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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쓰기 : 학생을 위하여

by 기록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학생들은 책을 잘 안 읽고 생활 기록부에는 기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학습에 관심이 적은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을 비롯한 과거에 읽었던 책을 반복적으로 가져갑니다. 그래서 책을 지속적으로 읽는 학생들이 신간도서가 왔을 때 신간 코너로 가는 것과 달리 책과 친하지 않은 학생들은 구간 도서 코너로 갑니다. 그런데 자신이 읽었던 책이 읽을 당시에 출판된 경우, 중등 교육을 받는 시기에는 해당 책을 다시 활용하려고 할 때 학교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렵습니다. 학교 도서관은 학습 지원을 위해 자료를 계속 교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학생은 읽지 않은 책을 골라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학교 생활 기록에 활용합니다. 이때 자신이 책에 대한 경험이 없기에 나중에 찾을 때 책 제목을 기억 못 하고 내용을 기억을 못 합니다. (그래서 특정 시기가 되면 대출 이력을 보여주는 업무가 증가합니다.)


그러던 중에 학생이 요리분야를 희망하기에 이전에 읽었던 요리사가 되는 방법을 담은 책(서명은 당시 상황을 특정하기에 기술하지 않습니다.)을 담임 선생님께서 보유 여부를 문의하셨습니다. 도서관에서 보유는 했지만 폐기 대상으로 빼둔 수천 권의 책더미 안에 있는 상황입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 책을 구하고자 통화가 끝나고 바로 오셔서 책 더미를 뒤적이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있기도 그렇다고 2008년데 출판된 책을 현재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공공도서관의 전자책을 검색했습니다. 다행히도 2008년 출판된 낡은 책인데 전자책으로 있어서 알려드렸고 선생님의 버리는 책 더미 속 책 찾기는 끝났습니다.


제가 담임 선생님이었다면 해당 책을 과연 찾았을까란 자문을 해 보았습니다. 저라면 학생에게 요리사 관련 다른 책을 제공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어린 시절보다 더 커진 학생은 책만 받고 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학급관리를 하지 않고 생활 기록부를 교과 기록 외에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의 해당 노력이 얼마나 큰 효과를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버릴까 봐 통화가 끝나자마자 오셔서 책을 뒤적이는 모습을 보면서 담임 선생님의 마음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옛날에 읽었던 책을 통해서 기억을 잘 떠올리고 필요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셨을 것입니다.


학생에게 거리감을 두고 문제를 분석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제 경우... 전문적인 내용 전달과 다양한 어플, 기기 사용으로 학생들의 호감을 받지만 학습에 대하여 거리를 두는 학생들에게는 말로만 언급하는 제 경우와 비교할 때...(비록 저는 이렇게 변하고 있지만 변명을 하자면... 아예 예산 자체를 학업에 관심 없는 학생들에게 쓰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신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이 선생님께서는 학생을 위해 기꺼이 움직이시는 옛날에 봤던 그 선생님의 모습이셨습니다. 이후에 그 선생님처럼 자신을 힘들게 하는 학생을 위해(학생들이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학급) 움직일 자신은 없지만 오늘 일을 마음속에 두고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였을 때 움직일 가능성은 높여둬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선생님은 별다른 생각 없이 학생을 위해서 책을 찾으신 것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차갑게 말하면 비효율적이고 따뜻하게 말하면 학생을 위한 마음으로 움직이셨다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사례였습니다. 제가 나중에 나이가 들고 교육 경력이 높아졌을 때 어떤 결정과 행동을 할 것인지를 의문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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