집이나 직장문제 등은 향후 1년 내 저희 결팡에서 책임지고 모든 정리를 도와드립니다.
한편, 경기도에 사는 점백은 쉽게 '결혼 서비스' 주문이 마무리되자 너무 놀랐다.
이렇게 쉽게 결혼이 클릭 한번으로 가능하다고?
과거의 결혼은 연애를 하고, 최소 6개월에서 1년 많게는 5년 10년을 만나서 결혼식 전부터 옷을 맞추고, 청첩장을 돌리고, 둘이 살 집을 알아봐야 하고 등등의 과정이 엄청나게 복잡한 것으로 들었는데 이제는 결혼도 클릭 한 번이라니.
와우.
이런 신박한 서비스가 지금까지 있었던가.
하다하다 이제는 결혼까지 클릭한번으로 이루어진다니.
세상은 정말 빠르고 무섭게 변화하고 있었다.
참 세상이 점점 편리해지고 좋아지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방향인지 생각하다가, 생각을 멈췄다. 자신이 내릴 정류장이 한 정거장 전이라는 알람이 고글 왼쪽 모니터 상단에 떴다. 곧 불투명한 화면이 자동으로 투명하게 걷힐 것이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했고, 로봇 미쉘이 챙겨주는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보는 TV는 늘 재밌다. 어제 보다만 영화가 자동재생 되었다.
영상이 눈앞에서 흘러갔지만 그의 머리속에서는 아까 한 주문에 대한 생각이 그치지 않았다.
일은 벌어졌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꼭 계획하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괜히 누른 것은 아닌지.
새로운 사람이 이 공간에 들어오면 괜히 불편하지는 않을지.
소파에 누운채로 그는 잠에 들었다.
설레는 마음에 살짝 잠을 설쳤다.
‘띠링’
주문하신 여성분이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자다가 배송완료 문자에 눈이 떠졌다.
어떤 여자가 도착했을까.
정말 살아있는 여자일까.
점백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벽시계를 보니 새벽 5시.
항상 쇼핑 앱의 알람은 꺼두지만, 오늘은 일부러 켜 두었다.
막 자고 일어나서 입안이 텁텁했다.
일단 욕실로 뛰어들어가서 서둘러서 양치부터 했다.
내친김에 수염도 깎았다.
세수만 할까 하다가 날이 날인지라 오늘은 뜨거운 물에 샤워도 했다.
모처럼 전신을 바디샴푸로 씻고 나니 기분이 다 상쾌했다.
내친김에 물기를 깨끗히 닦은 후 얼굴 전체에 아끼던 스킨도 발랐다.
수염 근처가 따끔거렸다.
바디로션으로 얼굴과 종아리에 덕지덕지 발랐다.
어차피 배송된 여자는 현관문 밖에 있을터였다.
자신의 복장은 여전히 파자마차림이다.
외출할 것도 아닌데 뭐.
준비를 좀 하고 나니 시간은 20분이 훌쩍 지났다.
아직, 아파트의 모든 세대는 잠들어 있는 시간대다.
그는 현관문으로 조심히 향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어제 대강의 여자 사진을 보고 충동적으로 클릭했다.
대강의 사진이라고는 하지만 충분히 섹시했고,
뭔가 자신과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늘 로봇만 상대해 보았지, 살아있는 여자는 처음이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뭐라고 전문용어로 하던데.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천천히 열었다.
문을 쬐금 열어보니 아직 밖에는 아무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만 더 열어볼까?
그렇게 쬐금씩 열다보니 뭔가 희끗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발이다. 헉. 문을 확 열어 재꼈다.
정말 여자가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짐이라고 쪽지가 붙은 캐리어가 하나 있었다.
헐.
이런 미친 서비스를 봤나.
여자는 눈을 감은 채로 소파에 잠들어 있다.
소파는 간이 에어소파다.
“미쉘, 여자 좀 내 침대로 옮겨줘.”
점백은 자신을 뒤따라 나온 AI 도우미 미쉘에게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미쉘은 단번에 100킬로 까지는 거뜬히 드는 주방도우미 로봇이다. 독신남자들은 로봇을 다른 용도로 업그레이드나 불법 개조하곤 하지만 점백은 하지 않았다.
미쉘은 조심히 여자의 목과 종아리 밑으로 손을 조심스럽게 넣어서 번쩍 여자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거실 소파에 눕혔다. 여자는 애니메이션의 하녀들이 입는 메이드 복장이다. 연두색 원피스에 하얀 레이스가 달린 앞치마를 했다. 다리엔 망사스타킹 그리고 쭉쭉빵빵한 스타일로 점백의 로망을 최대한 반영한 이미지에서 고른 그대로의 모습을 닮은 여자다.
