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금요일 1교시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과목은 사회과의 한 영역인 특성상 사회 현상을 다루기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자료를 사용할 때 두 진영의 자료를 모두 사용합니다. 그리고 한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의도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해당 현상에 대한 댓글들 사례를 이용해 최대한 제 의견을 보이지 않고자 노력을 합니다. 이러한 이유는 학생이 수업을 녹음하여 동료 선생님께서 병가를 내고 잠시 현장을 떠나 계신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교과서의 내용을 사회와 현실에 적용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교과서에서는 이론을 취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방식이 올바르다 생각하기에 위험하지만 이 방법을 포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던 중에 학업에 관심이 적은 학생이(교실 가장 뒤 칠판 기준 우측에서 좌측으로 2번째) 폰을 정면으로 들고 있는 상황을 설명 도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폰을 정면으로 들 경우 경험이 없었다면 수업을 촬영한다고만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렇게 폰을 정면으로 들 경우는 수업을 촬영할 수도 있지만 화장을 한 후에 자신의 셀카를 찍는 경우, 무음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눈을 마주친 후에 몸짓으로 주의만 주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수업 내용을 전달하느라 생각을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서 생각해 보니 현재 어지러운 사회 현상을 활용한 설명 과정에서 촬영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이 폰을 정면으로 들고 있던 상황에 현재의 대통령이나 이전의 대통령이나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모두 평등해야 하지만 특별한 경호나 의전을 받는 것에 대하여 왜 그런 현상을 사회적으로 허용하는지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습니다. 학생이 셀카를 찍거나 영상통화를 위해 폰을 들었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기록을 남겨둡니다.
그리고 같은 날에 학교 현황 조사도 함께 있었습니다. 학교 코드, 이름,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설문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설문 내용 중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문제 진단과 해결책을 알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경험을 쌓아가는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접근한다면 '관계'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론에서는 사회적 관계도가 높으면 영향력을 받아 일탈을 하지 않고 관계가 적으면 영향력이 적어 일탈을 한다는 이론입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부모님의 말씀에 영향을 받는 현상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를 학창 시절 경험이나 신문 기사를 통해서 다수가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정이 중요한 시기 교사가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관계 형성을 위해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학습권 침해로 학교의 본래 목적을 벗어나는 행동이란 각이 듭니다. 이미 태도와 사회성은 유치원과 초등에서 형성해야 할 일이고 중등에서는 학습능력(대학교에서 고등시기와 다른 내용을 습득, 성인이 되어서 배우지 않았던 업무 습득을 할 수 있기 위한 사고력)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인성영역이라고 봅니다. 인성 영역은 초등학교 때 함께 지낸 동창이 성인이 되어서 특별한 일을 겪지 않는 이상 어렸을 때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것을 근거로 할 때, 특별한 굴곡기가 있지 않는 이상 성격은 그대로 진행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장기간 다수를 연구할 수 없기에 추측만 가능하지 연구 자체는 불가능하다 봅니다. 다만,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란 말이 사회적으로 문제행동을 한 사람이나 남녀 관계에서 반복되는 문제행동을 했을 때 자주 인용되는 것을 통해 많은 이들이 '어렸을 때 형성된 인성은 장기간 지속되기에 성인이 되어도 바뀌기 쉽지 않다'라는 공통적 인식을 지니기에 이 말이 인터넷 댓글이나 일상에서 많이 회자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기에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선생님과 물리적 차이가 있기에 이것이 잠재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인간도 동물이고 덩치가 큰 레트리버나 허스키와 같이 귀여움을 받는 견종도 크기가 크다면 뒷걸음질 치거나 멈춰있게 됩니다. 이는 물리적 크기에 위험하다 판단하고 자연스럽게(본능적으로) 나오는 멈춤이나 회피 행동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작은 개의 경우 짖거나 물림 사고의 위험성에 조심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책은 입마개가 있으면 그 개가 크던 작던 짖던 같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교육 현장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학생에게 화장실에 갈 때 폰을 들고나가면 밖에서 다른 친구들을 불러서 놀다가 끝나기 전에 들어오거나 점심시간 전인 4교시면 점심시간 끝나고 들어오는 등의 문제 행동을 하기에 놓고 가라고 하지만 무시하고 나갈 때도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폰을 책상에 두고 가라고 해도 무시하면 감정이 상해서 소리치는 것 이외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무기력감과 부끄러움에 이성을 잃은 추가 행동을 하면 그 순간 교사가 징계를 받는 상황(입마개)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과 친분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 인간에게 평등함을 버리고 현장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하라는 폭력의 행사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작은 불평등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문화 속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화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가 아닐까 합니다. 유치원과 초등시기에 물리적으로도 차이가 큰 교사와 함께 생활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대로 해오던 것이 중등으로 그대로 넘어오고 이후에는 중등의 학업 중심 분위기에 인성과 관련하여 수정할 기회가 없이 그대로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짧은 교육 경력이지만 신기한 것은 제가 전달해야 할 지식과 추가로 학생의 미래를 위한 자기표현 능력의 경험담(교과 외적으로 발표할 때 노하우. 글을 쓸 때 시작이나 결론을 좀 더 쉽게 맺는 방법 등)을 학급 전체에 알려주면 이러한 교육 내용만으로도 좋아서 점심시간에 제가 있는 공간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초임 교사 당시에 하던 간식을 통한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 일체 없이 말입니다. 조금 선을 넘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게 아무 이익도 주지 않는 스타들에 대하여 자신의 돈을 쓰면서 을의 위치에 있는 것(팬 활동을 한 적이 없는 한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팬클럽 활동에 대해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해당 활동에 대해서는 그런 사회적 현상이 있다 정도의 인식이니 긍정/부정 평가자체가 없음을 밝힙니다.)'은 어쩌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심리적 위로감을 얻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수업만 하고 가는데도 따뜻하게 대해주고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관계라고 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맺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평등하게 대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반대로 수업 시간에 화장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학생들의 경우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없고 출석만 부르는 타인이기에 거리감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그 학생들에게만 친분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은 차별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 중 있었던 일로 갑자기 깨서 1시간 반 정도 생각하고 글을 남깁니다. 아직 살아야 할 인생이 더 많은 나이이지만 일하면서 무엇이 가장 어렵냐는 말에 '일보다 사람이 어렵다'라는 말은 어디나 다 통용되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상사이든 나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이든...
즉흥적 생각의 기록이라 두서없지만 11월 4일 수업에서 학생이 수업을 촬영하지 않고 셀카나 영상통화를 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