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근무하는 학교 도서관에서 한 학생에게 감사 편지와 초코바를 받았습니다. 그 선물을 받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학생이 준 선물이라 교육청 감사과에 받아도 되는지 문의 쪽지를 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 답장은 못 받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학생이라고 한 이유는 학교 도서관 운영을 도와줘서 사비로 과자를 사준 도서부 학생도 청소할 때 깨끗하게 해 달라고 간식을 챙겨준 학생들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에게 받은 초코바와 편지는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아 3년인가 4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때마침 학교도서관 저널에 관련된 사연을 모집하기에 당시 사진과 추억을 꺼내 원고를 작성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각난 것을 바로 적어두는 블로그에서 '이제 슬슬 옛날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해야겠다'란 생각으로 시작하기 위해 만난 글이 이 이야기란 점이 신기합니다. 그 학생인 지금 대학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당시 학생에게 별다르게 해 준 것은 없었습니다. 어떤 일로 학생부에서 학생에게 봉사활동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학생부 선생님은 수업이 있으셔서 수업이 없는 제가 학생의 봉사활동 감독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교 학점제가 점차 도입이 되면서 수업이 적은 선생님들과 수업을 하지 않던 선생님들도 이전에 없던 선택 교과들을 연구해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 당시 학생이 어떤 일로 봉사활동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제 일이 바빠서 학생에게
- 도서관 일을 도와준다니 고맙습니다. 종 치면 책을 서가 끝에 맞춰주고 쉬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쉬세요.
라고 말하고 제 일을 했습니다. 학생은 종이 치면 조용히 일어나 서가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폰을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도서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왔습니다. 학생들이 소중한 점심시간을 할애하여 봉사활동을 하러 오기에 저는 이 학생들에게 사비로 간식을 구매해서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이렇게 도움을 받지 않으면 도서관 운영 업무를 혼자서 해야 하기에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서 구입부터 독서 프로그램 운영 관련 진행을 위해서는 그 외적으로 도서관을 관리하는 학생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점심시간 책 정리 및 대출반납을 도와주러 온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오늘 하루 종일 봉사 활동 중인 학생이 보였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수업 대신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일이 바쁜 상황에서 학생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점심시간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면 오늘 하루 종일 도와주는 학생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갔을 때 그 학생에게 도서부 학생들에게 주는 간식을 나눠 주었습니다.
저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한 행동이 학생에게는 의미가 있는 듯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이 학생부와 교무실이라고 하던데 그곳에 가면 문제 행동에 대하여 물어보고 한 말씀씩 지나가는 선생님들이 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것 없이 봉사 활동할 것만 알려주고 자유롭게 풀어 둬서 그 부분이 마음에 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학생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다는 감사편지와 초코바를 받고 나서 당시는 신참이었기에 고마운 마음과 법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교육청 감사반에 쪽지를 보냈습니다. 받아도 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나중에 청렴 연수의 내용을 참고로 하면 Q&A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것을 근거로 할 때 저만 그런 고민을 했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당시 감사반의 답이 오지 않고 시간이 흘러 사소한 것 하나에 감사반에 문의한 것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답변이 오지 않음을 초조해하다가 나중을 생각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받은 것보다 더 많이 간식 봉투를 만들어 학생에게 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은 아마도 3년 정도 이전 있었던 일이었을 겁니다. 20년도에 업무가 손에 익으면서 왜인지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일상 중 특별하다 생각한 일들을 기록해야겠다 생각하고 기록한 듯합니다. 제가 평소에 잘해주던 학생들은 나중에 행사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에 써야 한다는 교사 의견과 학생들은 자신들이 벌은 것이니 자신들이 써야 한다는 의견으로 다툼이 일어났고 그 결과 도서부 학생들 중 상당수가 동아리를 떠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자주 만나는 만큼 갈등은 항상 내재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딱 해야 할 것만 알려주고 그대로 둔 학생은 제게 감사편지와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 일을 겪은 이후로는 학생들에 대하여 제안을 하지만 무엇인가 하라고 하지 않는 경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무엇인가를 주면서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다는 학생과 매일매일 작은 것들을 챙겨준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나 의도를 가지고 하지 않은 행동이나 그것을 읽는 상대의 생각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그나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