여자의 얼굴은 평범하지만, 늘 예쁜 얼굴을 지닌 로봇만 보다 보니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치 길가의 이름 모를 야생화를 보는 신선함이 있었다.
여자를 침대에 뉘어 놓고, 점백은 커피를 타러 주방으로 갔다.
아직 새벽.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주방 테이블 쪽에서 소파 쪽을 바라보았다.
참, 나도 미친놈이구나. 광고에 미쳐서 결국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 점백은 잠시 자신을 자책했다. 평생 혼자 살 것처럼 온갖 난리를 피웠는데. 이제 특별한 반품사유가 없는 한 14일 내에 혼인신고도 해야 하고, 이 여자와 살아야 한다.
여자도 나처럼 외로운 사람이었을까.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도록 결혼도 변변찮은 직장도 없이 겨우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자신과 같은 처지일까. 여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더 어리면 부담스러울 텐데 적당한 나이처럼 보였다.
프로포폴을 언제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길어야 한두 시간 후면 깨어날 터였다. 혼자서 이 스트레스를 감당한 자신이 없었다. 아마 친구는 지금 오후일 텐데.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여자의 사진을 살짝 발만 찍어서 메시지로 보냈다.
아마 퇴근해서 집에 막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 대박! 점백아, 너 새 로봇을 주문하고임? ]
[ 아니, 진짜 사람. ]
[ 엥? ]
[ 너 결혼? 그건 더 대박인데. ]
[ 이거 봐봐. ]
점백은 친구에게 결팡의 이성배달서비스 상품 카타로그를 친구에게 보냈다.
[ 헐.. 이게 말이 되는 서비스임? ]
[ 그렇지? ㅋㅋㅋ 덕분에 지름. ]
[ 야, 나도 한국 가서 살고 싶다. 미국은 아직 그런 서비스 없음. ]
[ 미국은 뭐가 필요해. 이미 천조국인데. ]
[ 출근 안 해? ]
[ 오늘 목요일이니까 안 해도 돼. 주 3일이잖아. 월화수만 힘들게. ]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의사가 처방한 운동을 할 시간이다. 운동을 하면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안 하면 돈을 내야 한다. 당뇨가 십 년째 잘 관리되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 나 운동가야 해. ]
[ 오늘은 쉬어, 여자 일어나면 어떡하려고 ]
[ 미쉘이 설명해 주겠지. 뭐. ]
점백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인근 공원 조깅코스로 나갔다.
세희가 그 사이 잠에서 깨었다.
푹 잠을 잤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복장이 바뀌어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하지만 곧이어 자신이 어제 결팡 서비스에 동의를 했던 사실을 바로 기억해 냈다.
핸드폰에 알람이 몇 통 와 있었다. 뭐지 하면서 눌렀다.
[ 결팡 서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칭된 남성분의 경제력이 더 크다고 저희가 판단해서 남자분쪽으로 모셨습니다. 회사와 거주지 모두 저희 법무팀에서 잘 정리할 예정이오니 걱정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통장으로 500만원의 돈을 입금해 드렸으니 잘 사용하십시요. 감사합니다. ]
세희는 문자를 보고 살 것 같았다. 자신을 옥죄던 일상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좋았다. 한번 새로운 삶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결팡에서 주선해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었다.
자신이 사용하던 캐리어가 있어서 보니 결팡에서 넣어준 듯한 새 속옷과 츄리닝, 그리고 평상복등이 들어 있었다. 집을 돌아보니 방 2개에 널찍한 거실과 주방까지 자신이 사는 원룸에 비하면 대궐같았다. 거기에 넓은 테라스도 있다. 테라스에는 라탄 의자 세트가 니은 자 형태로 놓여 있고, 바베큐용 원통과 파라솔도 꽂혀 있다. 파라솔 너머로는 산이 펼쳐져 있고, 거실에서 볼 때 테라스 밖은 숲도 보였다.
세희는 넓고 쾌적한 테라스만으로도 이 집이 벌써부터 맘에 들었다.
남자만 맘에 들면... 좋을텐데.
테라스 밖으로 나가니 숲이 펼쳐져 있고, 하나 둘씩 타운하우스 형태의 아파트들에는 불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잠시 라탄 소파에 앉아서 숨을 골랐다.
점백이 돌아오니 여자가 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잠시만요 얼른 샤워하고 나와서 인사할게요.”
점백은 빠르게 샤워를 하고 츄리닝 복장으로 거실로 나왔다.
그제야 어색한 표정으로 여자가 소파에서 일어나서 거실 가운데 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세희예요.”
여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와,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아내라니. 점백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아... 네. 저는 김점백이에요.”
최대한 무심한 척 점백이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멀쩡한 남자와 여자 둘이서 거실 가운데 서 있으니, 어색한 정적이 둘 사이에 흘렀다. 하지만 서로 첫 인상이 괜찮아서 미소가 번졌다.
“우리 뭐 할까요?" 남자가 침묵을 깼다.
“괜찮으시다면, 숨도 좀 돌릴겸 차 한잔 마시고 싶은데요.” 여자가 말했다.
“차 좋죠. 무슨 차 드릴까요?” 점백이 말했다.
“저는 전통차 좋아해요. 쌍화차 같은 것요.”
“오... 저도 비슷한데요. 저도 쌍화차요. 잠시만요, 미쉘?”
“이미 주방으로 가고 있습니다.” AI로봇이 말했다.
미쉘이 빠르게 쌍화차에 땅콩가루와 호두가루까지 얹어서 비스킷도 같이 내왔다.
“미쉘, 이 비스킷은 뭐야?”
“이건 주인님께서 항상 쌍화차 드시다가 중간에 시키시는 것이죠. 드실 확률은 92%이고요. 안 드시면 다시 넣어두면 됩니다.”
“와, 똑똑한 로봇이네요.” 세희가 미소 지었다.
“좀 똑똑하죠. 제가 좀 늦게 사는 바람에 신형이랍니다. 하하하.”
“점백씨는 취미가 뭐예요?”
“저는 영화 보는 것 좋아하고요, 가끔 산책하고, 책 읽고 뭐 생각보다는 좀 정적인 걸 좋아해요.”
“어머, 저도 취미가 산책하고 영화 보고 책 읽고 하는 건데, 최근에 본 책은 뭐 있어요?”
“체호프의 단편선 봤고, 오헨리 작품 보고 있죠.”
“와... 저랑 정말 취향이 비슷하네요. 그.. 그럼 영화는요?”
“순장제, 어떤 의사의 일생, 불사의 주사.... 이런 거요.”
“와 저도 푹 빠져서 본 영화예요.”
“음.. 그럼 음식은요? 매운 것도 좋아하세요?”
“삼겹살에 소주 좋아하고 청양고추 잘라서 양념처럼 먹으면 최고죠.”
“와 식성도 정말 비슷하군요.”
“잠은 일찍 주무세요? 아니면 올빼미 스타일인가요?”
“새벽형 인간이에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걸 좋아하죠.”
“와.... 저도요. 너무 다 잘 맞네요.”
“저도 신기합니다.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나신 거예요?”
둘의 눈빛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희와 점백은 어디서 이런 천생연분을 만난 것인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점백은 세희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로봇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스함이 그의 손끝에 느껴졌다.
그의 마음이 설레었다. 이래서 결혼이란 것을 하는 것인가.
결팡의 신상품 개발팀은 점백의 집 로봇'미쉘'을 통해서 이 만남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보고 있었다. 이미 광고 리뷰 영상을 회사쪽에 제공해 주는 조건으로 제품가격의 30%나 할인받는 가정이었다.
“최 팀장, 이리 와봐.”
박 상무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이런 상품을 개발한 공로는 정말 컸다. 이제 웬만한 팔 것들도 다 팔아서 더 팔 상품의 종류가 없었다. 최근 10년간 답보상태였다. 쇼핑몰에서는 각종 공산품들은 물론이고, AI 로봇에서 가전까지 안 파는 것들이 없다. 전기차, 자율주행차도 이미 매출곡선은 완만한 안정세다.
쇼핑몰에서 이런 킬러상품은 한번 대박을 터트리면 향후 10년의 회사 이익의 안정화를 가지고 온다. 특히 이 커플 매칭 상품은 그냥 매칭을 시키는 비용은 무료다. 그럼 이익은 어디서 나오느냐가 핵심이다.
국가에서 초저출산, 초 저 결혼 사태에 고무되어서 커플이 결혼을 하기만 해도 결혼축하금을 준다. 물론 재혼에게는 실비만 주고 초혼일 때 많이 준다. 결혼하면 1억을 주는데 그 돈은 매칭시킨 회사에게 일단 주어진다. 그리고 수수료 30%를 뗀 나머지 7천만 원 저 커플에게 돌려주면 된다. 여기에 30% 할인이니 회사의 몫은 이번 딜의 경우 정확히는 2,100만 원이다. 나머지 7천9백만 원은 저 커플의 몫이다.
벌써 올해만도 1만 커플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따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배송료 정도일까. 벌써 약 3천억의 순이익이 최 팀장의 아이디어 하나로 발생되었다.
그는 단상에 최 팀장이 올라오자 크게 한번 안아주었다. 최 팀장 덕분에 박 상무는 이제 퇴직까지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해도 되는 꽃길이 보였다. 그가 활짝 진심으로 웃었다. 그리고 올해의 최고사원상과 부상으로 하와이 1개월 비지니스 왕복권과 힐튼호텔 숙소 29박 30일권도 같이 지급했다. 상금 1억원도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